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을지훈련과 북한의 반항공 훈련

김춘애∙ 탈북 방송인
201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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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접경지 화천군 화천읍 도심 거리에서 민방위 훈련이 열리고 있다.
강원 접경지 화천군 화천읍 도심 거리에서 민방위 훈련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참 달리던 버스가 정류소도 아닌 곳에 갑자기 멈춰 섰습니다. 순간 기사 아저씨가 방송 스위치를 눌렀고 이어 민방위 훈련이 시작되었다는 목소리가 크게 울려 나옵니다. 조금 떨어진 사거리에는 벌써 민방위 대원들이 노란 옷에 신호기를 들고 모든 차들을 멈춰 세우기도 하네요. 그러고 보니 한미 을지프리덤 훈련이 시작되었다는 실감이 나기도 합니다. 전쟁 연습에 미쳐있는 북한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말입니다.

사실 제가 이곳 한국에 온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이번처럼 민방위 훈련을 실전처럼 하는 것은 아마도 처음 느껴 보는 것 같네요. 어느덧 15분이 지나고 멈추어섰던 버스와 자가용들이 또 다시 가던 길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것도 무슨 훈련인가 하는, 내 딴에 어설픈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옆에 앉아 계시던 나이 지긋한 한 어르신이 저를 돌아보며 지나가는 말로 한 마디 합니다. “북한의 도발이 끊이지 않고 있으니… 참 다시는 6.25전쟁과 같은 일이 없어야 하는데… “ 그 얘기를 들으며 답변해 줄 엄두가 나지 않아 답변 대신 멋쩍은 웃음만 짓고 말았습니다.

사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나 자신도 모르게 마음 한 구석 어딘가에서 죄를 지은 듯한   께름직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단지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아주 오래 된 일이지만 북한군에서 군 복무를 했다는 사실 때문인지 어쨌든 항상 지워지지 않는 자책감이 있습니다. 이럴 때마다 마음 아픈 동족상잔의 비극에 대한 무거운 생각을 많이 하네요.

한미 을지훈련을 앞두고 북한 당국은 전체 인민들에게 전쟁 준비로 넘어갈 데 대한 조치를 하게 하고 제대군인들과 대학생들 대상으로 재입대를 선언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쟁광 김정은의 전쟁 본능이 발작했을 뿐만 아니라 군 훈련을 직접 선두에서 지휘하고 있다고 하네요. 또 북한은 어제 오늘 연이어서 이곳 한국을 겨냥해 로켓 발사를 했다고 합니다.

사실 북한군의 훈련은 먼저 선제 타격인 전쟁 연습이지만 이곳 한미 을지훈련은 방어 훈련이며 따라서 북한군인 훈련과 이곳 남한 군인들의 훈련은 전혀 다른 목적의 훈련입니다. 며칠 전에 진행한 민방위 훈련도 북한에서 자주하던 야간 불막이 훈련과 반항공 훈련과는 전혀 목적도 형식도 달랐습니다.

이곳에서의 민방위 훈련은 그냥 화재 사고와 산사태 사고에 대처하는 훈련을 위주로 달리던 차들이 그 자리에 잠시 잠깐 멈추어 서있는 것이 전부입니다만 내 고향에서의 반항공 훈련은 그야말로 실전 전쟁처럼 진행하거든요. 3방송을 불어 댐에 따라 시내와 마을에는 개미 한 마리 얼씬 못하게 강한 통제와 단속을 하고 공기가 좋지 않은 지하철역이나 아파트 지하에서 비옷에 마스크를 하고 보통 한 시간 이상 견뎌야 합니다.

실전에 참가하는 정신이 부족하면 당생활 총화나 인민반 회의에서 전쟁 관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강한 사상투쟁을 합니다. 하나 더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것이 있네요. 가정에 있는 김부자의 3대 초상화 입니다. 전쟁을 대비해 항상 초상화 사진이 훼손되지 않도록 간수해야 한다는 것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자기 목숨보다도 더 중요한 일로 여겨야 하거든요.

인민 반장들은 자주 가정에 들어가 비상 배낭을 검열하고 지적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김 부자의 사진을 건사 하는 것도 방식이 있습니다. 물에 잠겨도 젖지 않도록 50Cm의 길이로 된 비닐 관으로 준비해야 하는데 몇몇 세대는 준비가 미약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인민반에 난데없는 소란이 났습니다. 밤사이에 한 집에서 굴뚝을 뜯어 갔다는 것입니다. 인민반회의를 열고 따져 보니 전투 비상용 배낭검열에서 지적을 받은 그들이 주민들이 깊이 잠든 새벽에 옆집 비닐 굴뚝을 뽑아갔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북한 사회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내 자신도 궁금할 정도입니다.

이번 을지 훈련, 민방위 훈련을 통해서 지나간 고향에서의 반항공 훈련과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 입니다.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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