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무역일꾼 여명거리 외화계획에 곤욕

워싱턴-한영진 jungy@rfa.org
2017-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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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평양 여명거리 건설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평양 여명거리 건설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원희: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를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이원희 입니다. 오늘도 한영진기자와 함께 합니다. 한 기자, 오늘 우리가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한영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얼마전 여명거리 공사장을 돌아보고 올해 4월15일까지 무조건 완성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 이후 황병서, 최룡해 등 북한 지도부가 여명거리 공사장을 찾아가 독려하고 있는데요,

특히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능력이 부족하다고 자아반성한 이후 북한 무역일꾼들은 공사에 필요한 외화계획을 넘쳐 수행하겠다는 자필 서약까지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 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원희: 북한 김정은이 여명거리 공사를 4월 15일까지 끝내라고 지시하자, 온 나라가 들끓고 있겠군요. 지금 북한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한영진: 그렇습니다. 지난 1월 26일 북한 매체가 김정은의 여명거리 현지지도 소식을 보도했지요. 그 다음에 군대와 청년 돌격대원들이 공사에 투입되고 있다고 북한 매체가 전하고 있는데요, 이 보도 내용을 한번 듣고 넘어가겠습니다.

북한tv 녹취: 이 여명거리 건설은 단순한 거리 형성이 아니라, 제국주의와의 치열한 대결전이며 사회주의 수호전입니다.

김정은은 여명거리 공사를 “제국주의와의 대결전” “사회주의 수호전”이라고 하면서 올해 4월 15일까지 무조건 끝내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원희: 김정은이 여명거리를 조기에 끝내라고 조급성을 보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한영진: 김정은은 여명거리 건설를 통해 자신이 ‘건축의 대가’라는 업적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원래 지도자에게는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이 있지요. 아버지인 김정일은 예술에 관심이 높았지요. 그래서 혁명가극, 혁명연극, 영화, 그리고 보천보 전자악단 등 예술단을 만들었지요.

하지만, 김정은은 건설과 위락 시설 짓기에 특별히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집권 이후 릉라유원지, 마식령 스키장 등과 미래과학자 거리, 여명거리 건설을 하면서 업적쌓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있는 한 탈북 인사는 “김정은이 아버지만큼 인정받자면, 여명거리 같은 거리를 10개는 더 지어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정일은 80년대 평양시 수도건설을 주도하면서 문수거리, 통일거리, 개선문, 주체탑 등 많은 건축물을 세웠지요. 때문에 김정은도 더 많은 건축물을 만들어야 인민들이 지도자로 인정한다는 겁니다.

이원희: 그런데 북한 간부들은 여명거리 건설을 가리켜 무슨 “제국주의와의 대결전”이다고 주장하는 데 이 공사와 대결은 무슨 관계에 있습니까.

한영진: 북한이 아파트 짓는 일과 ‘제국주의자들과의 대결전, 사회주의 수호전’이라는 말을 연계짓는 것은 유엔대북제재가 헛된 조치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세계가 북한에 대고 핵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라고 하지, 아파트를 짓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공사와 제재를 연계시키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 일본 유엔이 제재해도 우리는 끄떡없다는 것을 선전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겁니다.

이원희: 북한이 하는 일들을 보면 전부 미국과 결부시키고 있는데요, 그 이유라도 있습니까,

한영진: 김정은은 현재 인민들이 못사는 원인이 미국 때문이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주입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야만 자신에게 향하는 민심의 분노를 미국쪽으로 돌릴 수 있다고 타산한다는 겁니다.

이원희: 자, 여명거리 아파트가 과연 일반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한영진: 북한이 온나라 역량을 총 동원해 여명거리를 짓고 있는데요, 물론 몇몇 사람은 혜택을 보겠지요.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여기에 입주할 주민이 1만2천명이라고 합니다. 그외 다른 사람들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그런데 공사에 동원된 건설 인력은 연 800만명이라고 합니다. 매일 수십만명이 투입되고 있다는 소린데, 일반 주민들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즉 돌격대, 군인들은 몸으로 때우고, 상인들과 일반 주민들은 돈과 지원물자로 때워야 한다는 겁니다.

이원희: 한국에서는 건설장에 군인이나 학생 등 일반 주민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지요?

한영진: 그렇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건설을 할 때 사고가 날까봐 건설장에 필요한 인력 외에는 접근하지 못하게 통제합니다. 하지만, 북한에는 건설을 전문 인력이 하는 게 아니라 전체 인민이 동원되는 방식인데요.

한국의 경우 건설자들은 하루 일하면 일당 100달러 정도 받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전부 공짜입니다. 군대, 청년 돌격대, 대학생, 중학생, 가두 인민반원들까지 전부 보수를 받지 못하고 일하는 거죠.

이원희: 그렇게 날림식으로 건설한 건물의 안전이 보장되겠습니까,

한영진: 러시아 대사관이 공개한 사진을 보니 벌써 아파트에 입주해 사는 사람들이 있어요.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주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외벽 미장도 못한 집에 유리창문이 달려 있었고, 안에서 사람들이 내다보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한국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주택을 지으면 내부 마감 공사까지 마친 다음 사람들을 입주시킵니다. 왜냐면 사고가 나면 보험회사에서 돈을 많이 내기 때문에 제한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건물 뼈대만 세우고 주민들에게 알아서 꾸려서 살라고 합니다.

이원희: 그런데 김정은이 돌아본 아파트를 보니까 내부 장식이 끝나 보이는데요?

한영진: 그것은 본보기로 지은 집입니다. 김정은이 방문하거나 특수한 경우를 대비해 꾸려놓은 모델 하우스라는 것인데요. 그 외 다른 집들은 입주자들이 자체로 꾸려야 합니다.

이원희: 김정은 한 사람의 비위를 맞추느라 온 나라 주민들이 뛰어들고 있군요.

한영진: 원래 김정은은 여명거리를 작년 10월 10일까지 완성하라고, 거의 1년 동안 다 짓겠다는 의도였는데요. 하지만, 도중에 함경북도 북부 지구에 홍수가 발생하면서 우선 순위에서 밀렸습니다. 그 계획을 변경시켜 올해 4월 15일까지 완공하라고 지시했는데. 물론 김정은이 지시했으니까, 다 완성할겁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들어가는 주민들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겁니다.

이원희: 서른 초반의 젊은 지도자가 건설을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혹시 잘못된 지시라는 걸 알아도 주변 간부들이 말을 못하겠지요?

한영진: 당연합니다. 거기에 다른 말을 했다가는 장성택이나 현영철과 같이 처형될 수 있기 때문에 바른 말을 못합니다. 그 주변에 건설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대로 말을 못하는 거죠. 그냥 안전상 문제가 있는 줄 알면서도 그냥 집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원희: 김정은이 자아반성 한 다음에 북한 무역일꾼들을 호되게 쥐어짠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정말 그렇습니까,

한영진: 북한이 여명거리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또 무역일꾼들에게 외화벌이 계획량을 두배로 올렸다고 합니다.

남한의 대북민간 단체에 따르면 중국에 파견된 북한 무역회사들과 개별적인 무역 주재원들이 외화벌이 계획을 할당받았는데요, 지난해에 비해 두배나 높았다고 전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한 북한 모란무역회사라는 외화벌이 회사는 지난해 액상계획이 140만 달러였는데, 올해에는 250만 달러를 부여 받았다고 합니다. 특히 무역일꾼들은 외화벌이 계획을 무조건 수행하겠다는 서약서까지 썼다고 합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자아비판을 한 이후 북한 주민들과 무역회사들이 바짝 긴장했다고 합니다.

이원희: 서약을 하면 어떻게 되는가요?

한영진: 일단 충성 서약을 했다는 것은 외화벌이 계획을 못하면 온갖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서약서나 다름없습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자아반성을 한 다음, 당에서는 “전사들이 충성으로 받들지 못했기 때문에 원수님(김정은)이 저렇게 마음 고생한다”면서 주민들을 호되게 몰아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이원희: 김정은의 자아비판이 결국 외화벌이 일꾼이나 주민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군요. 한기자 수고했습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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