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시리아처럼 된매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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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의 강도 높은 대북 압박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요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과 관련한 발언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부원장님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셨을 텐데요. 어떻게 평가하셨습니까?

고영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김정은 정권에 대해 "북한이 큰 실수를 하고 있다. 미국은 아주 강력한 무적함대를 북한에 보내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폭스비즈니스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항공모함보다 매우 강력한 잠수함도 갖고 있다. 우리는 지구 최고의 군대를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날 발언은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에 대북 압박을 요구한 데 이어 북한을 군사적으로 직접 압박함으로써 북핵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군사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면서도 "난 오바마 전 대통령과는 다르다. 전 정부는 넉 달 동안 이라크 모술을 치겠다고 말해 적들이 준비할 시간을 줬고, 이 때문에 많은 이가 죽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는 군사행동의 가능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면서도 북한이나 중국이 자신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게 하여 현재의 북핵 국면을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트럼프식 '협상 전략'으로 보입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서도 '북한이 말썽을 피우려 하고 있는데 중국이 돕지 않는다면 우리는 중국 없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독자 행동' 가능성을 강조했습니다. 미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에 대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행동할 때는 단호하고, 비례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에서 세계 최강국들의 두 정상은 북핵불용 원칙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정상회담 이후에 미국 대통령의 대북 발언이 더욱 강경해지고 있는 것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거듭되는 경고는 '북한 핵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군사적 조치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의 반영이라고 봅니다. 북한은 미국의 경고를 무시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미국 측의 북한과 시리아를 상대로 하는 대응이 어딘가 많이 닮은 점이 있다는 지적이 있죠. 부원장님도 동의하시는지요?

고영환: 저도 동의합니다. 지난 6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진행되던 중 미사일 공격으로 시작된 시리아(수리아)의 아사드 정권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 방식이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이 두 정권을 바라보는 시선이 거의 같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실세로 떠오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9일 폭스뉴스와의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살인 정권', 김정은 정권을 '불량 정권'이라고 각각 표현했습니다. 또 시리아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했고, 북한에 대해선 "모든 옵션(선택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군사행동을 고려하게 된 배경도 비슷합니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시리아 정책은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와 유사했습니다. 자칫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와 충돌할 경우 3차 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 대해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설정했던 화학무기를 아사드 정권이 사용하자 망설이지 않고 시리아를 미사일로 타격했습니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 9일 북한에 대한 레드라인과 관련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면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시리아 공격에서 북한이 무엇을 배워야 하느냐'는 질문에 "도발이 어느 선을 넘으면 시리아처럼 대응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지도자들에게 시리아 공격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북핵 문제의 심각성도 동시에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대북 군사행동에 대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저도 미국의 시리아와 북한을 대하는 시각과 입장이 거의 동일하다고 평가합니다. 결국 북한이 계속하여 핵 도발, 미사일 도발을 할 경우 시리아처럼 된매를 맞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박성우: 최근 들어 중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가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특히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서울을 찾았을 때 했던 발언들이 주목받았는데요. 부원장님의 해석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고영환: 중국이 지난 미중 정상회담 직후 북한에 "6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삼가라. 경거망동하면 필요한 '양자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지난 11일 확인됐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한 발언입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우 특별대표가 지난 10일 우리 외교부와의 협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설명했다"며 "양자 조치에는 중유 공급 중단 등 물자 차단, 중국 내 북한 노동자의 추방, 북한 관광 제재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우 특별대표는 또한 한국측과의 협의에서 "북한은 미·중과 국제사회가 파키스탄, 인도에 그랬던 것처럼 북한의 핵 보유도 묵인해 줄 것이란 환상에 빠져 있다. 그러나 이 환상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중국의 이런 입장 선회에는 북한의 거듭되는 도발로 인한 중국 지도부의 피로감과 함께 미중 정상회담 전후의 상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미중 정상회담, 특히 단독 정상회담이 있은 뒤부터 중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가 분명하게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외교 당국자가 한국 외교 당국자와의 공식회담에서 위에서 언급한 발언들을 했다는 것은 중국 지도부가 얼마나 김정은 지도부를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북핵에 대한 입장이 얼마나 강경한지를 보여줍니다. 김일성도 중국이 한번 '푸싱', 즉 '노'(no)를 하면 무섭다고 여러 번 외무성 간부들에게 말한 바 있습니다. 김정은이 조부의 유훈을 명심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특히 중국의 대북 '원유공급 중단'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립니다. 이 조치가 북한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중국 정부가 최근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양자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의 뜻을 이미 북에 통보했다는 설명을 방금 전에 드렸는데요. 양자 조치는 유엔의 대북제재와 관계없이 중국이 북한에 대해 독자적인 제재조치를 취한다는 뜻입니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12일 사설에서 "북한이 이번 달 또 한 번 도발을 한다면 중국 사회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포함한 전례 없는 조치들이 포함된 새로운 유엔 제재 결의안을 원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환구시보는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이나 ICBM 시험발사를 강행한다면 이는 미국의 뺨을 때리는 꼴이 될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미국과 북한의 대립은 더 격화되고 중국도 더 강경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의 일부 학자도 '원유 공급 중단'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왕성 지린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뷰에서 6차 핵실험 등 북한의 추가 도발을 전제로 "중국이 북한에 식량 공급 축소와 원유 공급 중단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중국은 매년 북한의 원유 도입량 거의 전부인 30만~50만t 규모의 원유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만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경우 중국은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중단과 북한 근로자 추방, 북한 물품의 수입금지 조치 등을 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치가 일정 기간 지속되면 북한은 저절로 무너질 수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끝장나고 새로운 민주정권이 북한에 설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박성우: 북한이 핵실험 등의 도발을 할 경우, 중국이 북한 정권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은 많다는 의미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중국이 대북 제재를 강화하지 않을 경우엔 미국이 직접 나설 수 있다는 말을 트럼프 대통령이 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