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은 사랑을 싣고

김춘애∙ 탈북 방송인
2014.07.03
balloon_chocopie_305 탈북자단체 회원들이 인천시 강화군 강화역사박물관 주차장에서 북한으로 날려 보낼 초코파이 꾸러미를 대형풍선에 매달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얼마 전에 저는 탈북어머니회 회원들과 함께 임진각 주차장에서 초코파이 빵과 과자 새우깡, 건빵, 그리고 떡국 등 300kg을 풍선에 매달아 평양으로 보냈습니다. 아침 일찍 회원님들과 함께 관광버스를 타고 임진각으로 향했습니다. 인솔자인 저는 조금 늦은 시간에 도착하는 회원들을 위해 마지막 버스를 탔습니다.

제가 도착해보니 벌써 많은 다른 단체 회원들로 흥성거렸고 한두 개의 풍선은 행사 시작도 전에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일기 예보로는 비가 온다고 해 조금 걱정을 했었습니다만 마침 날씨 역시 우리들의 마음을 알아주듯 화창했습니다. 드디어 11시 행사 시간에 맞추어 우리는 풍선을 날렸습니다.

대형 풍선 60개가 파란 하늘에 먼지 구름이라도 일으키듯이 뽀얗게 뒤덮었습니다. 높이 높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는 순간 제 마음은 뿌듯하기도 하고 어딘가 모르게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곳 대한민국에 와서 오랜 기간 내 고향 북한으로 초코파이와 전단을 수십 번 날리는 일에 참여해 보았지만 이번처럼 가슴이 뭉클하기는 처음인 것 같았습니다.

북한은 해마다 이맘 때 쯤이 보릿고개입니다. 식량 공급이 제대로 되어 있지 못한 주민들의 생활고는 말이 아닌데다 지금은 보릿고개 때보다 더 어렵고 힘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탈북어머니회를 비롯한 탈북단체들은 북한 주민들의 생활 형편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굶주리고 있는 북한 형제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주고 싶어 초코파이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60개 상자의 초코파이를 담은 풍선이 평양으로 날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니 마음이 뿌듯하면서도 짠하고 뭉클했습니다. 우리 회원들은 빤히 바라보면서도 갈 수 없는 고향의 하늘을 보면서 눈에 눈물을 글썽하기도 했습니다. 그 중에는 임진각에 처음 가보는 회원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버스를 타고 통일 전망대 옆을 지날 때부터 얼굴표정이 굳어 있었습니다. 고향이 회령인 70대의 한 회원은 버스에서 내려 소나무 그늘에 앉아 울고 있었습니다. 그분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저는 그분을 꼭 안아주었습니다. 고향에는 큰아들과 손자들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또 한 분은 고향에 계시는 나이 많은 어머님이 그립다고 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풍선과 함께 회한을 날린 뒤 이미 예약되어 있는 음식점으로 들어가 우리는 점심을 맛있게 먹고 커피 잔을 들고서 다시 소나무 그늘로 들어갔습니다. 임진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마음이 다 상쾌하고 시원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회원들에게 임진강 건너편에 바로 판문점이 있다고 얘기해줬습니다. 처음 임진각을 찾은 분들이 많다보니 그 말에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여기서 더는 갈 수 없는 곳이라고 말하며 통일교가 있는 곳도 가르쳐주었습니다.

제가 지난 세월, 판문점에 실무진들에게 강의를 하러 들어갔던 얘기와 며칠 전 오디를 따러 갔던 얘기를 하자 모두 한 번 들어가 보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통일교를 통해 임진강을 건너 가보지는 못하더라도 우리 회원들을 모시고 고향이 제일 가까운 통일 전망대와 임진각을 세밀히 관광도 하고 고향에 대한 추억을 느껴보아야겠다고 말입니다.

한 회원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날려 보낸 초코파이가 정말 북한으로 갈 수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저는 경험담이 생각나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조카가 북한 강원도에서 군복무를 했었는데 초코파이가 병영 근처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당국에서 선전하는 대로 풍선에서 떨어지는 음식과 물건을 만지면 서서히 병들어 죽게 될까봐 두려워 땅에 떨어진 초코파이를 한참을 바라봤다고 합니다.

금세 개미가 새까맣게 달라붙어 당분을 먹고 있는데도 죽지 않기에 개미를 털어서 먹어보니 너무도 달고 맛있었다는 조카의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탈북자들이 보낸 전단지가 남포에 있는 김정일 별장에 직접 떨어지기도 했었다는 얘기도 해주었습니다. 그 소리에 모두들 깜짝 놀랐습니다. 회원들과 저는 집에 오는 내내 이번에 날린 음식 풍선이 작으나마 북한 주민들에게 꼭 도움이 되길 바랐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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