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통난 김정철 해외 나들이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5.05.27
kim_jongchul_b 북한 김정은 친형 김정철(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에릭 클랩튼의 공연을 보기 위해 지난 20일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오늘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친형이죠. 김정철의 해외 나들이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데요, 지난 20일 김정철은 영국의 유명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의 연주회에 나타나 세계 이목을 끌었습니다. 요즘 북한 선전매체들이 청소년들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부르죠아 사상문화, 퇴폐적인 생활풍조를 쓸어버리자고 사상공세를 부쩍 강조하는 와중에 김정철의 출현은 세상 사람들을 아연케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겉과 속이 다른 북한 김씨 일가의 속내를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외부 사조를 타도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속에서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은 그 “썩어빠졌다”는 서방음악에 푹 빠져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매체가 특별한 언급한 내용이 있습니까,

정영: 이에 대해 북한 매체가 언급할 리 없지요. 다만 북한 언론은 매일 같이 “부르주아 사상문화가 우리 내부에 침습하지 못하도록 모기장을 철저히 두르자”고 경종을 계속 울리고 있는데요,

지난 5월4일자 노동신문은 “지난날에는 제국주의자들의 반동적인 사상문화가 침략의 길잡이였다면 오늘날에는 침략의 주역을 놀고있다”면서 “우리는 온갖 잡사상, 잡귀신들이 내부에 발붙일 수 없게 사상사업을 잠시도 중단 없이, 때와 장소를 가림없이 벌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5월13일에 평양에서 진행된 전국청년미풍선구자대회에서도 전용남 청년동맹 위원장은 “청년들은 온갖 비사회주의적현상들과 퇴페적인 사상문화를 혁명적사상문화, 선군문화로 가차없이 쳐갈기자”고 선동했습니다.

이외에도 북한 매체들은 끊임없이 외부문물을 막고, 사상공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는데요, 북한의 이런 주장과는 완전 반대되게 김정은 제1비서의 친형 김정철이 영국에 나타나 유명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의 공연을 즐겼습니다.

최민석: 이전에도 김정철이 에릭 클랩턴 공연장에 모습을 드러냈지요?

정영: 이런 김정철을 두고 해외 언론이 평가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가 있는 곳에는 틀림없이 그가 나타난다”

최민석: 무슨 말이죠?

정영: 에릭 클랩턴이 기타 연주를 하는 곳이면 김정철이 나타난다 이런 말인데요, 그래서 언제 에릭 클랩턴의 공연이 있으면 혹시 김정철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스개 소리까지 생겨났습니다. 김정철은 2006년에는 이 기타리스트의 공연을 보기 위해 독일을 찾은 적이 있고요. 2011년에는 싱가포르에 나타났다가 언론의 카메라 세례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아 있을 때는 평양공연을 추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 김정철이 이번에도 에릭 클랩턴의 공연을 보기 위해 현지시간으로 20일 영국 로열 앨버트 극장에 나타났는데요, 공연 첫날에는 흰셔츠에 가죽 잠바를 입고 젊은 여성과 함께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일본 방송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바로 영국 출신 음악가인 에릭 클랩턴의 70세 기념공연을 관람하러 나타난 것입니다.

잠시 이와 관련한 한국언론의 보도를 듣고 넘어가시죠.

YTN 녹취: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 공연이 열린 로열 앨버트 홀에 김정철이 또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날에도 전날 동행했던 젊은 여성과 함께 콘서트 장을 나왔습니다.

텔레비전에서도 보았듯이 김정철은 공연 이튿날에는 가죽잠바를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세련된 모습을 하고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관원들에 에워싸여 공연장으로 들어갔는데요,

이 모습을 본 세상 사람들은 지나친 사치여행이다. “주민들은 먹거리가 없어 굶주리는 데 호화스런 여행을 하면서 서방음악을 즐기는 ‘플레이보이’ 같다”고 김정철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김정철은 이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공연을 마지막까지 다 봤습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김정철은 에릭 클랩턴의 연주곡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흥얼흥얼 따라 부를 정도로 완전 매혹되었다고 하는데요,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스까지 치기도 했습니다.

이에 관한 현장 음악을 좀 들어보겠습니다.

에릭 클랩턴 음악: Cheers in Heaven

최민석: 아, 저런 공연 비용은 얼마나 했는지 궁금합니다.

정영: 공연 관람비용은 좌석에 따라 다른데요, 100파운드(약 150달러)에서 130파운드(약200달러)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김정철이 묵었다는 호텔인데요, 영국 런던 시내의 첼시 지역에서도 최고급 호텔에서 투숙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루밤 숙박비가 247파운드(약 400달러)에서 2천184파운드(약 3천5백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최민석: 와, 정말 비싼 호텔이네요. 김정철이 이렇게 하룻밤에 수백 수천 달러하는 좋은 호텔에 묵고, 또 수백 달러짜리 공연을 관람했는데, 북한에서 이 돈으로 쌀을 사면 얼마나 살 수 있습니까?

정영: 현재 북한 시장에서 쌀 값은 1kg에 0.5달러 정도 합니다. 그러면 공연 한번 보는 돈으로 쌀을 약 300킬로그램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하룻밤 숙박비로는 아무리 싼 방을 잡는다고 해도 쌀 1톤 가량 살 수 있는 비용입니다. 저도 그런 비싼 호텔에 가서 잘 생각을 못합니다. 물론 벼루고 가면 되겠지만요.

최민석: 혹시 그 사람이 김정철이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정영: 저도 처음에 김정철 추정인물의 모습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 지난 2011년 싱가포르에 나타난 모습과 많이 달라서 의심을 했어요. 2011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에릭 클랩턴 연주회에 나타났을 때는 김정철의 얼굴에 살이 통통하게 올라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모습을 보니까, 얼굴의 살이 많이 빠져있었는데요, 그래서 의심했지만, 김정철을 보좌한 사람을 보고 아, 이 사람이 분명 김정철이가 맞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같이 간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최민석: 누군데요?

정영: 영국주재 북한대사 현학봉이었습니다. 대사가 인도할 정도면 굉장히 높은 사람이거든요. 머리 숱이 많이 빠져 백발처럼 보이는 현학봉은 선글라스를 끼고 김정철 앞에서 길을 헤치면서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는데요,

한국 언론의 보도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YTN 녹취: 질문공세가 이어지자,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카메라를 손으로 가려 취재를 방해하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현대사는 3월 영국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우리는 지금 당장 핵무기 발사가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했던 인물입니다. 이런 사람이 김정철을 극장으로 안내하고 또 세계 언론이 김정철을 추적하자, 다른 곳으로 빼돌리는 등 현지의전을 총괄 지휘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민석: 현학봉 대사가 앞에서는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다고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또 뒤에서는 선글라스를 끼고 김정철을 빼돌리는데 앞장섰군요.

정영: 세계 언론은 현 대사가 유럽내 북한 외교라인을 총동원해 김정철을 빼돌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애당초 김정철은 22일 러시아 모스크바행 항공편을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정이 노출되자 항공편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소식통들은 김정철이 언론을 피해 1인당 1200파운드(약 2천달러) 이상의 비용을 내는 히드로공항 내 VIP용(특별손님용) 탑승통로로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국언론에 밝혔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김정철은 다른 비행기 편을 이용해 빠졌거나, 선박을 타고 빠졌을 가능성도 제기되었는데요, 아무튼 김정철 관련 뉴스는 지난 주 내내 탑 뉴스로 전해졌습니다.

최민석: 그렇습니다. 김정은 일가는 앞에서는 청년들에게 외국 문화를 반대 배격하라고 시키고, 뒤에서는 이처럼 비싼 외화를 탕진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있습니다. 이래 놓으니 북한 주민들이 김씨 일가를 어떻게 믿겠습니까,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