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매체의 한 주간 동향을 살펴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 얼마 전 평양시 한 가운데 중국어로 된 상점 간판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광복지구상업중심'이라는 간판에 병기된 중국 한자인데요. 개혁, 개방 30년 만에 국가 자본주의로 발전한 중국이 북한에 손을 뻗치고 있습니다.
- 북한의 인민방송원 리춘희 씨가 중국 공영 텔레비전 방송에 깜짝 등장했습니다. 자신이 보도 1선에서 물러난 배경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면서 달라진 북한매체의 동향을 알아봅니다.
이상 북한 매체의 보도내용을 가지고 알아보겠습니다.
얼마 전 북한이 광복거리에 대형마트를 열었다는 보도(뉴스)를 전해드렸는데요, 이번 시간엔 좀 더 구체적으로 북한 매체에 소개된 '광복지구상업중심'의 간판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난 25일 북한 텔레비전은 '광복지구상업중심'에 대해 소개하면서 이 상점의 간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북한중앙TV> "김영옥 지배인: 그런데 문득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자신께서 밤새 광복백화점의 명칭에 대해 생각해보셨는데, 이 상점의 간판을 광복지구상업중심으로 하는 게 어떤 가고 물으시였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발기로 이 상업 간판이 생겨났다고 북한에서는 선전하지만, 외부에서는 이와 다르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원래 상업중심이란 중국에서 대형마트를 표현할 때 쓰는 단어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해 5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장쑤성 양저우의 대형마트를 시찰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모두 7차례 방문했지만, 대형마트를 찾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녹취: 북한중앙TV>: "시장을 돌아보시면서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과일과 남새(채소), 기름을 비롯한 상품의 가지 수와 질, 경영활동방식에 대해 요해(파악)하시었습니다."
중국의 대형마트를 인상 깊게 돌아본 김 위원장이 귀국해서 그와 비슷한 상점을 열라고 지시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광복지구상업중심'이 개업할 때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 직원들과 중국 측 인사들이 참가해 (마트를 공동 운영하는데)책임감을 높이자고 역설했습니다.
<녹취: 중국 투자자 축사> "우리는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스스로에 대해 엄격해야 하며 책임감과 투철한 직업 정신을 가지고 성실히 일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 이 대형마트에 중국어 간판을 함께 단 것은 중국과 합영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중국과 4:6의 비율로 이 상점의 지분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합영기업은 양측이 공동으로 투자하고, 거기서 나오는 이윤을 지분의 몫에 따라 나누어 가지는 방식입니다. 만약 중국 측이 60%이상 지분을 확보했다면 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게 됩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광복지구상업중심'에 투자한 중국 기업은 '신해몽신유한공사'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중국은 개혁. 개방 30년 만에 세계적인 경제부국이 되어 다른 나라에 자본을 투자하고, 이윤을 걷어 들이는 자본 수출 국가로 발전했습니다.
그러면 중국의 경제구조는 어떤 형태일까요?
1978년 덩샤오핑(등소평)의 개혁개방 노선에 따라 중국은 정치체제는 사회주의 식으로 유지하되, 경제는 시장경제 방식으로 개혁했습니다.
북한의 협동농장격인 인민공사는 해체되고, 토지가 농민들에게 분배됐습니다. 공장들과 은행들은 일부 국가가 소유하고, 나머지는 개인들에게 넘겨 경영을 맡겼습니다.
한국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SBS>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 개방을 천명했지만, 중국 공산당과 시장 경제의 결합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국가 소유의 기업들에게 특혜를 주면서 대대적으로 몸집을 불구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정부 산하의 중국인민은행은 현재 2조 5천억 달러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자라났습니다.
그 외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등 4개의 대형 은행을 국가 산하에 두고 있는데, 이 은행들 모두 튼튼한 자금력을 갖추었습니다. 북한이 2010년 초에 대풍국제투자그룹을 만들고 100억 달러를 유치하겠다고 했다가 실패했는데, 중국에 비하면 '조족지혈' 즉 새 발의 피입니다.
또 중국은 국가 산하에 철강을 생산하는 대형철강집단, 건설과 유전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대형 건설집단 등 대규모 기업들을 두었습니다.
중국은 이처럼 탄탄한 자금력과 우수한 기업들을 내세워 아프리카의 유전개발에 뛰어들고, 제3세계 나라들에 항만을 건설해주고, 철광 기업들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북한 나선경제무역지대에 약 2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중국 기업도 국유기업인 상지관군투자유한공사(商地冠群投資有限公司)입니다. 함경북도 무산광산에 투자해 50년 동안 채굴권을 따낸 중국 기업도 국유기업인 지린통화철강그룹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SBS> "중국은 국가 주도의 계획 경제에 자본주의를 접목한 중국식 발전 모델로 세계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중국은 세계의 자원과 기업을 빨아들이는 경제 블랙홀이 됐고, 차이나 머니는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중국처럼 국가가 자본주의 경제를 하는 것을 '국가자본주의'라고 부르는데요, 국가자본주의란 국가가 은행과 기업을 틀어쥐고, 시장 경제활동을 벌이는 행위입니다.
중국 공산당이 이 국가기업의 간부 사업을 직접 합니다. 북한 노동당이 간부사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그러다보니 중국에서는 국유기업의 회장들이 대부분 중국 공산당 계열의 전직 간부이거나, 그의 자녀들입니다.
과거 모택동과 혁명했던 중국 공산당 간부의 자녀들이 국영기업의 회장이 되고, 국가 은행의 은행장이 되어 현대판 '사회주의 갑부'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은 세계적으로 미국 달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얼마 전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해외자본 유출입 동향(Treasury international capital)'에 따르면 중국은 1조 1,300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런 자금력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에 1억 달러를 무상으로 원조할 만큼 손도 커졌습니다.
중국은 또 북한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는데요, 무산광산이나, 나선개발, 청진항 개발 등에도 나서고 있지만, 북한의 소극적인 개방자세 때문에 화끈한 투자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 광복지구상업중심에 투자한 회사도 중국의 물류회사인 '신해몽신유한공사'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측에서는 노동당 39호실 산하 대성무역총상사가 상점 경영을 맡았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중국의 이러한 경제 체계를 잘 알기 때문에 공산당이 결심만하면 통 큰 투자를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원자바오 총리에게 '통이 크게 도와 달라'고 요청하자, 중국 총리는 '시장원리대로 하자'며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중국은 자기 나라의 안보차원에서 북한이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중국은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고, 권력지반이 빈약한 김정은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쌀과 기름을 얼마간 지원하려고 한다고 외신들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북한이 붕괴되지 않을 만큼 또 '영양주사'를 놓으려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 시대 북한 텔레비전도 변화
다음 주제입니다. 북한의 간판 아나운서인 리춘희 인민방송원이 음력설을 맞아 중국의 중앙텔레비전 방송에 깜짝 출연했습니다.
<녹취: 중국 TV> “기자: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리춘희: 안녕하세요. 설명절을 맞으면서 중국 중앙텔레비전 기자동무를 만나서 반갑습니다.”
북한 텔레비전 방송원이 직접 외국의 방송사와 기자 회견한 사례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그는 중국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달라진 북한 텔레비전 매체의 보도자세를 설명합니다. 리춘희 아나운서는 북한에 있을 때 보도의 성격에 따라 말을 강하게 했지만, 최근에 들어와 달라졌음을 시사 하는 발언도 합니다.
<녹취: 리춘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뭐 하면서 그렇게 한다 하면서 막 소리만 치고 감정도 없고 개성화도 없고 이렇게 되는데... 우린 특히 TV, 텔레비인데 말처럼 부드럽게 하라...”
그는 40여 년 동안 마이크 앞에서 강렬하고, 비장한 목소리로 청중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김일성, 김정일 관련 보도를 할 때는 정중하게 하고, 미국이나 한국을 상대로 할 때는 강한 어조를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김정일 위원장은 그의 목소리를 ‘나라의 보배’라고 칭찬했습니다. 하지만, 카랑카랑했던 그의 목소리가 상당히 부드러워지고, 다정스러운 소리로 변했습니다.
<녹취: 리춘희 “여러분, 오늘은 조중 두 나라 인민들이 공동의 명절인 음력설입니다.”
이처럼 북한의 간판 아나운서가 유연한 모습을 보이는 걸 보면, 북한이 보도매체에서 변화를 꾀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면서 북한 중앙텔레비전에는 젊은 새 아나운서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는 전에 들을 수 없었던 상냥함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리 아나운서는 또, 자신이 보도 일선에서 물러난 애기도 했는데요,
<녹취: 리춘희> “어린 동무들 하는 게 곱단 말이에요. 젊었으니까 화면은 확실히 곱고 젊어야겠다. 그걸 내가 느끼면서...”
한때 약 50일간 마이크 앞에서 사라졌던 그가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텔레비전 이 김정은 시대에 새롭게 달라지고 있음을 설명하는 셈입니다. 앞으로 김정은 체제가 경직되고 강한 이미지가 아니라, 북한의 아나운서들처럼 부드러운 모습으로 세계무대에 등장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