[서울생각 평양생각] 힘 얻는 북한자유주간 행사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역 광장에서 북한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국민대집회를 개최한 가운데 참가자 6명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역 광장에서 북한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국민대집회를 개최한 가운데 참가자 6명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 (RFA PHOTO/ 노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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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4일부터 5월 2일까지 미국과 한국의 북한인권 단체들이 함께 여는 제8회 북한자유주간 행사가 개최됐습니다. 해마다 진행되는 북한자유 주간 행사는 매년 이맘때면 미국에서 진행되었지만 작년과 올해는 대한민국에서 진행됐습니다. 저도 4년 전 북한 자유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의미 있고 뜻 깊은 행사였습니다.

특히 올해는 한국의 북한 인권법 제정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가운데 개최되어 지난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행사 두 번째 날에는 한나라당 원내 대표와 의원들 그리고 자유 선진당 대변인도 참석해 북한 인권을 보호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자유주간 행사는 날이 갈수록 그야말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4월 26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촛불 행사였습니다. 300명 넘는 북한인민 해방 전선 회원들이 군복을 입고 서울역 광장에서 든 촛불은 마치 굶주림과 인권의 탄압에서 신음하고 있는 북한주민들의 앞길을 환히 밝혀 주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한민족 학교 어린이들의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탈북어린이들이 북한에 계시는 부모님을 향한 마음을 담아 '반달',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고향에 계시는 어머님께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습니다. 고사리 같은 작은 손에 편지를 들고 낭독하는 그들의 절규에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 역시 잠깐 부모 형제가 있는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고향 생각을 했습니다.

서울역 광장에서 북한인민 해방 전선 회원들이 부르는 구국투쟁가의 우렁찬 메아리는 평양까지 울려 퍼지는 듯 했습니다. 우렁찬 노래에 맞춰 제가 맡은 카드 섹션 역시 조화를 잘 이루어 멋있었습니다. 서울역은 기차역뿐만 아니라 지하철이 있는데다 마침 저녁 퇴근시간이라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사람들은 카드섹션을 보면서 처음 보는 모습에 관심을 갖고 봤습니다. 특히 소위 별동대라고 하는 여성들이 군복을 입고 진행하는 카드 섹션이라 더더욱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저는 제 인생에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평양에서 진행하는 배경대와 같은 방식의 카드 섹션이지만, 내용은 정 반대였습니다.

저희는 북한 인권법 통과 촉구를 위한 구호들을 커다란 종이에 적어 펼쳐 보였습니다. '김정일 독재 체제하에서 신음하고 있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수감자들, 권리가 전혀 없는 북한주민들을 우리가 아니면 누가 구원하겠습니까,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우리의 부모형제들은 쌀이 없어 죽는 것이 아니라 인권이 없어 죽어 갑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정신적 양식을 주는 대북전단. 대북라디오. 대북 선전 활동에 동참합시다.'등의 구호와 '아웅산과 KAL기 폭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만행의 주범 김정일! 김정일은 우리의 적이다!' 등의 구호들을 펼쳐보였습니다.

또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강제 북송되는 그림들과 전쟁미치광이로 선군 정치를 앞세워 주민들의 인권 탄압을 하는 그림들이 펼쳐질 때마다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특히 제가 이번 행사에서 제일 잊을 수 없는 것은 우리 탈북자들이 이곳 대한민국에 와서 살고 있는 모습과 김정일 독재 체제의 진실을 북한 주민에게 알려주기 위해 풍선 날리기를 하러 임진각에 다녀온 것입니다. 우리가 탄 차가 한창 자유로로 달리고 있을 때, 저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멀리 북한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모두가 한 쪽으로 시선을 집중했습니다. 그 중에는 이곳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는 북한에 두고 온 이제 겨우 5살 된 아들을 그리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비록 고향은 서로 달랐지만 우리 탈북여성들 모두 공감하는 비극적인 아픔이었습니다. 풍선이 북녘 하늘로 높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처음 보는 별동대 대원들은 환호성을 올렸습니다.

마침 철문이 열리고 임진각역을 금방 출발한 열차가 개성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순간 카드섹션을 잠시 중단하고 개성으로 가는 열차를 하염없이 바라보았습니다. 우리들의 마음도 열차에 실려 고향으로 가고 있는 듯 했습니다. 언제 저도 저 열차를 타고 자유롭게 고향에 다녀 올 수 있을까. 언제 우리도 이산가족 상봉을 할 수 있을까. 그날이 얼마 멀지 않았을 거라고 굳게 믿고 싶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