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다른 남북한 기차여행

김춘애∙ 탈북 방송인
2015.08.13
train_tour_b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에 경원선 기차가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창 여름 휴가철입니다. 8월 하면 어른 아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국민들이 제일 먼저 여름휴가를 어디로 떠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되지요. 특히 올여름 휴가는 대체로 외국보다 국내에서 보내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삼면의 바다를 끼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여름휴가 하면 우선 바다를 찍게 됩니다. 하지만 산 좋고 물 좋고 시원한 계곡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 저도 올여름 휴가 계획은 장엄하게 세웠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지 않았던 작은 사고로 인해 올여름 휴가는 그냥 편하게 보내자는 의미에서 갑자기 계획을 변경시켰습니다. 특별히 무더위가 심한 올해 우리 가족의 여름휴가는 조금 특별했습니다. 제 생일 기념으로 모인 가족들의 여름휴가에 대한 의견은 조금 엇바뀌었습니다.

아이들은 기차 여행 체험을 하자고 하는 의견과 바다로 가자는 의견들 그리고 송죽 계곡으로 가자고 합니다. 손자들이 기차를 타고 싶어 하는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저는 기차여행 체험에 한 표를 찍었습니다. 가족은 기차 여행을 한 뒤 바다와 계곡은 각자 가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사촌들과 만나 밤늦게 잠자리에 든 손자 녀석들이 여느 때 같으면 늦잠을 잘 시간이었지만 기차여행을 떠난다는 말에 들뜬 개구쟁이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어른들을 재촉합니다. 그야말로 기차 여행체험이라 아예 집에서부터 자가용차를 타지 않고 전철을 이용해 서울역까지 왔습니다.

한창 여름 휴가철이라 우리 딴에는 이른 아침이었지만 서울역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ktx고속 열차에 오르자 손자들은 너무 좋아라하고 어른들의 정신줄을 놓을 정도였지만 저는 마냥 즐겁고 좋았습니다.

천진한 꼬마 개구쟁이들과 함께 창문을 내다보며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는 저에게 작은딸은 엄마가 더 분주한 것 같다고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저는 그 핀잔이 싫지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30분이면 도착합니다. 강의로 부산을 자주 오가던 그때와는 달리 짧은 시간인 것 같기도 한 나에게는 2시간 30분이 너무 아쉽다는 생각과 함께 고향 생각을 잠깐 해 보았습니다.

사실 파주에서 평양까지의 거리는 208km이거든요. 자가용 승용차로 3시간 3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합니다. 내 집에서 부산 가는 거리보다 평양 가는 거리가 더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한 거리를 열차로 2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고 생각을 해 보니 지난날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평양에서 함북도 무산까지 기차로 23시간이나 걸려야 정시 도착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는 전기 열차입니다. 전기 사정으로 인해 전기 열차가 달리다가도 정전이 되면 기차역이 아니고 허허벌판이고 또 터널이라고 해도 다시 전기가 올 때까지 멈춰 서있어야 합니다. 지정 좌석이 없다 보니 열차 표를 구입해도 23시간 꼬박 서서 가야 합니다.

그나마도 저는 출발 지점이 평양이다 보니 자리를 구입할 수 있었지만 중간역에서 타고 내리는 분들은 열차 문에 매달리고 심지어는 열차 지붕 위에 타고 다녀야만 합니다. 그러다 보니 열차 사고로 많은 인명 피해가 있습니다. 친척 중에 한 사람도 열차 사고로 사망한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딸이 한마디 합니다. 이곳 한국으로 오기 전 국경으로 이동 중에 10일 동안 열차 안에서 고생했던 얘기를 합니다. 목이 말라도 물 한 모금 먹을 수 없었고 화장 실안에까지 사람들이 꽉 차 있어 볼일 보지 못해 울었던 생각이 난다고 말입니다. 그야말로 사람이 살 곳이 못된다고 남편과 사위들은 말합니다. 열차 안에서 가족들은 북한에 대한 얘기를 합니다. 그래도 고향이라고 듣는 제 마음은 괜스레 조금 괴로웠습니다.

그러는 사이 4살짜리 손녀애가 제 무릎 위에 와 앉았는데 9살짜리 손녀애가 할머니는 혜선이만 예뻐한다고 시샘을 부립니다. 자식을 키우는데도 딸들은 눈앞에서 재롱을 부리는 맛에 귀엽다고 하지만 아들은 대견한 맛에 키운다고들 말합니다만 손자들 역시 다름이 없네요.

동생은 제가 챙기고 지켜주겠다고 말하는 7살짜리 손자 녀석은 바라만 봐도 대견하고 뿌듯합니다. 요즘에는 손자 자랑하려면 지갑을 열고 자랑하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때로는 제 자신이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앉으나 서나 손자녀석들 자랑으로 시간 가는 줄을 모릅니다. 친구들은 저한테 손자들한테 푹 빠진 손자 바보라고 합니다.

열차 안의 많은 분들이 부러워하는 모습으로 마냥 행복한 제 모습을 바라봅니다. 뒤에 앉은 두 노부부 어르신도 한마디 합니다. 어렵게 내려온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니 본인이 다 뿌듯하다고 보기 좋다고 합니다. 어느새 부산역에 도착 했습니다. 부산역에 도착하면 제일 하고 싶은 일이 있었습니다. 택시를 타고 모래 시장으로 갔습니다. 털게를 구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어린 시절 또 북한에서 자주 먹었던 털게 생각이 났었거든요. 그 맛을 우리 가족에게 먹여 주고 싶었습니다. 가족들은 맛있다고 별맛이라고 합니다. 부산 날씨 역시 서울보다도 더 찜통이었습니다. 모래 시장에서 많은 사람구경을 하고는 가까운 찜질방으로 갔습니다.

찜질방 역시 많은 사람들로 시끌벅적 합니다. 올여름 휴가는 부산 자갈치 시장과 부산 찜질방 그리고 기차 여행 체험으로 막을 내렸지만 남다른 추억이었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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