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외국 화장품 애호가?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5.03.18
py_dept_store_cosmetics-305.jpg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평양화장품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오늘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해박한 화장품 지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북한의 해외친북 단체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평양화장품 공장을 시찰한 김정은 제1비서가 직설화법으로 외국 화장품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북한 화장품의 품질을 비판한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한 2월 5일자 노동신문은 이 비판 내용을 쏙 빼고 보도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김정은 제1비서의 평양화장품공장 시찰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 김정은 제1비서가 북한 화장품의 낙후함을 지적했군요. 그러면 노동신문과 조선신보의 보도는 어떻게 다릅니까,

정영: 노동신문은 지난 2월 5일자 기사에서 김정은 제1비서가 평양화장품 공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신문은 김 제1비서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사적비와 모자이크벽화를 돌아보았다는 소식, 그리고 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은하수화장품 등을 둘러봤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김 제1비서가 현지지도 하는 사진을 보니까, 화장품 공장인데도 생산물이 별로 없습니다. 생산직장 내부가 좀 휑했는데요, 노동자들은 수백 명 되는 것 같은데, 생산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최민석: 김정일국방위원장이 공장 현지지도 할 때는 뭐 없으면 다른 곳에서 갖다가 돌리지 않았습니까,

정영: 김정일 위원장은 보여주기식 현지 시찰을 너무 해서 문제였지요. 그런데 김정은 제1비서가는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는 하지만, 공장에 제품이 보이지 않아 “아, 이 공장도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공장이구나”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당시 김 제1비서가 화장품의 품질을 두고 한 비판을 싣지 않았는데, 3월 17일자 조선신보에는 김 제1비서가 북한 화장품의 낙후함을 직접 거론한 내용이 소개됐습니다.

최민석: 어떻게 비판했습니까,

정영: 김 제1비서는 기능성 화장품에 비해 북한산 색조 화장품의 질이 외국산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그 대표적 사례로 마스카라를 들었습니다. 그는 “외국의 아이라인, 마스카라는 물 속에 들어갔다 나와도 그대로 유지되는데 국내에서 생산된 것은 하품만 하더라도 ‘너구리눈’이 된다”고 비유했습니다.

최민석: 거의 전문가적인 지적입니다.

정영: 김 제1비서가 여자 화장품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는 것처럼 들려요. 마치 북한 마스카라를 썼다가 사람을 웃겼던 사례가 있는 듯이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랑콤, 샤넬, 크리스챤 디올, 시세이도 등 세계 유명브랜드 화장품의 이름을 쭉 열거하면서 북한 화장품도 이런 화장품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잘 만들라고 지적했습니다.

최민석: 그런데 김제1비서가 어떻게 그렇게 외국 화장품에 대해서 잘 알까요?

정영: 김정은 제1비서가 스위스에서 해외 유학을 하지 않았습니까, 아시겠지만, 외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아주 많이 여행했겠는데요. 공항 면세점에만 가도 고급 화장품이 꽉 차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스위스 가서 샤넬도 써보고, 랑콤도 써보고 특히 자기 생모인 고영희가 일본 출신이니 일본 브랜드인 시세이도까지 써봤을 것 아니겠습니까,

최민석: 아니면 김 제1비서가 부인 리설주와 사이가 아주 좋아서 화장품을 직접 챙겨주지 않을까요?

정영: 그리고 북한의 최고위층은 외국의 화장품을 많이 씁니다. 북한산 화장품을 잘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 2012년 김정은 제1비서의 부인 리설주가 처음 등장했을 때 프랑스 브랜드인 샤넬과 크리스찬 디올과 같은 외국산 고급 화장품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특권층들도 해외 유명 화장품을 선호하는 데요, 북한이 매년 들여가는 사치품 항목에는 화장품과 애완견 샴푸까지 있어요. 애완견도 키운다는 소리거든요. 북한이 2013년 3차 핵실험 하자, 유엔은 대북 사치품 수입금지 조치까지 내렸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중국이나 외교관을 통해 몰래 밀수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최민석: 북한 특권층이 좋은 것을 쓰고 있으니, 북한 지도자의 입에서 외국 유명브랜드 화장품 이름이 슬슬 나왔군요. 그런데 리설주도 한국 화장품을 즐겨 쓴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정영: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는 한국산 화장품 ‘설화수’를 애용한다는 보도가 한국 언론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실례로 김정은과 리설주는 2013년 4월 최신식으로 꾸려진 해당화관을 둘러봤는데요, 거기에 한국화장품이 진열되기도 했습니다. ‘라네즈’라고 영문으로 표시된 화장품은 한국 기업이 만드는 것인데, 아마 북한도 한국 제품인지 모르고 갖다 놓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한국 화장품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북한 주민들은 “아랫동네 화장품이 없소?”라고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지도자의 부인이 한국 화장품을 쓰는 데 우리라고 못 쓸게 있나?”하는 심리가 깔려 있다는 거죠.

최민석: 아, 남조선이나 한국 이렇게 말을 못하니까, 아래동네라고 부르는 군요.

정영: 한국 화장품은 평양 여성들 속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김정은의 부인인 리설주도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요즘 한국 화장품의 질이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 편입니다.

최민석: 한국 화장품은 한국 사람 몸 에 맞게 잘 만들지 않습니까, 김정은이 요즘 국산의 브랜드화를 부쩍 강조하는 것 같은데요, 가능합니까,

정영: 김정은은 작년 10월에도 “담배를 한두 가지 생산해도 질좋게 만들라”고 지시했습니다. 또 원산신발공장을 찾아가서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제품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신발을 생산하기 위해 공장발전전략을 잘 세우라”고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북한에서 생산하는 질좋은 제품을 보면 대부분 외국과 합영한 제품입니다. 그래서 외국제품과 가격이 비슷합니다. 왜냐면 외국에서 원료와 기술을 가져다 만들기 때문에 값이 비싼 겁니다. 때문에 일반 주민들은 쓸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화장품 한 개에 50달러, 100달러씩 하면 그걸 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최민석: 그렇습니다. 외국제품과 비슷하게 만들라고 하면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다른 나라와 교류도 하고, 좋은 경험을 받아들일 때 비로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북한도 경제를 빨리 개방해 진짜 북한산 고급 상표가 태어나는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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