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저는 분단된 아픔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판문점 안보 관광을 다녀왔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북한군과 마주 하고 있는 비무장지대인 판문점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도 꼭 방문하는 관광지로 손꼽히고 직접 체험을 하는 관광객들은 기대 이상의 감동을 갖고 돌아간다고 합니다.
판문점 관광에 앞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파주에 있는 프로방스라는 식당으로 갔습니다. 식사 시간보다 조금 미리 도착한 관광객들은 프로방스를 천천히 구경했는데 그 주변에는 고기집, 한정식, 이탈리아 국수를 파는 파스타집 등 다양한 식당들이 많았습니다.
프로방스는 맛 집으로 소문이 났고 분위기 또한 좋은 집이었습니다. 직원들은 우리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아주 친절했습니다. 제일 먼저 식당에서 직접 구웠다는 밀빵이 나왔는데 따끈따끈한 빵에 버터를 발라 먹으니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어 저는 빵 하나를 더 달랬습니다. 이 나이가 들도록 빵을 곱빼기로 먹기는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샐러드, 양송이 크림수프, 게살수프 등 이름조차 부르기 까다롭고 힘든 별미의 음식들이 줄지어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두툼한 쇠고기구이, 안심스테이크가 나왔습니다. 이미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먹었지만 저는 배부른 줄 모르고 스테이크를 먹었습니다. 양념도 맛있고 고기도 연했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점심을 먹고 관광객 일행은 다시 버스를 타고 자유로를 따라 출발했습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인 JSA 경비 초소에 도착하자 군용버스로 바꿔 타고 약 한 시간 동안 관광을 하게 되는데 헌병 안내원은 카메라와 가방을 비롯해 일체 아무것도 손에 들어서는 안 되며, 북한을 향해 손짓을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드디어 우리가 탄 군용버스는 15분 정도 달려 철책선을 넘어 자유의 집에 도착하자 버스에서 내려 '자유의 집' 2층으로 올라가 부대장님의 안내를 받으며 북한쪽 통일각이 바라보이는 판문점으로 갔습니다.
간단한 해설을 듣고는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북한에 가까워 오자 저의 마음은 조금 떨리기도 했습니다. 북한 '통일각' 계단 위에 있는 북한군인 한 명이 줄곧 쌍안경을 들고 계속 우리 쪽을 감시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뚜렷이 보였습니다. 안내원의 해설을 들으며 남북한 간부들이 모여 회담을 했다는 회담 장소에 직접 들어가 군인장병들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한참 정신없이 기념사진을 찍던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자칫 하면 북한쪽에 발을 디딜 뻔했습니다. 근무를 서고 있는 장병의 바로 뒤에 흰 선이 있는데 그 선을 밟으면 북한쪽에 연결이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가지고 간 손전화기로 여러 장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다시 우리는 군용 버스를 타고 1976년 8월 19일 도끼 만행 사건이 있었다는 현장도 돌아보았습니다.
6,25 전쟁 이후 포로교환이 이루어졌던 '돌아오지 않는 다리'도 직접 보았습니다. 60년이 넘도록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 무성한 숲과 갈대나무들과 국경 없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이름 모를 새들도 보았고 작은 짐승들도 얼핏 보았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밤이나 낮이나 쉬지도 않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 년 365일을 긴장된 환경 속에서 근무를 수행하는 우리 장병들의 늠름한 모습도 보았습니다. 군 장병의 안내와 해설을 들으며 우리가 탄 군용 버스는 우리나라 최북단 마을인 대성동 자유의 마을 주변을 돌았습니다. 마을에는 100m 높이의 우리나라 태극기가 펄펄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안내원의 말에 따르면 이곳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6,25 전쟁 이전부터 거주하고 살아온 주민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들은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성동 자유의 마을 맞은편에는 북한 측 기정동 마을이 있었는데 경쟁이라도 하는 듯 북한 측 깃발의 높이는 우리나라 태극기 보다 60m가 더 높은 160m의 높이에 꽂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북한 군 초소와 군인들의 모습도 얼핏 보였습니다. 우리는 군용 버스를 관광버스로 바꿔 타고 남북출입국사무소로 갔습니다. 예쁘게 생긴 안내원의 해설과 함께 직접 입. 출경 절차를 밟아 나가 개성공단 물류 창고도 눈으로 보았습니다. 개성공단은 거기서 한 5분 정도 걸어가면 있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우리는 버스를 타고 도라산 통일전망대로 갔습니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자랑하는 해발 140m 높이의 오두산에 세워진 통일 전망대에서는 북한 땅을 직접 눈으로 볼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전망대에 올라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그리고 500원 동전을 넣으면 북한을 바라볼 수 있는 망원경도 있었지만 맑은 날씨라 망원경 없이도 북한 황해도와 멀리 송악산도 보였습니다.
북한 관련 전시관도 돌아보았는데 제일 감명 깊었던 것은 이산가족 상봉사진들이었습니다. 친척 집에 잠깐 다녀오겠다고 집을 떠났다가 철조망이 가로 놓이는 바람에 60년 동안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살아오던 부모형제들이 서로 잠시 만나 또 언제 만날지 모를 기약 없는 이별을 눈앞에 두고 눈물을 흘리는 사진들을 보면서 나도 사랑하는 형제들과 만날 수 있을까, 언제면 그들처럼 상봉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리고 통일 전망대 위에서 바라보이는 서울의 웅장한 모습과 반대편에 있는 북한쪽의 불과 몇 채 안 되는 아파트들을 비교해 보니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밤이 되면 한쪽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야경이 펼쳐지고 그 반대쪽은 캄캄한 암흑, 그야말로 한쪽에서는 천국 같은 지상낙원이 펼쳐지고 내가 바라보는 이 순간에도 한쪽에서는 지옥 같은 암흑의 세상에서 우리 부모형제들이 굶주림과 추위에 떨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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