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요즘 일본 동부지역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원자력 발전소 폭발 소식은 전 세계인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녹취: 영화 '일본침몰'>
5년 전 제작비 약 2천만 달러를 들여 최고의 흥행작으로 평가됐던 일본의 초대형 재난영화 '일본침몰'의 한 장면입니다. 영화 속 대재앙이 현실로 옮겨진 듯, 지금 온 일본열도가 대지진 앞에 망연자실하고 있습니다.
파도 높이 10m의 거대한 괴물이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는 어젯날 단란했던 가정이 흔적 없이 사라지고, 수출을 기다리던 수천대의 새 자동차들이 장난감마냥 쓰레기더미에 널려졌습니다.
북한 언론매체들도 이 소식을 전하고 있어 청취자 여러분도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이러한 재난 속에서도 일본인들의 침착함과 남을 배려하는 정신은 세상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 언론이 전하지 않는 일본인들의 이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인들의 침착성에 관한 한국 언론의 보도내용을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KBS>
"먹을거리와 생필품을 사러 길게 줄을 선 사람들…. 물품 대부분이 동나기 직전이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각자 필요한 만큼만 담아갑니다"
지진을 겪은 지방에는 전기가 끊어지고 수돗물이 중단됐습니다. 재난지역의 한 수돗물 공급소. 축구장 넓이만한 운동장에 팔자 모양으로 오불고불하게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물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한눈에 봐도 100미터는 넘어 보입니다.
수도 공급이 끊기면서 주민들은 공공 수도 시설로 몰렸습니다. 이마저도 언제 중단될지 몰라 양껏 담아가고 싶지만 이웃을 생각하며 양심껏 받아갑니다.
팔자 모양으로 길게 늘어선 다른 곳은 석유 공급소. 석유를 받으러 나온 사람들도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립니다. 누구하나 바쁘다고 끼어드는 사람도 없고, 많이 가져가겠다고 다투는 사람도 없습니다.
상점에 가면 라면이나 초콜릿과 같은 식료품도 먹으리만큼, 그리고 남들도 가져갈 수 있게 조금씩 사들고 나섭니다. 아직까지 재난 지역에서 단 한건의 강력범죄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녹취: KBS보도>
"대피소에서 오랜 시간 기다려 받은 한 끼 식사는 빵과 토마토 하나가 전부. 그러나 나눠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표정에는 하나같이 침착하고 여유가 느껴집니다. 철도 역사든, 버스 정류장이든 어느 누구 하나 불평 없이 차례를 기다리고 양보하는 사람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도쿄에서 수백 명이 광장으로 대피하는 가운데 남성은 여성을 돕고, 길바닥에는 쓰레기 하나 떨어져 있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해일에 모든 것을 잃고 맨몸만 남았지만, 남을 먼저 배려하는 높은 국민의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서로 돕는 마음도 돋보입니다.
"도쿄의 동네 상점에서는 지진 피해 지역 주민들을 돕기 위한 자체 모금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상점 주인들은 생수병에 구멍을 내 임시 모금함을 만들고, 손님들은 거스름돈을 기꺼이 내놓습니다"
일본 사람들의 이러한 국민성은 어릴 때부터 형성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부모들로부터 "남에게 피해되는 행동을 해선 안된다" "어려울 때는 서로 양보해야 한다"는 가정교육을 잘 받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우선 가정에서 부모들이 이렇게 가르치고,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가르치고, 결국 사회가 이러한 국민적 기풍을 만들었다는 애깁니다.
또 가족 친척을 잃었다고 울분을 터뜨리는 일본 사람도 없고, 조용히 흐느끼고 서로 부둥켜안습니다. 일본 언론들도 사람들이 절망과 비관에 찬 모습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과장되지 않고 성숙한 자세로 정확한 정보와 대처 요령을 알려줍니다.
이러한 일본인들의 정신세계를 두고 세계는 칭찬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해외 언론들은 "일본인의 인내심이 대단하다", "인류가 더 강해지고 있다는 걸 일본이 보여줬다"며 대재앙 앞에서 의연한 일본인들의 자세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이러한 높은 국민성이 일본으로 하여금 이번 피해를 가시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습니다.
지금, 일본의 눈물을 닦아주자는 세계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미국은 서태평양에서 활동하고 있는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센다이 앞바다에 파견해 구조와 복구활동을 돕고 있습니다. 영토분쟁으로 일본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했던 러시아와 중국도 아낌없이 지원물자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약 88개 국가와 국제기구, 기업들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어려울 때 그 진가가 나타난다"고, 유명 배우들과 체육선수들도 지진 돕기에 두 팔을 걷어 올렸습니다.
'겨울연가'의 주인공으로 북한에도 잘 알려진 배용준은 한국 돈 10억 원, 미화 90만 달러를 일본 지진 성금으로 내놨고, 배우 이병헌도 60만 달러(7억 원)이상을 내놨습니다.
한국의 축구 수타 박지성 선수도 1억원, 야구 선수 박찬호 선수도 일본돈 1천만 엔을 쾌척했습니다. 이처럼 일본의 대지진은 세계가 국경을 넘어 하나의 지구촌임을 실감나게 해주고 있습니다.
이웃 나라인 북한에서도 일본을 동정하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14일 북한 적십자회 장재언 위원장은 일본 적십자사 대표에게 위로전문을 보냈고,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5일 평양 주민들이 "선량한 일본인민에게 적대감을 품을 리유가 없다"는 발언도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납치문제로 꼬여 있는 북일관계. 식민지 배상금에 목메 있는 북한, 과연 진심어린 위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녹취: 북, 일본지진 위로 관련 보도>
과거야 어쨌든 "일본이라는 나라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해달라"고 호소한 한 연예인의 말이 심금을 울립니다.
=수령 우상화에 선전되는 북한의 CNC 자랑
이번엔 화제를 좀 바꿔 북한이 자랑하는 CNC에 대해 좀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2일부터 노동신문 2면에는 ‘장군님과 CNC’라는 도서가 연재 기사로 실리고 있습니다. 이 도서를 쓴 노동신문 논설원 송미란은 얼마 전 ‘김일성상(노동신문 12일자 보도)’을 수여받았습니다.
한 때 CNC가 후계자 김정은의 경제 관련 업적으로 선전될 거라던 예상과 달리 결국 CNC는 김정일의 성과로 치적되고 있습니다.
CNC란 영문자로(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로 컴퓨터수치제어조종 공작기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공작기계와 연결된 작업프로그램에 정보를 입력해 자동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을 말합니다.
CNC에 대해 잘 모르는 북한 주민들은 당국이 선전하는 대로 CNC가 정말 최첨단 기계인 것처럼 생각하겠지만, 실은 한국에는 일반 중소기업에도 이미 오래 전에 도입됐습니다.
실례로 한국의 도장가게에서는 도장 새기는 일도 컴퓨터가 다 합니다. 도장 노즐과 연동된 컴퓨터에 필요한 이름을 입력시키고 시작 버튼을 누르면 기계가 알아서 도장을 말끔하게 새깁니다.
CNC의 원조는 1952년 미국의 메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먼저 나왔으니, 미국이 CNC의 원조국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CNC화된 컴퓨터 프로그램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쏟아집니다. 이렇게 흔해빠진 CNC를 놓고 북한은 ‘세계 최첨단’이라고 수령우상화에 선전합니다.
여러분들은 아마 1970년대 북한에서 불었던 황해제철소 자동화 공정이 기억날 것입니다. 당시 김정일은 자기 집무실에서 쓰던 자동화 기구까지 보내 황해제철소를 현대적인 자동화의 본보기로 꾸린다고 굉장히 소문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떻게 됐습니까, 황해제철소는 파철더미로 변했고, 떠들썩했던 자동화 공정은 제구실도 못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정치는 정치대로 돌고, 경제는 경제대로 자기가 가는 길이 따로 있습니다. 아무리 유능한 정치가라고 해서 유능한 경제가가 된다는 법은 없습니다.
다 자기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 가지를 가지고 깊이 연구한 사람은 전문가라는 말을 듣지만, 이것저것 다 할 줄 안다는 사람은 ‘돌팔이 의사’라는 말밖에 듣지 못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최민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