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보는 한반도 역사] ⑫남과 북의 문화재

워싱턴-이규상 leek@rfa.org
2010.04.27
smuggled_pot-305.jpg 작년 12월 가야에서 제작된 문화재급 토기 수십점을 도굴해 판 도굴꾼이 경찰에 붙잡혔다. 22일 서울경찰청 관계자들이 박모 씨가 도굴한 토기류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남과 북은 5천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유산의 관리나 보호는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수 천 년에 거친 외부의 침략과 전쟁 등으로 문화재가 유실 된 것은 물론 도굴꾼들로 인해 많은 문화재가 외부로 유출되고 있어 남과 북은 전 세계적으로 대표되는 문화재 약탈 피해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 2008년 2월에는 남한의 국보 제1호인 숭례문이 방화로 인해 소실되어 문화재 관리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촉구되고 있습니다. 바로 보는 한반도 역사, 오늘은 남과 북의 문화재 관리에 대해 살펴봅니다.

북한은 지난 1949년부터 유적발굴을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남한보다 약15년 앞선 것입니다. 북한은 이미 1946년 문화재 보존에 관한 법령을 만들고 1946년 이후부터 내각 직속으로 조선 물질문화 유물조사 보존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무상 책임아래 유물유적을 발굴, 보존해왔습니다.

북한의 유물, 유적 발굴 조사연구사업은 1960년대 까지는 비교적 활발하게 추진했지만 1960년대 말 이후부터 부진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1960년대 말부터 북한은 김일성 유일지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정권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유적, 유물 발굴보다는 김일성 집안의 우상화를 목적으로 한 근대사 왜곡에 주력했기 때문이라 역사학자들은 설명합니다.

남한 세종대학교 역사학과의 하문식 교수는 북한의 문화재 선정과정은 정치적 상황과 아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문식: 북한에서 문화재를 지정하는 것은 북한의 내부사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금까지 3,4차례 지정을 바꾼 사례가 있다. 가장 최근 이루어진 것은 1990년대 초반 대동강 문화권이라고 해서 주체사상을 확립시키기 위해...

해방직후 북한은 ‘민족문화건설’이라는 미명으로 모든 민족문화를 사회주의이념에 입각해 개조하고, 이를 체제 선전과 주민교양에 적극 이용해 왔습니다. 북한은 또 사회주의 이념과 반대되는 유교와 불교 등 종교문화와 민속놀이와 같은 무형문화재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유물사관에 입각해 문화재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하문식: 정치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무형보다는 유형을 많이 지정하고 있다. 그래서 무형문화재는 없지만 전문가들이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광복 이전에 있었던 우리의 정신적인 문화재인 무형문화제가 멸시 됐다는 것은 아주 아쉽다.

유형문화재에 있어서도 북한은 정치적 목적에 따라 문화재의 관리도 차별화 하고 있어 관심 밖의 문화재들의 보존상태가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문식 교수는 지적합니다.

하문식: 북한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화재는 남한 못지않게 잘 보호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고구려 문화재라도 북한에서 관심 밖에 있는 유적은 문화재를 보호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아주 어설프게 하고 있어 지금도 많이 파괴되고 있다. 문화재 외적의 요소들이 많이 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하문식 교수의 설명대로 북한의 경제상황은 문화재 관리를 소월하게 하는 주요인 중에 하나입니다. 다행이도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이후 남과 북의 문화적 교류가 활발해져 북한 문화재 보호를 위한 지원이 어느 정도 까지는 이뤄진 상황이라고 하 교수는 말합니다.

하문식: 2,000년 이후 남과 북이 문화재 쪽으로 많은 접촉을 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유네스코를 통해 고구려 벽화나 고분과 같은 고구려 유적에 대한 보존 문제, 그리고 한국의 불교사찰 쪽에서 개성과 금강산을 중심으로 고려시대 절터의 복원, 건물 복원 등을 많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최근 정치 상황 때문에 거의 중단된 상태이다.

남한과 북한의 문화재 보존에 있어서 또 한 가지의 큰 문제는 문화재의 해외 반출입니다. 남한에서는 한 달에도 약 240여점의 문화재가 도굴꾼들에 의해 나라 밖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상들이 물려준 우리의 문화유산이 도둑들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도 남한과 마찬가지로 문화재의 도굴과 유출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특히 계속되는 경제난으로 많은 문화재들이 외화벌이 수단으로 중국으로 유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남한 골동품 시장에서 북한 문화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 북한문화재 밀반입도 크게 늘고 있고 또 북한에서의 문화재 도굴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세종대학교 하문식 교수는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한반도의 문화유산을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기 위해서는 문화재 보호를 위한 남과 북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하문식: 남쪽과 북쪽이 문화재를 중요시 여기는 데는 공감하고 있지만 정치적 상황 때문에 그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무엇보다 서로 이념을 떠나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유적은 선사시대 유적이라고 본다. 그래서 구석기 시대, 신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에 대한 협력이 먼저 이뤄져 신뢰가 구축된다면 역사시대 유물에 대한 공동 연구도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50년 넘는 분단으로 남과 북의 역사관은 많이 이질화 되어 있지만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대화를 거부한다면 훗날 우리의 역사관을 동질화 하는데 더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하 교수는 말합니다.

하문식: 견해의 차이는 있다. 특히 대동강 문화권이 설정되면서 북한의 역사의 틀이 많이 바뀌고 있다. 같은 우리민족의 문화유산이고 역사이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가 개척해 나가야 한다. 그것을 견해 차이가 크다고 서로 인식을 같이 하지 않으면 앞으로 간격이 더 벌어질 수 밖에 없다. 북한 학자들도 이런 면에서는 공감하고 있다.

바로 보는 한반도 역사 오늘은 남과 북의 문화재 관리와 보존을 살펴봤습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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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nymous
2017-06-10 14:17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