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추계곡에서 가족과 함께한 물놀이

김춘애∙ 탈북 방송인
2017-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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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주시 송추계곡에서 가족단위 피서객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경기도 양주시 송추계곡에서 가족단위 피서객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8월은 태양처럼 뜨거운 계절이자 여름휴가 철입니다. 연일 계속되는 열대의 강렬한 햇빛과 후덥지근한 더위를 피해 시원한 물과 푸른 바다, 그리고 숲이 우거진 계곡을 찾아 떠나는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네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는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붐비고 서울역을 비롯한 기차역들과 고속버스터미널마다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들과 친척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여름휴가 여행으로 붐비고 있습니다.

고속도로에는 자가용 승용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차들이 마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을 서서 신나게 달리고 있습니다. 그들 속에 나와 우리 가족과 함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도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올 여름 휴가는 여느 때와 조금 특색 있게 외국 여행을 가려고 계획했었거든요.

아쉽게도 외국 여행은 가게 운영때문에 바쁜 아들의 사정으로 인해 내년으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여름휴가는 나름대로 즐겨야 하기에 가족과 함께 집에서 조금 가까운 양주시 장흥면에 있는 송추계곡으로 출발했습니다. 남달리 아침 일찍 출발한다고 했었는데 목적지까지 얼마 안 되는 거리를 남겨 두고 도로는 마치 주차장처럼 차가 많이 막히네요.

한 번 가본 경험이 있는 터라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찾아 갔습니다. 워낙 소문 없이 조용한 곳이라 우리 말고 4가족이 전부였습니다. 어른들 보다도 아이들이 먼저 소통이 되네요. 또 아이들 때문에 어느새 옆에 있는 다른 가족들과도 친하게 됐거든요. 이곳 한국에 와서 아는 이없이 친척없이 살아온 우리 가족은 워낙 사람들을 좋아하는 터라 옆에 가족들과 서로 음식도 오고 갔습니다.

그분들은 시부모님을 모시고 있었습니다. 시아버님이 실향민이라고 하네요. 그분의 고향은 저의 아버님과 같은 고향이라 괜스레 반가웠습니다. 평북도가 고향인 그분도 역시 지난날 가족과 친척하나 아는 사람 한명 없는 이곳에서 때로는 고향이 그리워 함께 이곳으로 온 친구와 술로 세월을 보내기도 했지만 악착같이 살았다고 하네요.

결혼도 하고 3남매의 자녀들을 모두 대학 공부까지 시켰고 좋은 회사에서 중요한 직책을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시아버지는 역시 며느리 편이라더니 며느리 사랑이 지극정성이더군요. 그저 시작도 끝도 며느리 자랑이였습니다. 그 집 며느리와 큰딸은 친구처럼 아니 언니 동생처럼 흐르는 냇가에서 애들과 함께 시간 가는 줄을 모르네요.

음식점 사장님이 미리 예약한 닭백숙을 들고 오셨습니다. 개구쟁이들과 함께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닭다리를 뜯는 순간 너무도 행복했습니다.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한 장면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저에게 북한 만화 영화에서 나오는 ‘호비’ 같다고도 합니다. 동심으로 돌아가 철부지처럼 마냥 즐겁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남편은 손전화기에 연신 담기도 하네요.

옆집 실향민 가족을 보면서 저는 어딘가 모르게 부모님 생각이 났습니다. 이제 부모님 나이가 되고 보니 명절과 부모님 생일과 맛있는 음식을 두고도 또 즐거운 행복에서도 찾아오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은 당연하지만도 때로는 비가 내리고 눈이 와도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끝이 없습니다.

어느덧 늦은 오후 시간이 되어 우리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하루 종일 물속에서 좋아라 뛰어 놀던 손자 녀석들은 피곤해 잠이 들었습니다. 잠꼬대와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손자들의 모습을 보며 지난날 자유가 없어 언제 한 번 우리 아이들과 함께 제대로 된 여행 한 번해 보지 못한 내 고향에서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다가 통행증을 해 가지고 자강도에 있는 시 외삼촌 집을 다녀 온 적이 있었거든요. 기차역에서 내려 30리 길을 도보로 걸어야 했습니다. 그때에도 지금처럼 8월이었습니다. 장마철 후덥지근한 날씨에 굵은 땀이 비오듯 흘렀습니다. 물이 흐르는 작은 개울이 나타났습니다.

잠깐 짐을 풀어 놓고 아이들을 목욕을 시켰습니다. 등에 없고 있던 막내녀석도 물속에 내려놓았습니다. 평양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개울에서 아이들은 너무 좋아라 물장구도 치면서 시원하다고 했거든요. 저 역시 즐거워하는 애들과 함께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산골이라 해가 빨리도 져 어둑어둑해서야 삼촌집으로 들어갔거든요.

지금도 우리 아이들은 그 때가 너무 즐거웠다고 잊혀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올 여름 사랑하는 내 가족과 함께 즐거운 여름휴가를 보내면서 내년 여름휴가는 꼭 외국여행으로 좋은 추억을 만들어보자는 굳은 약속과 함께 서울에서 김춘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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