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산의 잘 사는 경제이야기] 은행 (2) - 개인∙ 기업의 경제 활동에 윤활유
김태산∙ 북한사회연구원 부원장
2009-06-11
지난 번엔 남조선 은행들이 개인과 국가 경제 사이에서 하는 역할에 대해 얘기를 해봤습니다. 오늘 시간에도 '은행' 두번째 이야기 이어갑니다.
북조선 정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은행은 돈 많고 잘 사는 부자들만을 위한 곳이며 은행들이 높은 이자율로 자금을 대출해 주었다가는 빚을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을 잡아먹어서 더 큰 자본가가 되는 ‘은행 과두 현상’에 대하여 크게 선전을 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와 정반대입니다. 남쪽 개인들의 경제생활은 물론, 기업들의 경제 활동에도 은행의 역할은 큽니다.
따라서 주민들의 생활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중요성도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북쪽과는 달리, 남쪽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은행에 들러 일을 처리하고 기업이든 개인이든 은행과 떨어져 생활할 수 없습니다.
지난 번에 소개 해드린대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대출’과 돈을 저금하는 일 외에도 은행에서는 개인들을 위해 많은 봉사를 합니다. 은행은 현금 대신 가지고 다니며 거의 모든 상점과 식당에서 사용할 수 있고, 자기 통장에 넣은 돈도 뽑아서 사용할 수 있는 자그마한 ‘전자 현금카드’를 발행합니다. 그래서 주머니에 많은 현금을 직접 넣고 다닐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또 모든 은행이 기업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남조선 돈뿐만 아니라 외국 돈을 환전해주고 해외 송금도 얼마든지 해줍니다. 특히 자본주의 은행들은 자기 은행에 거래하는 손님들에 대한 개인 비밀을 철저히 보장해 주기 때문에 본인 외에는 누가 돈을 얼마나 저축했는지 절대로 알 수 없습니다.
또 자본주의 사회에서 은행의 역할은 이뿐만 아닙니다.
국가적으로 큰 의의가 있거나 인민들을 위해 꼭 해야 할, 돈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 큰 공사 같은 것도 은행이 먼저 돈을 대 주기 때문에 진행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국가 예산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기업들이 투자를 하는 형식으로 큰 공사를 할 때는 은행의 도움이 없이는 규모가 작은 기업으로선 어림도 없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은행은 북쪽에서 선전하는 것처럼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반 인민들을 위하여 더욱 절실히 필요한 것이며 국가의 경제 발전에도 매우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가 산업은행이나 중소기업은행, 농협 등 전문부문 은행을 통하여 나라 경제의 균형적인 발전을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수단이기도 합니다.
물론, 북쪽에도 은행은 있습니다.
그러나 오직 국가의 두 가지 은행 중 하나인 중앙은행만 지점을 각 도와 군에 한 개씩 두는 정도입니다. 그 외 국가 은행 중의 하나인 ‘무역은행’은 국제 호텔들에 한두 명의 성원들로 구성된 외국인들을 위한 비상설 환전소나 두고 있지요.
평양에는 ‘대성은행’을 비롯한 외환 은행들과 ‘통일 발전 은행’이라는 전문 기관들을 위한 은행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 은행들이 북조선의 일반 인민들을 위하여 일하는 경우는 전혀 없습니다.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은행은 바로 중앙은행과 그 지점들인데 이 은행들마저도 국가기관이나 기업소들 사이에 오고가는 행표 처리나 해주고 겨우 돈을 모아서 노동자 사무원들 노임이나 주는 게 역할의 전부입니다. 지금은 생산 공장들의 액상계획이나 집계하던 지난 기간의 사업을 떠나서 국가 공장 기업소들에 대출도 해 준다고는 합니다.
그러나 경제가 너무 추락했고 기업 관리의 자율화가 지금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해 기업들은 대출받은 자금도 갚지 못하고 주저앉은 상태입니다.
원래 노동자 사무원들이 받는 노임이 매우 적어서 저금 할 돈도 없거니와 장사꾼들은 국가의 은행이 무서워서 많은 돈을 집에 묶어두고 저금을 안 하니 돈이 회전을 못하여 경제는 더욱더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인민들이 국가의 은행을 무서워한다는 것은 우선 은행에 저금하면 이익은 고사하고 얼마를 저금했다는 개인 비밀을 보안서나 보위부에서 알게 되어 어떻게 많은 돈을 벌었는가 하고 조사를 받게 되며 또 저금했던 돈은 주인이 찾아 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은행에서 개인들이 저금했던 돈을 찾아 쓰려면 돈이 없다며 주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돈 주인이 은행원에게 찾으려는 돈의 20% 정도의 뇌물을 주어야 돈을 내 주는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북쪽 정부가 너무도 정세를 긴장시키고 언젠가는 한번 남조선과 싸움을 해서 조국통일을 해야 한다고 선전하니까 인민들은 전쟁나면 모든 것을 다 잃을 가봐 무서워서 저금을 절대 안 하고 있습니다.
그런 데다가 다른 나라들에서는 화폐 교환을 하면 오랜 시간 동안 낡은 돈과 새 돈을 함께 사용하면서 국가은행들이 알아서 낡은 화폐는 걷어 들이는데 북쪽에서는 그 많은 화폐를 비밀리에 3일 정도 안에 몽땅 바꾸어 버리면서 개별적인 사람들에게 많은 불편과 손해를 줍니다.
개인들이 자기 나라 은행을 믿지 못하고 저금을 안 하니 경제가 멈추고 그러니까 정부는 급작스럽고 제한된 액수 또는 은행에 저금했던 돈만을 새로운 화폐로 교환해주는 폭력적이며 반인민적인 시책을 실시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북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나 미국 달러와 같은 담보성이 변하지 않는 외화로 바꾸어서 모두 저장을 하는 형편입니다.
한마디로 북조선 인민들은 아무런 담보도 없는 자기 나라의 은행은 물론 자기 나라의 화폐도 믿지를 못하는 것입니다. 또 북쪽의 모든 은행들은 자본주의 식으로 보면 자기 역할을 못해 원래 파산해야 하는데, 국가가 걷어 안고 국가의 돈과 쌀을 주며 공짜로 먹여 살리는 모양입니다.
은행들은 철저히 인민들의 돈을 관리해주며 늘여주는 심부름꾼 노릇을 잘하고 나라의 경제 발전을 추동하는 사업을 통하여 벌어 먹고살아야 하는데, 북조선의 은행들은 오히려 인민들이 저금한 돈을 가지고 인민들에게 호령하고 있으며 국가의 경제 발전에 장애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돈주머니가 구멍 나고 허술하면 돈이 빠져나가듯이 정부가 은행의 역할을 부정하고 그 활용을 잘못한다면 그 나라의 경제와 인민 생활은 절대로 일으켜 세울 수가 없습니다.
아무쪼록 북조선도 이런 은행의 역할을 부정만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국제 경제가 돌아가는데 이용해 나라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하나의 주춧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앞으로 은행의 신세를 져서, 작은 사업이나 장사도 안정하게 하고 또 돈을 벌어서 은행에 저금도 하고 자그마한 은행 카드 하나 가지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사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에서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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