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내용을 다시 뒤집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다룰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이 25일 유엔안전보장리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에 반발하여 발표한 국방위원회 성명을 보도했습니다. 여기서 북한은 유엔안보리를 허재비(허수아비)로 비난하고, 중국을 겨냥한 듯 강한 비난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 핵을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시각을 알아보겠습니다.
- 북, 유엔안보리 ‘큰 나라’ 허재비(허수아비) 비난
- 중국 언론, “북한 고마움 모르는 것 같다”
- 중국인들, “북한 핵무장 중국에 더 위협적일 것”
- 북, ‘핵 외교’로 중국에 더 큰 경제지원 요구할 것
최민석: 자, 북한이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반대하면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을 허수아비로 매도했습니다. 그런데,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중에는 북한의 맹방인 중국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을 겨냥해 비판했다는 소리가 나오는데요, 그렇습니까,
정영: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은 국방위원회 성명에서 이른바 ‘큰 나라’들을 강하게 비난했는데요, 중앙텔레비전 보도를 한번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북한 중앙TV: 세계에 공정한 질서를 세워야 할 큰 나라들까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북한은 현재 주민들을 동원해 ‘나라의 자주권 수호’ 라는 구호를 들고 굉장히 선동하고 있는데요, 덕분에 북한 주민들도 그 동안 잘 알지 못했던 유엔안보리 성원국이 어떤 나라들인지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최민석: 북한의 비난에 대해 중국은 좀 섭섭하겠네요. 이번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나오기까지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했길래, 북한이 그렇게 강경하게 비판을 합니까?
정영: 중국은 이번 유엔결의에서 대북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리바오둥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수전라이스 미국 유엔대사와 말다툼까지 하면서 북한을 두둔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리바오둥 대사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지역안정에 크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발언하자, 미국 대사가 “말도 안돼!”라면서 설전을 벌였다고 외신들은 보도했습니다.
최민석: 북한 미사일이 미중간 외교적인 감정싸움으로 비화되었군요.
정영: 그래서 세계 무대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큰 나라’요, ‘허재비’요 하면서 비난하니 중국의 기분이 좀 상한 것 같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25일 사설에서 “대북제재결의안 초안을 수정하기 위해서 (중국의)어마어마한 노력이 있었고, 중국 또한 (제재 수위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북한은 중국의 노력에 감사함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최민석: 중국은 북한과 동맹관계 아닙니까, 과거에도 북한이 이렇게 중국을 비난한 적이 있습니까,
정영: 북한은 1980년대 등소평이 개혁개방을 할 때 “수정주의를 한다”고 비난했고, 1992년 한국과 중국이 외교관계를 맺을 때는 ‘사회주의 원칙을 저버린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도 상임이사국 성원인 중국이 찬성해서 나왔다, 이렇게 보고 큰 나라들을 빗대어 중국을 비난한 것입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그럼 북한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유엔안전보장 이사회 상임이사국에 대해 다시 설명해주시죠,
정영: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은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이렇게 다섯 개 국인데, 유엔안보리 결의가 통과되자면, 이 5개국이 모두 찬성해야 되는 거지요.
최민석: 아, 그러니까, 중국이 대북제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소리군요.
정영: 중국이 이번에 대북제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그만큼 북한의 핵문제, 장거리 로켓 발사가 국제사회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는 반증인데요, 유엔무대에서까지 중국이 북한의 편을 들 경우,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보는 눈이 너무 따갑거든요,
최민석: 그렇지요, 중국이 감수하기에는 부담이 크지요.
중국이 현재 세계 경제 2위인데, 중국의 입지가 약화되면 국제사회에서 발언권도 떨어지고, 그렇기 때문에 중국도 적정하게 처리한 것 같은데요, 그런데 중국의 내부 민심으로 볼 때 북한 핵이 중국에 더 위협적이라는 인식이 중국 사람들 속에서 확산되고 있는 점입니다.
최민석: 그게 무슨 말인가요? 북한의 핵이 중국에 더 위협적이다, 중국과 북한은 동맹관계인데 북한의 핵이 왜 중국에 위협이 될까요?
정영: 얼마 전 환구시보 사설에서 “중국은 어느 일방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자, 중국 네티즌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가장 가까운 이웃인 중국에 더 위협적이다. 북한은 지금 숨어서 칼을 갈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민석: 저는 조금 이해가 안 되는데요,
정영: 그러니까, 중국인들은 북한의 핵무기가 미국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잠재적으로 중국에도 위협적일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최민석: 중국인들이 그렇게 보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요? 지금까지 북한은 자기의 핵무기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이렇게 주장했는데요,
정영: 북한이 현재 하는 행동을 보면 앞으로 중국이라고 가만 두겠는가, 하는 우려가 중국 사람들 속에서 나오는데요. 2010년 북한은 남한이 경제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고, 천안함을 폭침시키고, 연평도를 포격했는데, 중국 사람들도 곁에서 이것을 보면서, “앞으로 북한의 힘이 세지면 중국에 대고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중국 강소성의 한 네티즌은 북한을 “남의 집을 부수고 강도행각(打家劫舍)을 하는 철없는 아이”에 비유하면서, “이런 아이를 교육하는 방법은 거지로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최민석: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 “분단된 한반도, 핵이 없는 한반도”를 원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으면 문제가 달라진다 이런 말이 됩니까?
정영: 북한이 핵으로 무장하면, 그 동안 중국에 품었던 억한 감정을 대놓고 터놓을 수 있다, 이런 추측입니다. 예를 들어서 북한이 “우리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사회주의 지키느라 고생할 때 중국은 잘 먹고 잘 살지 않았느냐, 그래서 이젠 좀 같이 먹고 살자”고 이렇게 나오면 야단이라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중국의 눈치를 봤지만, 북한이 앞으로 핵을 보유하면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중국인들도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북한이 중국을 위협해 대규모 경제지원을 얻어낸다든가, 위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북한의 핵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북한이 핵을 가지고 남한에 대고도 좀 뜯어내고, 또 중국에 대고 얻어내고 이렇게 산다는 말 같은데요, 중국과 북한 관계가 외부에서 보기보다는 덜 부드럽다는 관측입니까,
정영: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데 있어서는 상당한 간격을 가지고 있다고 대북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8월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중국에 갔을 때도 중국이 통이 크게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김정은 정권이 경제개선조치를 추진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북한 관리들 속에서 나오고 있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또, 황금평이나 위화도를 공동개발하자고 중국과 약속했지만, 중국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아 지지부진하다는 불만도 북한 관계자들 속에서 오래 전부터 나온 애깁니다. 이런 것으로 미뤄볼 때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다는 반응입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북한의 입장에서는 “나도 큰 소리 칠 때가 있다”는 야심이 있는데, 그게 바로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날이다. 그렇게 보는 시각이군요.
정영: 그래서 중국인들의 주장은 “북한이 핵을 미국본토까지 날리기는 너무 멀고, 그러면 가까운데 나라가 어디냐? 중국이 아니냐? 우리도 북한의 핵 인질이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현재 한반도 정세는 마치 산 꼭대기에서 커다란 바위가 굴러 떨어질 듯한 형세”라고 비유하면서 북한의 핵실험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핵을 보유한다고 해도 국제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외토리가 되면 굉장히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북한당국이야 자존심 때문에 그렇지만, 그로 인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으면 결국 인민들이 고생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청취자 안녕히 계십시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