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볼티모어함 격침’ 북 해전의 미스터리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6.08.17
us_battleship_kwar_b.jpg 동해의 원산 포위작전을 진행하는 과정에 헬리콥터가 해군의 함포 탄착점을 관측한 후 미 해군 전함 세인트 폴(USS St. Paul CA-73)호로 귀함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를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 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가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오늘 시간에는 북한이 6.25전쟁 승리라고 주장하는 미국의 중순양함 빨찌모르 격침사건의 진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8월6일 ‘세계해전사의 기적과 더불어 영생하는 삶 공화국영웅 김군옥’이라는 영상을 방영했습니다. 6.25전쟁에 참전하지도 않은 빨찌모르호가 격침되었다는 북한의 주장이 우습기도 하지만, 이러한 거짓 선전을 김씨 일가 3대가 쭉 내리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왜 북한이 이처럼 거짓말을 대대손손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네, 북한이 참 6.25전쟁에 참가하지도 않은 미국의 중순양함 볼티모어호 격침 사건을 왜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먼저 북한 매체의 내용부터 알아보실 까요?

정영: 북한 중앙텔레비전이 지난 8월 6일 ‘세계해전사의 기적과 더불어 영생하는 삶 공화국영웅 김군옥’이라는 15분짜리 영상을 하나 공개했습니다. 영상 내용을 한번 직접 들어보고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북한 중앙TV 녹취> 어느 한 해군부대를 찾으신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는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4척의 어뢰정으로 미제침략군의 중순양함을 격침시킨 주문진 해상전투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당시 전투를 지휘한 김군옥동무의 위훈을 높이 평가하시었다.

북한 텔레비전은 6.25전쟁 당시 제2 어뢰정대 정대장이었던 김군옥이 4척의 어뢰정을 이끌고 주문진 앞바다에 나가 ‘떠다니는 섬’이라고 부르던 중순양함 ‘빨찌모르’를 격침시켰다, 그리고 경순양함 한 척을 격파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최민석: 그런데 주문진 해전이 진짜 있긴 있었습니까,

정영: 남한과 미군 자료를 보면 당시 자그마한 해전이 하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까부쉈다는 빨찌모르는 당시 한반도에 오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빨찌모르는 영어로는 볼티모어(Baltimore)라고 하는 메릴랜드주에 있는 항구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그리고 7월 2일 새벽 주문진 앞바다에서 북한 어뢰정들과 조우했던 함선들은 빨찌모르가 아니라 미 해군 경순양함 주노(USS Juneau)와 영국해군 순양함 자메이카(HMS Jamaica), 호위함 블랙 스완(HMS Black Swan) 등 3척의 전투함선이었습니다.

미영 해군이 남긴 교전 기록에 따르면 1950년 7월 2일 새벽에 북한 해군 어뢰정 4척과 경비정 2척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러자, 미영 해군 함선은 함포 사격을 가했고, 결과 북한 어뢰정 1척이 격침되었고, 다른 1척은 대파되었고, 또 다른 1척은 피해를 입고 해안으로 도주했다고 합니다. 나머지 살아남은 1척 역시 바다로 도주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북한의 자료는 어떻게 되어있습니까,

정영: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4척의 어뢰정으로 구성된 제2어뢰정대는 1950년 7월 2일 새벽 주문진 앞바다에서 미 해군 중순양함과 경순양함, 구축함으로 구성된 함대와 조우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북한과 미군의 자료가 맞는 것 같습니다.

북한 어뢰정들은 미 해군의 탄막을 뚫고 1천미터 근거리까지 돌격해 빨찌모르를 격침시키고, 경순양함은 대파시켰으며, 구축함 한 척을 쫓아버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북한이 주장하는 주문진 해전이 왜 거짓말인지 세가지 의혹을 제시해보겠습니다.

첫째로, 빨찌모르, 즉 볼티모어 순양함은 한국전쟁에 참가하지 않았다.

둘째로, 주문진 해전에 참가했던 북한의 어뢰정 4척 가운데 왜 지금은 1척만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에 전시되었는가, 나머지 3척은 어디에 있는가? 왜냐면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4척 중 1척만 자폭했기 때문에 3척이 살아 돌아왔다면 그 3척이 다 있어야 하는데, 현재 조국해방전쟁 승리 기념관에는 1척밖에 없다는 겁니다. 나머지 3척은 어디에 있는가,

셋째로, 왜 북한은 빨찌모르 격침 선전을 1990년 이후 본격화했는가?

북한 텔레비전 영상에 따르면 미군의 빨찌모르 중순양함은 1950년 7월 2일에 격침되었다고 하는데, 미국의 자료에는 그 순양함은 1951년까지 미국의 서부 워싱턴주 브레멘 항에 정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1951년에 다시 대서양함대에 소속되어 임무를 수행하다가 1956년 완전 퇴역했습니다.

최민석: 소속된 곳이 태평양도 아니고 대서양이군요. 반대 해역이라는 거죠? 그럼 북한은 현장에 있지도 않고 더욱이 한국 앞바다에 오지도 않았던 볼티모어 중순양함을 격침시켰다고 주장하는가요?

정영: 남한에서도 이 주문진 해전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요. 주성하 기자를 비롯한 탈북 언론인들은 북한의 주문진 해전의 거짓 가능성에 의혹을 자꾸 제기했습니다. 종북세력을 비롯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들은 당시 파손된 함선은 빨치모르 중순양함이 아니라, 볼티모어급의 보스턴함이 격침되었다, 그것도 미국이 몰래 보스턴함을 재건조하여 조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진짜 빨치모르가 격침되었다면 주문진 앞바다에 그 잔해가 있겠네요.

정영: 그렇지요. 빨찌모르 중순양함 무게가 1만 7천톤급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다에 쉽게 쓸려갈 무게도 아니고, 그래서 잔해가 그 밑에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빨치모르 잔해를 발견했다는 소리는 없어요. 그때 북한 어뢰정의 무게는 17톤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디젤기관 소리가 요란한 구소련 어뢰정이어서 신속한 행동을 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런 구식 어뢰정이 중순양함을 격침시켰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최민석: 정말 이건 일본 왜구들과 싸워 이긴 이순신 장군보다 더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는 소린데요. 그런데 왜 북한만 거짓말을 할 까요?

정영: 당시 북한군 제2어뢰정대가 주문진 해전에서 패배하고 돌아가서 상부에 거짓보고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사실은 당했는데, 우리는 까고 돌아왔다고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그러면 북한도 전투기록에 빨찌모르를 격침시키고 경순양함은 대파시켰고, 한 척은 쫓아버렸다고 올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시대입니까, 북한은 아직도 소설 같은 거짓말을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이렇게 3대를 내려오면서 계속 써먹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결국 거짓말 한 것이 역사의 한 부분이 된 거군요.

정영: 북한도 이 주문진 해전을 6.25전쟁의 ‘5대 승리’ 가운데 하나로 치켜세우고 있는데요, 이런 걸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이렇게 대를 이어 써먹고 있는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최민석: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의 김씨 일가가 미국의 항공모함을 가장 무서워합니다. 무게가 10만톤급 항공모함이 동해나 서해로 들어오면 김씨 일가는 외부활동을 멈추고 지하로 모두 들어갑니다. 그래서 북한은 비행사나 해병들에게 “미국의 항공모함을 육탄이 되어 까라”고 추동하고 있습니다. 6.25 전쟁 때도 북한 해군이 빨찌모르 중순양함을 육탄으로 깠는데, 너희들도 빨치산식으로 까라고 부추기기 위해서 선전하고 있다는 겁니다.

최민석: 사실대로 말하면 돌격하지 못하니까, 거짓말을 계속 해야 되는 겁니다. 북한의 공군력이나 해군력으로 미국의 항공모함을 까라고 하는 것은 닭알로 바위를 치는 것보다 더 무모한 행동이 될 것입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