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북한 정상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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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는 어떤 주제를 풀어볼까요?

정영: 중국이 야심 차게 준비한 항일승전 70주년 행사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중국은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했고, 박 대통령은 이 기회를 통해 양국간 우의를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북한도 최룡해 노동당 비서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대신해서 참석한다고 했는데요,

북한은 최근에도 중국을 비공식적으로 비난하는 등 껄끄러운 관계를 풀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행사를 맞게 됐습니다. 그래서 해당 언론을 통해 본 지금의 북중 관계를 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중국이 항일 승전 70주년 행사를 통해 대국의 위세를 시위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했지만, 북한의 지도자는 여전히 중국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 먼저 북한과 중국간의 현주소를 설명해주시죠.

정영: 북한과 중국간의 관계가 과거 혈맹이라는 수사가 무색할 만큼 상당히 냉각되었습니다. 지난 8월 20일 북한이 준전시 상태를 선포했을 때 조선중앙통신은 외무성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때 북한은 중국을 겨냥한 듯한 메시지를 날렸는데요, “우리는 수십 년간을 자제할 대로 자제하여왔다. 지금에 와서 그 누구의 그 어떤 자제 타령도 더는 정세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언론은 북한이 중국을 향해 서운함을 표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왜냐면 22일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한반도의 가까운 이웃으로서, 한반도 정세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국은 지역의 평화 안정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며 긴장을 조성하는 어떤 행위에도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최민석: 중국이 북한을 겨냥해 일침을 가한 것으로 풀이해볼 수 있군요.

정영: 북한의 도발로 지뢰폭발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을 유엔군조사위원회를 통해서 확인을 다 하지 않았습니까, 때문에 북한이 군사적 행동으로 넘어가는 데 대해 중국은 강력하게 자제를 촉구한 것입니다.

최민석: 중국은 이제 곧 큰 축제를 앞두고 있는데, 북한더러 남의 잔치에 재를 뿌리지 말라는 소리군요.

정영: 중국은 지난 40년동안 자신들이 개혁개방을 통해 군사대국으로 성장한 모습을 전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항일 승전 70주년 행사를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중국 코앞에서 북한이 정세를 긴장시키고 국지전이 일어나서 온 세계 이목이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로 쏠리면 중국으로선 지금까지 헛수고가 되는 거든요.

최민석: 그러면 중국의 항일승전 열병식에 대해 좀 이야기해볼까요?

정영: 이번 행사는 중국의 베이징 한가운데 있는 텐안먼 광장에서 진행됩니다. 중국이 이번에 진행하는 항일승전 70주년 행사는 이른바 ‘군사굴기’입니다. 굴기라는 것은 우뚝 선다는 소리거든요. 러시아도 지난 5월 열병식 때 신형무기들을 많이 보여주었지요. 그러니까, 중국도 그런 것을 기대하는 거죠.

최민석: 이번에 중국이 신형무기들을 공개할 것으로 보이는가요?

정영: 이번 행사는 중국 베이징의 중심인 텐안먼 광장에서 진행되게 됩니다. 중국은 56개 다민족국가인 자기네가 일본을 타승했다는 의미에서 56문의 대포가 70발의 예포를 발사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등 세계정상들이 열병식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때 중국이 어떤 무기를 등장시키느냐가 관건인데요, 주력 전투기 젠(殲)-10을 비롯해 차세대 핵전략미사일로 꼽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인 ‘둥펑-31B'와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41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략 미사일 약 100기를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국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최민석: 전략미사일 100기를 보여준다는 것은 정말 중국이 벼르고 별렀다는 말이네요.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관하게 되고, 북한에서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참가하게 되지요. 참 묘하게 될 것 같습니다. 등급도 좀 많이 떨어져 보이지 않습니까,

정영: 이번 행사에서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는 시진핑 주석 양 옆에 누가 자리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한국언론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의 양 옆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설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한국의 위상이 굉장히 높아졌군요……

정영: 아시아권에서는 지금 중국이 대국으로 발더듬하고 있는데요. 거기에 한국 대통령이 옆에 선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많이 올랐고, 두 나라 관계가 밀접해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최민석: 그리고 한국의 국력이 쉽게 보기 어렵다는 거죠.

정영: 지난해 한국과 중국의 무역 규모는 2천354억 달러로 같은 기간 북-중간 무역액의 37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국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북한의 무역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최민석: 제가 알기로는 약 100억달러 아래로 알고 있습니다.

정영: 일년에 약 60억 달러 가량 됩니다. 그러니까, 한국과 중국간 무역규모와 북한과 중국간 무역규모 차이는 약 37배 가량 됩니다. 그런데 마침 어떤 비교가 되냐면요.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 옆에 서게 되면요. 그 자리가 바로 김일성 주석이 섰던 자리입니다. 언제냐 면요. 1954년 10월1일 김일성 주석이 중국국경절 5주년 행사에 초청받아 갔을 때 바로 모택통 옆에 서있었습니다.

당시 주은래 등 중국 지도자들과 텐안먼 성루에 나란히 서서 양국 친선을 자랑했는데요, 60년이 지난 지금은 한국 대통령이 차지하게 된 셈입니다.

최민석: 그 말은 즉, 김정은 제1비서가 집권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 자리가 김정일 자리였습니다. 북한의 지도자 자리였지만, 지금은 바뀌어버렸군요. 북한이 자기 자리를 잊어버린 거예요. 그러면 김 제1비서는 지금 중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정영: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최근에도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측근들에게 중국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이야기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중국에 역사와 오늘이 어떻게 다른지 똑똑히 보여주겠다”고 벼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북한)를 우습게 보지 말라는 소립니다.

최민석: 김정은 위원장이 속상한 말을 겉으로 다 말해버렸군요.

정영: 과거 우리가 중국의 뒤꽁무니만 쫓던 그런 소국이 아니라, 이젠 핵무기를 가진 대국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도인데요,

최민석: 그러면 김정은 제1비서는 중국의 도움 없이도 혼자 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요?

정영: 나를 우습게 보지 말라는 그런 의도 같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이 말을 측근들에게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보도를 자유아시아방송이 하면서 북한 당국도 상당히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한 언론도 이 내용을 아주 비중 있게 다루었는데요, 김 제1비서가 이렇게 ‘막가파’식으로 가는데 대해 북한 간부들도 상당히 우려한다고 하는데요, 왜냐면 중국과 등지면 북한에게 이로울 게 없거든요

최민석: 그나마 떡 고물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는 곳이 중국이 아니겠습니까,

정영: 지금 북중간 무역규모가 약 60억달러 정도 되지만, 북한에 필요한 물자를 90% 이상 대주는 곳이 바로 중국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저렇게 막말하기 때문에 북한 간부들도 “야, 이러다 우리가 완전히 국제 왕따가 되겠다”고 우려를 표시한다고 합니다.

최민석: 간부들은 또 거기에 ‘노’를 못하지요. 말을 잘 못했다가는 목숨이 위태롭습니다. 북한도 이제는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