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나고 싶었습니다’ 순서의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국의 신문이나 방송이 북한과 관련해서 가장 자주 인용하는 전문가 중 한 명이 바로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입니다.
김 교수는 개성공단과 관련해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에서 얻을 게 많지 않다는 인식을 북한이 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고요.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개성공단 문을 직접 닫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대신 북한은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장해서 추후 공단이 폐쇄되고 남북관계가 악화하는 책임을 한국 정부가 쓰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에서 자본주의를 실험하는 공간이 바로 개성공단이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서라도 개성공단은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21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학술토론회에 참석 중이던 김 교수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박성우: 교수님, 오늘 ‘만나고 싶었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김용현: 네, 고맙습니다.
박성우: 교수님은 신문이나 방송에 굉장히 자주 등장하시는 편인데, 하루 평균 기자들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를 몇 통이나 받으시나요?
김용현: 좀 쑥스러운 말씀인데요. 그렇게 많이 받는 건 아니고, 10여 통 가까이 받거나, 현안이 있을 때 그 정도 받습니다.
박성우: 오늘도 상당히 바쁜 날이었는데, 전화를 많이 받으셨겠네요.
김용현: 네, 오늘은 개성공단에서 남북이 접촉하는 문제가 여러 가지로 꼬였기 때문에, 질문하고 의견을 구하는 전화가 꽤 있었습니다.
박성우: 석간신문 기자는 주로 아침 6시 좀 지나면 기사를 써야 하기 때문에 그때 전화를 할 텐데요. 솔직히 귀찮을 때는 없으십니까?
김용현: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체로 기자들이 전화하는 시간이 보통 7시 조금 넘어서 하기 때문에. 그 정도면 제가 일어나는 시간이어서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박성우: 기자들에게서 받는 질문 중에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게 그렇습니까?
김용현: 곤란한 질문은, 실질적으로 팩트(사실)가 명확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 기자들이 유도성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엔 제가 답변하기 곤란하기 때문에, 매우 우회적으로 답변합니다.
박성우: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특히 북한 관련해서는, 예측이나 전망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울 때가 있거든요. 교수님도 마찬가지 아니신가요?
김용현: 그렇습니다. 결과가 전혀 나오지 않은 사안이라든지, 또는 추측밖에 할 수 없는 때가 있는데, 대체로 그런 때에는 과거 북한에 어떤 사례가 있었는지를 봅니다. 그런 게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걸로 판단하거나, 또 한 가지는 북한에 대해서 이데올로기적인 판단이나 추상적인 판단을 하기보다는 좀 더 객관적으로 북한을 보는, 그런 중간적인 시각에서 보다 보면, 북한이 하려고 하는 것들에 대해서 대체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오늘만 해도 모든 신문과 방송이 ‘오전에’ 개성에서 남북 접촉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 보도를 했는데, 빗나갔거든요. 북한과 관련해서 예측이나 전망을 하는 일이 참 힘들다는 걸 바로 보여줬는데. 학자로서 북한을 보실 때도, 마찬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김용현: 그렇죠. 저희는 학문으로서 북한을 보는데요. 대체로 북한의 행위나, 또는 북한 지도부의 행위가 사실상 우리가 볼 때 적절하지 않은 게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에 김정일 위원장이 현지 지도를 상당히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학문적으로 봤을 때는, 현지 지도가 북한 정치의 중요한 통치 방식이기 때문에, 과거부터 매우 주의 깊게 보는 사항입니다만, 올해 들어서 예년에 비한 기준으로 하면 네다섯 배 이상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 지도 횟수가 늘어나는데, 이런 건 상당히 의외이고. 물론 김정일 위원장이 자신의 건강을 과시하는 측면도 있습니다만, 그러나 좀 더 현실적으로 보면 왜 저렇게 현지 지도 횟수가 많이 늘어날까 하는 부분에서는 상당히 의구심이 들죠.
박성우: 교수님께서 말씀하셨으니까 여쭤 보고 싶은데요, 왜 현지 지도 횟수가 늘어났다고 보시나요?
김용현: 김정일 위원장의 건재를 좀 과시하는 측면이 있고, 또 하나는 김정일 위원장 체제의 안정성을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현지 지도라는 것 자체가 실질적으로 위원장의 건재를 주민들에게 가장 솔직하고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이 그런 걸 보여준다는 측면도 있겠고요. 그리고 미국을 향한 측면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미국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걸 강하게 대외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알았습니다. 오늘은 아무래도 개성공단과 관련해서 뉴스가 많이 나왔는데요. 한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갖고 한국의 이명박 정부와 사실상 기 싸움을 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는데요. 결국엔 한국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좀 도와달라는 신호를 북한이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거든요. 이건 어떤 논리로 설명할 수 있나요?
김용현: 물론 그런 측면에서 접근도 가능하겠습니다만, 북한으로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전반적으로 대남 부분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인식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으로서는 개성공단의 확장이라든지 이런 부분에서 이명박 정부와 부딪히는 과정에서 이것이 진전이 안 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의 시발점이 이명박 정부에 있다는 걸 강조함으로써 이명박 정부를 좀 더 곤궁에 빠트리려고 하는 측면이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개성공단의 확장이라든지 이런 걸 (원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북한이 압박을 통해서 보여주는 측면도 충분히 있다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대남 전략 차원에서 개성공단의 문을 스스로 닫지는 않겠지만, 한국이 어쩔 수 없이 닫도록 하는 작전을 쓰고 있다는 추측도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이해하면 되는 겁니까?
김용현: 북한이 개성공단을 완전히 닫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갖추고 있다는 건 좀 앞서 간 생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현재 대북 정책을 봤을 때, 개성공단에서 얻을 수 있는 메리트(장점)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걸 북한이 또 한편으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성공단의 현상유지가 필요하다는, 이 정도 수준을 북한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지만,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개성공단의 발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개성공단의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다만 그것을 북한 스스로 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면 그렇게 했을 때, 남북관계에서 문제를 북한이 만들었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고요. 또 하나는 앞으로 북핵 문제나 북미관계 문제가 풀려가면서 북한에 대한 외부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데, 북한이 개성공단을 닫았다는 점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어서, 이런 점들은 북한이 직접 개성공단을 닫지 않을 거라는 걸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실질적으로 개성공단을 닫게 하는 상황을 만듦으로써 북한은 명분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뜻이 현실적으로 이번 (개성) 접촉에서도 좀 나타난 게 아니냐고 볼 수도 있습니다.
박성우: 교수님, 마지막으로 두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개성공단에 대해서 북한 정권은 어떻게 생각하고, 북한 인민은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질문인데요. 먼저, 북한 정권에 개성공단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용현: 현실적으로 개성공단이 발전해야 하는데, 그러한 진척이 안 된 상태에서 북한으로서는 개성공단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좀 계륵 같은 존재일 수 있겠고. 또 한 가지 측면에서는, 개성공단의 발전이 더딘 상황에서 북한의 군부나 대남 강경 세력으로서는 개성공단이 오히려 북한에 위협 요인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할 수도 있는 측면이 있어서, 북한으로서도 개성공단은 상당히 골치 아픈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은 사실상 개성공단의 존재를 알기는 알고 있을 겁니다만, 그 지역 이외 주민들에게는 개성공단의 실상이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개성공단은 한국의 입장에서 봤을 때 꼭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자본주의가 개성공단에서 실험되고 있고, 북한 주민들이 개성공단에서 그 실험을 통해서 자본주의 실상을 경험하는 측면도 또 한편으로 분명히 존재한다고 본다면, 한국 정부로서는 개성공단은 계속 유지하는 편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하고,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자본주의화가 필연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면, 그런 실험적 측면에서도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알았습니다. 명쾌한 해석과 전망으로 한국 정부와 한국 언론, 그리고 나아가서 북한 정부에도 좋은 조언을 주시는 그런 활동을 앞으로도 계속 기대합니다.
김용현: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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