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피습당한 사건에 대해 북측이 내놓은 논평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지난 5일에 사람들이 많이 놀랄만한 사건이 하나 있었죠.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서울에서 열린 조찬강연에 참석했다가 피격당했는데요. 이 사건을 놓고 북측이 신속하게 논평을 내놨죠. 내용부터 소개를 좀 해 주시고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시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 주시죠.
고영환: 서울의 한복판이라고 할 수 있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우리마당독도지킴이'라는 시민단체 대표 김기종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과도, 즉 과일칼을 이용해 얼굴에 테러를 가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칼로 얼굴을 베인 리퍼트 대사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을 집도한 세브란스병원 측은 리퍼트 대사의 건강상태에는 이상이 없으며 6일에는 일어나서 다닐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매우 특이한 일이 벌어졌죠. 지금 세계는 테러와의 전쟁을 하고 있고 세계인들이 테러에 커다란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온 세계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테러분자 김기종을 미국과 구라파, 아시아의 각국에서 규탄하고 있는데, 세계에서 오직 북한만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지 10시간 만에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이 사건을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강행한 미국에 대한 남한 민심의 '징벌'이고 남조선에서 위험천만한 합동군사연습을 벌여놓고 조선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미국을 규탄하는 남녘 민심의 반영이고 항거의 표시"라고 주장하면서 테러분자를 적극 두둔하였습니다. 이 논평을 전해들은 세계 사람들은 역시 북한은 이상한 나라이고 이해가 불가능한 나라라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세종대로는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서울의 중심입니다. 저도 이 거리를 산책, 북한말로 산보하다가 성김 전 주한 미국대사와 만나 악수를 하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리퍼트 대사는 이런 곳에서 열린 세미나에 밀착경호 없이 참석하였다가 봉변을 당하였습니다. 북한으로 친다면, 비유해서 말하자면, 김일성 광장에서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를 대낮에 칼로 찌른 사건이 일어난 셈입니다. 북한을 추종하는 극히 일부의 극단적인 사람이 사고를 친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이제 관심사는 김기종 씨에게 대공 용의점이 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요. 조사 결과는 나와봐야 하겠죠. 그런데 남한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 보자면, 김 씨가 뭔가 큰일을 저지를 때마다 북측은 김 씨를 옹호하는 듯한 행태를 보여왔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김기종 씨에 대해서 위원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대공 용의점이라는 건 북한과의 연계성을 뜻하는데요. 지난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게 '과도 테러'를 가한 김기종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의 행적과 성향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죠.
김씨는 1980년대 초반부터 재야운동에 투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82년부터는 '우리마당'이라는 단체를 주도해왔는데요. 이건 큰 단체는 아닙니다. 한두 명이 회원으로 있는 단체인데요. 그는 2006년 11월부터 2007년 4월까지 8차례에 걸쳐 개성을 방문해 나무심기 행사 등에 참석했고요. 방북 이후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철폐 등 반미 반정부 활동을 했습니다.
국회의원을 만나 협박을 하기도 하고, 지난 1월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한 아이돌그룹 팬클럽 회원들과 시비가 붙어 점검차 나왔던 서대문구청 공무원들을 폭행하고, 도로로 뛰어들어 시내버스를 막아서는 기행을 보인 사람이기도 합니다.
김 씨는 2010년 7월에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게이에 도시노리 당시 주한 일본대사 초청 강연회에서 대사에게 시멘트 덩어리 2개를 던져 상처를 입히기도 했습니다. 그때도 조선중앙방송은 대사 공격 직후인 2010년 7월 13일 "일본 대사가 남조선과 일본 사이의 새로운 시대니 공동번영이니 뭐니 하고 망발하는 데 격분한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 김기종이 그에게 콘크리트 덩어리를 던졌다"며 그를 두둔하였습니다.
외국대사들을 향해 테러행위를 했고, 방북 이후에는 주로 반미투쟁을 해 왔다는 점에서, 그가 종북주의 성향을 보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이번 사건은 그 여파가 어디까지 갈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중요한 분기점이 나오면 이 시간에도 다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다른 소식도 좀 살펴보죠. 스위스 제네바에서 현지시간으로 지난 3일 유엔 인권이사회가 열렸죠. 남한에서는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이 참석했는데요. 눈에 띄는 발언을 했습니다. 북측 대표로 참석한 리수용 외무상에게 "애처롭다"는 말을 했죠. 왜 그랬는지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지난 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열렸는데, 여기서 남북 대표들이 북한 인권 문제를 놓고 연설을 하면서 서로 격돌했습니다. 먼저 북한 리수용 외무상이 기조연설을 하였는데, 그는 탈북자들을 겨냥해 "공화국 적대세력이 관심을 두는 건 죄를 짓고 도주한 탈북자라는 인간 쓰레기들뿐이다", "범죄자들로서는 목숨을 연명하려면 적대세력의 구미에 맞게 조국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면서 탈북자들을 맹렬히 공격했습니다.
한국 측 대표로 나선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은 리수용 외무상의 연설을 들은 후 "같은 외교관으로서 (이런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리 외무상에게 깊은 연민의 정을 느낀다"라고 말을 시작하며 "북한 인권의 참상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그가 진실을 덮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애처롭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북한 당국은 북한 주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를 했습니다. 한국의 유명한 시인인 조지훈의 아들인 조 차관의 발언을 들으면서 인권이사회에 참석했던 많은 외국의 외교사절들은 "북한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걸 알고 있다"라면서 공감을 표했습니다.
북한 인권에 전혀 관심이 없던 북한은 유엔이 김정은을 인류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 국제형사기구에 제소하려고 하면서부터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리수용 외무상이 외교관으로는 쓸 수 없는 낮은 수준의 발언들을 하는 것을 보면서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낸 저도 연민의 정을 느낍니다.
박성우: 리수용 외무상은 미국에 선제타격을 할 수도 있다는 식의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이건 어떤 맥락에서 보면 될까요?
고영환: 저도 그 말을 들으면서 깜짝 놀랐는데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와 인권이사회에 사상 처음으로 참석한 리수용 외무상은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핵보유국이 됐다며 정당성을 강조하고 더 나아가 미국을 선제타격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세계 주요 강대국들이 보는 앞에서 노골적으로 미국을 자극하고 나선 것이죠.
북한이 이렇게 미국을 겨냥하는 직접적인 외교에 나선 것은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안 채택 이후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대외 이미지가 더욱 나빠지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존의 '무대응'에서 '정면 대응'으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이고, 미국이 좀처럼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자 핵실험 중단 카드에 이어 핵공격 카드를 연이어 꺼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그런데 북한이 갖고 있는 핵과 미사일 때문에 북한은 결국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 한 번 나왔는데요. 어떤 내용입니까? 그리고 위원님께서도 동의하시는지요?
고영환: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4일 워싱턴타임스와 세계일보 공동 주최로 열린 제21회 미디어콘퍼런스 강연을 통해 "북한은 사실 표류하고 있다"며 "앞으로 10년이 걸릴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북한은 언젠가는 붕괴한다"고 말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계속하여 "핵무기 개발 때문에 북한은 친구가 없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는 한 경제는 더 나빠지고 이에 따른 민심도 악화되면서 북한 정권이 붕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민심은 천심이라고 하는데, 북한 지도자들이 역사의 교훈을 명심하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북한이 핵무기 때문에 친구가 없어지고 있다는 건 다른 말로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외톨이 신세라는 건데요. '우물 안 개구리'라는 뜻이죠. 그래서 모두가 김기종 씨의 리퍼트 대사에 대한 테러 행위를 비난할 때 북한은 김 씨를 옹호하는 논평을 내놨던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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