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각서 열린 개성 인삼축제

김춘애∙ 탈북 방송인
2015.10.29
ginseng_festival_b 개성인삼 축제가 지난 17일~18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광장에서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임진각에서 진행한 개성 인삼축제장을 다녀왔습니다. 우연히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분을 통해 임진각 공원에서 개성 인삼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마침 주말이라 남편과 함께 조금 늦은 시간이었지만 축제장을 찾았습니다. 제가 사는 집에서 임진각은 차로 10분 정도 거리입니다.

이미 통일교로 들어가는 도로까지 마치 주차장처럼 자가용차들이 꽉 들어 차 있고 경찰관 아저씨들은 교통을 정리하느라 분주했고 차를 세울 공간은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사방을 둘러보고 있는데 때마침 차 한 대가 빠져 나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재빠른 동작으로 차를 주차했습니다. 한참을 걸어서 임진각 광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가족끼리 연인끼리 돗자리를 깔고 앉았습니다.

발 디딜 틈도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임진강 물결처럼 파도치는 사람들 속으로 비비고 들어갔습니다. 제일 먼저 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람 키보다 몇 배 큰 인삼 동상이었습니다. 두 다리를 버티고 장엄하게 서 있는 모습이 바로 대 장군 같았습니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인삼 튀김이었습니다.

인삼 축제라 모든 음식은 다 인삼이 들어 있어서 별미였습니다. 인삼 튀김의 맛은 조금 쌉쌀하면서도 튀김 가루에 어울려 아삭아삭 생각보다 고소합니다. 조금은 쑥스러웠지만도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누가 보건 말건 인삼 튀김을 손에 들고 먹고 있는 제 모습에 제자신이 놀랄 정도였습니다.

제 주먹보다도 크고 멋있고 잘생긴 6년짜리 인삼 2키로 그람을 구입했습니다. 제가 이곳 인삼 축제장을 몇 년 전에도 한 번 온 적이 있었습니다만 올해 개성 인삼 축제장은 예년에 없이 자랑할 만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씨름경기도 하고 인삼 동산도 만들어 놓아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도 사진을 촬영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자원 봉사자 조끼를 입은 분들이 많은 시민들을 향해 자원 봉사하느라 분주하기도 합니다. 인삼주, 인삼 우유, 인삼차를 비롯한 그야말로 한순간에 파주 개성 인삼 맛을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새 저녁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져 갑니다. 우리는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을 나와 조금 떨어져 있는 반구정의 한 음식점으로 들어갔습니다. 황희선생 고택이 있는 반구정의 장어 마을이었는데 입구에는 웬만한 집채만 한 큰 돌에 반구정 나루터라는 글이 시원스럽고 큼직하게 씌어 있었습니다. 입맛이 조금 까다롭고 미식가라 웬만한 음식점에는 잘 다니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처음 가보는 반구정 장어구이 음식점은 뭔가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저에게는 조금은 엄숙한 분위기이면서도 장엄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해가 짧아지는 가을 저녁이라 이미 초승달이 떠 있었는데 임진강 주변에 밝은 전등불이 켜 있어 그야 말로 멋진 야경이 한 눈에 들어 왔습니다. 야외식탁이라 바로 제가 앉은 창 밑에는 철책선이 늘여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메기 쏘가리 매운탕도 있었지만 한 눈에 들어오는 메뉴는 임진강에서 직접 잡았다는 장어구이였습니다. 간장 소금 양념구이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 장어구이에 복분자술까지 한 잔 곁들였습니다. 남편은 임진강의 멋진 야경에 취해 앉아 있는 제 모습을 손전화기에 기념으로 한 장 담았습니다. 저는 그 즉시 내 가족들에게 날렸고 카카오 스토리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1분도 안 되어 친구에게서 문자가 날아 왔습니다. 고향이 제일 가까운 곳이니 한번 오면 내가 멋지고 분위기 좋은 이곳에서 장어구이를 대접하겠다고 하니 그 친구 역시 꼭 오겠다고 합니다. 저녁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개성인삼 축제장에서는 불꽃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녁을 먹다 말고 음식점 지붕 위에 있는 옥상으로 무조건 뛰어 올랐습니다. 남편도 식당 직원들도 올라 왔습니다. 순간 저 불꽃이 고향으로 튀어 오르는 듯 했습니다. 고향 생각으로 마음이 짠합니다. 왠지 다른 고장 축제장에서 진행 하는 불꽃놀이보다는 조금 짧았다는 아쉬운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개성인삼 축제장에서 오르는 불꽃과 함께 임진강 야경은 더더욱 화려 하고 멋졌습니다.

비록 우연히 알고 찾아간 개성 인삼축제 장이었지만 먹을거리 볼거리가 풍만한 뜻깊은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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