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따라 수해 현장 안가는 북 간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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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를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 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가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이 스스로 ‘해방 후 대재앙’이라고 표현하면서 홍수피해를 당했다고 세계에 손을 내밀고 있지만, 정작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고위간부들은 피해 현장에 모습을 내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대홍수 와중에도 핵과 미사일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어 세계인들의 비난을 사고 있습니다.

고위 간부들조차 외면한 홍수 현장에는 현재 수십만 명의 주민들이 집을 잃고 추위에 떨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 스스로 인정한 대홍수 피해 현장을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의 고위간부들이 찾지 않고 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먼저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고위간부들의 동선부터 전해주시죠.

정영: 김정은은 지난 8월 말 이후, 그러니까, 북부지구에 물난리가 나고 난 다음에 지금까지 모두 9차례의 공개활동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모두 홍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활동이었는데요, 그래서 세계는 의아해했습니다. 홍수 현장에 김정은이 못 가면 그를 대신해 가야 할 고위 간부들이 다 어디 갔느냐고요?

현재 북한 노동당에는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위원 합해서 모두 19명, 그리고 정치국 후보위원이 9명, 그리고 국무위원들이 있는데, 누구도 수해 현장에 가지 않은 것으로 북한 매체 검색결과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홍수와 관련된 분야를 현장 요해한 간부가 한 명 있는데, 바로 박봉주 총리였습니다.

북한 대외선전용 웹사이트 ‘내나라’는 박총리가 흥남항을 현지 요해하고 “북부피해복구전선에 더 많은 세멘트를 신속히 보내주기 위해 떨쳐나선 로동계급과 함흥시 인민들을 고무하였다”고 전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과거에는 김씨 일가나 간부들이 자연재해 현장에 가지 않았습니까,

정영: 북한 김씨 일가는 자연재해 현장이라면 가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1960년대 중반 대동강이 범람해 평양시가 잠겼던 적이 있는데, 그때 김일성은 배를 타고 현장을 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김정일은 1995년부터 3년동안 연속 대홍수가 났을 때는 어디 갔는지 수해현장 근처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김정은도 아직까지 두만강 지구에 가지 않았는데요, 이와 관련해 남한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기자 설명회에서 “아직까지 함경북도 지역에서의 수해가 복구 완료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반응이 없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습니다.

오히려 대홍수를 당한 사람들이 가족을 잃고 재산을 잃고, 울음바다가 되었는데, 김정은은 어울리지 않게 사과 농장에 가서 파안대소하고, 활짝 웃는 거죠. 그리고 장거리 미사일 엔진출력 시험장에 가서도 활짝 웃는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이걸 보면서 세계인들은 북한의 홍수피해 선전이 진심이 아니구나 하는 의심까지 하게 만들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간부들이 왜 홍수 현장에 가지 않습니까,

정영: 물론 길이 험해서 가지 못할 수 있습니다. 북부지구 홍수피해 현장은 참담했습니다. 두만강 상류에 건설된 댐들이 일제히 방류되면서 산더미 같은 물이 쏟아져 두만강 기슭에 옹기종기 붙어있던 살림집들을 쓸어버렸는데요,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두만강 수위는 15~20m가량 높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평소 물가에서 20m고지 위에 살던 사람들은 살고, 그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다 쓸어버렸다는 얘기가 되겠는데요.

그리고 이 물은 도로와 철길, 변전소 등 사회기반 시설을 쓸어버려 외부와 연결하는 통로가 두절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스스로도 "해방 이래 대재앙"이라고 표현할 만큼 참혹해 아직 김정은과 고위 간부들은 찾지 않는다는 거죠.

최민석: 만일 김정은이 홍수 현장을 찾았다면 고위 간부들은 갔겠군요.

정영: 물론입니다. 고위간부들은 명절이면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시신이 보관된 금수산 기념궁전을 꼭꼭 찾아가 참배하지요. 그리고 방침을 받은 미래과학자거리, 창전거리처럼 잘 꾸려진 본보기 시설에는 찾아갑니다.

몇 년 전창전거리 아파트 새집들이 할 때 고위 간부들이 화장지와 텔레비전, 가구비품을 가지고 가서 입주자들을 축하했다고 중앙tv에 공개된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특권계층이 사는 평양 살림집에는 찾아가고, 집을 잃고 한지에 나앉은 ‘빽’ 없는 인민들은 찾아가지 않는 2중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민석: 지금 수해복구는 얼마나 진척되었습니까,

정영: 현재 수해복구 현장에는 기계보다 사람이 더 많다는 말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합니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20~50만명의 건설인력이 수해현장에 투입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니까 뭐가 문제가 되냐 하면 이쪽 주민들 속에서는 “일년 먹을 양식을 다 죽탕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돌격대원들이 먹을 게 없으면 산에 올라가 감자나, 강냉이들을 가져다 먹는다는 겁니다. 이들은 처음에 도로와 철길이 완전 끊어져 산발을 타고, 도보로 두만강 홍수피해현장까지 들어왔다고 합니다. 지금은 도로와 철길이 부분적으로 복구되어 연결되었다고 하지만, 김정은과 고위간부들이 찾을 만큼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지금 수해복구는 누가 외부에서 도와주고 있습니까,

정영: 북한이 갑자기 홍수피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평양주재 외교공관에 수해지원을 요청했고, 미국 뉴욕에 있는 북한 대표부에서는 미국의 친북단체들에도 도와달라고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미국 뉴욕을 방문했던 북한 이용호 외무상도 홍수피해를 좀 지원해달라고 손을 내밀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홍수 현장에 가지 않고 엉뚱하게 다른 곳을 돌아보고 있는데요, 한번은 중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을 갔고요. 또 다른 날에는 새로 만든 정지위성 운반 로케트용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시험을 참관했습니다. 이건 사실상 대륙간 탄도미사일 엔진시험입니다. 이때 북한 매체는 “우주정복의 길에서 이룩한 또 하나의 사변”이라고 선전했습니다.

최민석: 아니, 지금 북한이 자기네 생태환경도 정복하지 못해서 대홍수가 발생했는데, 무슨 우주정복을 한다고 난리인지 모르겠네요.

정영: 하지만, 북한의 상반된 행동을 보고는 홍수피해 도움 요청이 대북제재를 무력화 시키고, 국제적인 지원을 이끌어내 김정은의 치적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한반도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현재 유엔은 북한의 홍수피해 지원액을 모금하고 있지만, 9월 28일까지 모금된 금액은 총 목표액 2천590만 달러 가운데 8%에 해당하는 230만 달러밖에 걷히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최민석: 그렇습니다. 홍수 피해를 당한 주민들을 찾아가 위로해도 모자랄 판인데, 이에 반하는 핵과 미사일을 만들고 있으니 돕겠다는 사람들도 줄어드는 가 봅니다.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데, 수재민들이 빨리 안정을 찾기 바랍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