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해방 이후 최대 수해’는 과장된 표현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6.09.23
Flood_Recovery_620.jpg 북한 조선중앙TV는 홍수로 심각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한 함경북도 지역에서 피해 복구에 여념이 없는 주민들의 모습을 이번달 16일 방영했다. 홍수에 따른 사망자와 실종자를 포함한 인명피해는 수백 명에 달하며 주택과 건물 등 수만 채가 파손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의 큰물피해가 심상치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에서 최근 몇 해 동안은 심각한 수준의 자연재해가 없었죠. 그런데 이번엔 상당히 큰 피해를 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부원장님께서는 북한에서 살아도 보셨고, 또 남한에 오신 후에도 줄곧 북한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계신데요. 북한은 이번 피해를 “해방 후 처음으로 되는 대재앙”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좀 부풀린 게 있다고 보시는지요? 아니면 사실 그대로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 중앙방송은 지난 14일 "8월 29일부터 9월 2일 사이 함경북도 지구를 휩쓴 태풍으로 인한 큰물 피해는 해방 후 처음으로 되는 대재앙이었다"면서 "사망자와 행방불명자를 포함한 인명피해는 수백 명에 달하며 6만8천900여 명이 한지에 나앉았다"고 밝혔습니다.

중앙방송은 두만강 유역에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려 두만강이 범람하면서 회령시, 무산군, 연사군, 온성군, 경원군, 경흥군과 나선시 일부 지역에서 극심한 피해가 났다면서 "1만1천600여 동이 완전히 파괴된 것을 비롯해 총 2만9천800여 동의 살림집이 피해를 보았으며 900여 동의 생산 및 공공건물들이 파괴 손상됐다"고 전했습니다. 저는 평양에서 대학을 다니고 외교관 생활을 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1960년대 중반 북한에서 대홍수가 나 본평양과 동평양 거의 전부가 물에 잠기고 수만채의 살림집들이 피해를 입었고 수백명 이상의 시민들이 사망하였습니다. 저의 기억으로는 그게 가장 큰 홍수피해였습니다. 물론 제가 평양을 뜬 이후 1990년대 중반 홍수피해도 만만치 않았고, 이러한 자연재해와 북한 지도부의 실정으로 인해 약 2백만명이 기아와 추위 등으로 사망하는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 있었죠. 따라서 북한이 이번 함경북도 피해를 해방 이후 처음으로 되는 대재앙이었다고 한 것은 과장된 표현으로 보입니다.

물론 피해가 작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북한이 의도적으로 피해를 부풀려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 내자는 목적은 분명하게 있어 보입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번에 큰물 피해를 입었으나 중앙으로부터 자재와 중기계들의 도움없이 거의 손노동으로 피해를 복구하며 몸 고생, 마음 고생을 하고 있는 함경북도 주민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박성우: 함경북도는 지난해에도 수해가 발생했었죠. 작년엔 김정은 위원장이 수해지역을 직접 방문했잖아요. 그런데 이번엔 가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지난 8월 말 북한 함경도를 강타한 홍수 피해가 ‘50여 년 만의 대재앙’이라고 북한 중앙방송이 지적할 만큼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정은은 수해가 난 후 3주가 되도록 피해 현장을 방문하지 않아 세계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온나라가 수해 복구에 나서야 한다는 호소문을 발표하는 등 소위 ‘인민에 대한 김정은의 사랑’을 선전하는데 북한이 주력하고 있지만 정작 김정은 본인은 수해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주민들 고통은 나몰라라하고 있는 셈입니다.

김정은은 5차 핵실험 이후 북한군 제810군부대 산하 1116호 농장과 보건산소공장, 강원도 고산과수종합농장 등을 방문하며 이른바 현지지도를 계속하는 모양새는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지난 18일 과수농장을 돌아 보면서 "올해 수십 정보의 사과밭에서 정보당 50여t의 사과를 수확하게 된다는데 대단하다, 사과가 땅이 꺼지도록 정말 끔찍이도 많이 달렸다"며 환하게 웃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김정은은 5차 핵실험 관계자들과 평양 금수산에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중앙통신은 "김정은이 핵실험에 기여한 위훈자들을 열렬히 축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을 전체가 사라진 곳도 있는 함경북도, 인민들이 죽도록 고생하고 있는 함경북도, 홍수로 아수라장이 된 그 북부지역을 재껴 놓고 이른바 ‘본보기’ 단위만 지도하면서 활짝 웃고 있는 김정은을 두고 수해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정은이 수해 복구는 관심이 없고 핵실험에만 온 힘을 쏟고 있는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남한에 있는 북한 전문 매체인 데일리NK는 북한 주민들이 ‘우리는 실의에 빠져 있는데 중앙의 핵 놀음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등의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저는 김정은이 함경북도 수해지역을 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수해 복구 작업에 진전도 없고 수해 지역이 말 그대로 허허벌판인데다가 5차 핵실험과 생활고 등으로 지역 민심이 격앙돼 있는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그리고 전 재산을 홍수로 잃은 사람들이 통곡하고 있는데 소위 인민을 사랑한다는 지도자가 사과 농장에 가서 파안대소하면서 좋아하고 핵실험 과학자들과 웃으면서 기념사진을 찍는 그런 위선적인 모습에 기가 막힐 뿐입니다.

박성우: 한국 정부는 수해 복구 물자를 북한에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죠. 어떤 이유 때문인지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북한에 큰 수해가 났는데도 불구하고 수해 복구보다 5차 핵실험에 매달리고 그것도 모자라 또 신형 로켓 엔진 시험에 성공했다고 좋아하는 것을 보면, 북한 주민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정권 유지와 사리사욕만 생각하는 현실이 기가 막힐 뿐"이라며 북한 지도부를 비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김정은은 주민의 민생은 철저히 외면한 채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가면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광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김정은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꺾고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면서 "정부는 우선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핵 포기를 실질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국제사회의 새롭고 강력한 제재 도출에 최선을 다하면서 이와 별도로 여러 나라와 함께 대북 압박을 위해 필요한 독자적 조치도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러한 강력한 북핵 반대 입장을 반영해서인지 한국의 통일부도 지난 19일 북한이 수해 지원을 요청하더라도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정세 등을 고려할 때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요청이 없더라도 정부가 지원에 나선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긴급구호의 국제적인 원칙은 해당 국가가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아무리 어렵더라도 해당 국가가 요청하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대변인은 "현재까지 북한의 수해 지원 요청이 없고, 앞으로도 요청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북한의 요청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 상황에서는 수해 지원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좀 낮지 않은가 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북측은 수해가 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막대한 비용이 드는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며 "이러한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핵실험에 쓸 것이 아니라 북한의 민생을 위한 수해 복구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만들지 말아야 하며 그 대신 홍수피해를 겪고 있는 주민들을 먼저 도와야 한다는 것이 한국정부의 입장인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사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감내해야 할 일이 돼 버린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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