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김씨일가의 노예국가”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6.07.22
democraticpartyEdit.jpg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지난 7월 18일 오하이오 주 클래블랜드에서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박수치고 있다.
AFP PHOTO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 공화당이 북한을 ‘노예국가’로 규정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을 ‘노예국가’라고 표현하는 게 새롭진 않죠. 그런데 미국의 양대 정당 중 하나인 공화당이 전당대회에서 북한을 ‘노예국가’라고 규정했습니다. 그 의미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미국 공화당은 지난 18일 전당대회에서 채택한 정강정책에서 북한을 '김씨 일가의 노예 국가’로 규정하고 체제 변화의 불가피성을 공식 거론했습니다. 공화당은 민주당과 함께 미국에서 양당 정치체제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정강정책은 북한 정치용어로 치면 노동당의 노선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화당의 정강정책은 4년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발표되는 일종의 정치 공약이고 약속입니다. 미국 공화당의 이번 정강정책은 오바마 정부가 지난 6일 김정은 위원장을 인권유린 혐의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에 이어 북한 정권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공화당은 정강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이 제대로 정립되기를 바란다"고 밝히면서 "중국 정부는 김씨 일가가 통치하는 노예국가의 변화가 불가피함을 인식하고, 핵 재앙으로부터 모든 이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한반도의 긍정적 변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공화당은 또한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핵확산 활동에 대한 북한의 완전한 책임을 촉구하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의 핵무기 프로그램 해체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는 만일 공화당이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 차기 미국 정부는 북한에 강력한 압박을 이어갈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특히 공화당은 북한의 핵 포기 압박과 핵 위협에 대한 강력 대응 등을 언급함으로써 현재의 오바마 행정부보다 더 강한 대북 압박 노선을 예고했습니다. 실제로 이날 공화당이 “북한의 어떤 위협에도 맞설 것을 다짐한다”고 밝힌 대목은 북한 도발에는 강력하게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화당이 북한을 ‘노예국가’로까지 규정하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직시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공화당 집권 시 북한의 인권 문제를 더욱 강도 높게 제기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저는 미국의 공화당이 북한의 진정한 체제 변화와 함께 한반도 통일까지 염두에 두고 정책을 펼쳐 나갈 것으로 봅니다.

박성우: 미국의 민주당도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북한 정권을 매우 비판적으로 규정했습니다. 소개를 좀 해 주시고요. 미국이 왜 이러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미국의 현 집권당인 민주당이 지난 1일에 채택한 당 정강정책 초안을 보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는 한편,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공격적 행보에 대한 대응으로 동맹을 강화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초안은 ‘직면한 글로벌 위협’이란 항목에서 테러리즘과 이란에 이어 북한을 미국의 3번째 위협으로 꼽았습니다. 초안은 북한과 관련하여 김정은을 ‘가학적 독재자’로, 북한 체제를 ‘가장 억압적인 정권’으로 규정하였습니다.

초안은 북한에 대한 대책으로 3가지 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 첫번째는 미국이 동맹을 군사적으로 보호하겠다는 것으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집권할 경우 한미일의 미사일 방어 체제 구축을 가속화한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것인데, ‘중국 역할론’은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일관된 미국의 대북 정책으로 새로운 내용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초안은 “북한이 불법적인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선택의 폭을 좁혀나갈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지 않으면 제재 수위를 더욱 높여나가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초안이 오는 7월 25일부터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표결을 통해 민주당의 공식 정책으로 결정되면 민주당은 집권하는 경우 이러한 노선을 따라가게 됩니다. 김정은을 미국 민주당이 가학적 독재자로 그리고 북한 정권을 가장 억압적인 정권으로 묘사한 것은 미국 정부와 인민, 민주당이 김정은을 어떠한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 명백하게 알려주는 지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부원장님은 ‘노예국가’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저는 북한이 노예국가라는 표현이 매우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북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감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민보안성이 운영하는 교화소의 실례만 봐도 이 표현이 얼마나 적절한지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의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지난 18일 '북한 인권 정책 회의'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3,000~4,000명이 수감된 평안남도 개천교화소에서는 과도한 강제 노동, 영양실조, 구타와 고문 등으로 하루 평균 3~4명이 사망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한꺼번에 화장 또는 매장되며 사망 사실도 형기가 끝나는 날이 돼서야 가족들에게 통보됩니다.

보고서는 또한 강제로 북한에 송환된 탈북자들이 주로 수감되는 함경북도 회령 전거리 교화소의 사정도 나을 게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전거리 교화소 수감자들 역시 강제 노동, 영양실조, 질병으로 하루 평균 1~2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이들의 사망 사실은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특히 임산부의 경우 '중국인 애를 뱄다'는 이유로 구타, 약물 주입 등의 방법을 동원해 수감 전 강제 낙태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하였습니다.

관리소, 일명 정치범 수용소들에서는 이보다 더 가혹한 노예생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든 관리소들에서 현재까지 얼마나 많은 정치범들이 노예생활을 강요당하다가 사망하였는지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요덕 15호 관리소에서 간신히 나온 뒤 탈북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정말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북한 인민들이 하루속히 노예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관련 소식을 하나 더 살펴보겠습니다. 유럽연합이 북한의 노동자 강제 노동과 인권침해에 관한 진상파악에 나섰다는 뉴스가 있었는데요. 그 의미는 무엇인가요?

고영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20일 폴란드를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 내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노동 등 인권침해 문제와 관련해 법 위반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해당 당사국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집행위원회는 또한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회사나 당사국에서 유럽연합의 관련법을 어긴 사실이 파악되면 위반행위에 대한 절차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25일 유럽의회 카티 피리 의원이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강제노동에 시달리면서 현대판 노예로 살아가고 있다며 서면으로 질의한 데 대해 답변서를 제출했습니다. 집행위원회의 마리안느 티센 고용·사회 담당 집행위원은 답변에서 "집행위원회는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침해에 대한 보도를 알고 있다"면서 "집행위는 강제노동을 비난하고 유럽연합의 기본권 헌장이 노예제와 강제노동, 모든 형태의 착취를 위한 인신매매를 금지하고 있음을 상기한다"고 밝혔습니다.

그 동안 북한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였던 유럽연합까지 나서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노예적인 노동 및 생활 환경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하였다는 것은 북한의 인권문제가 국제무대에서 얼마나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서 갖고 있는 관심을 보여주는 몇가지 사례를 소개해 주셨는데요. 미국의 주요 정당 중 하나가 북한을 ‘노예국가’로 규정할만큼, 북한의 인권 상황은 최악의 상태라는 점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이 시간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