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ICBM 제대로 쏜 거 맞나?”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7.07.14
hwasung15_sky-620.jpg 북한이 지난 4일 쏘아올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은 “초기 수준”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비행시험을 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측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제대로 쐈다며 자축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남측 국가정보원은 좀 상반된 분석을 내놨죠?

고영환: 북한은 지난 3일 이른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였고 이것이 성공하였다면서 대대적인 경축행사들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주장과 달리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에 대해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종말 유도 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난 11일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한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대형 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ICBM의 기술적 특성이 확정됐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ICBM 탄두부에 고위력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것처럼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는 분석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지난 4일 북한은 저들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재진입할 때 열·마찰을 견디는 기술인 '내열 특성'과, 목표를 정확하게 타격하도록 유도하는 '말기 유도 특성'들이 확인됐다고 발표문에서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번 미사일을 “대륙간탄도미사일급 사거리를 가진 미사일로 잠정 평가한다"고 하면서도 "연구·개발 단계의 임시 발사 방식인 고정형 발사대를 활용한 것으로 볼 때 초기 수준의 비행시험"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계속하여 국정원은 "북한은 탄소 복합재로 만든 ICBM급 탄도의 내열 특성도 확인됐다고 주장했지만 아직 재진입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시험 시설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점에서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말기 유도 특성이 확인됐다고 북한은 주장했는데 유도 장치를 통해 목표물을 정확히 명중시키는 종말 유도 기술은 재진입 기술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 기술은 아직 확보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저는 한국의 미사일 부문 과학자들과 정보기관이 세밀한 분석을 통해 국회에 보고한 북한 장거리미사일 발사 결과가 북측의 기술 수준을 일부러 깎아 내리려는 의도를 갖고 작성됐다고 보지 않습니다. 미사일이 완벽하게 비행하고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불타거나 파괴된 것을 확인하는 분석 기술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북한이 ‘완전 성공’했다고 자랑부터 하는 걸 보면 핵과 미사일 개발을 무척이나 서두르고 있고 외부세계에 이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미국은 미사일 방어 체제를 가다듬고 있습니다. 사드를 시험 가동한 건데요. 지난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는 시험은 아니었다고 합니다만, 어쨌거나 북한에 시사하는 바는 큰 것 같습니다.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미국 미사일방어청은 지난 11일 알래스카에 배치되어 있는 사드,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태평양 하와이에서 발사된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탐지한 후 요격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샘 그리브 미사일방어청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실험으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사드의 성능을 증명할 수 있었고 이번 성공은 진화하고 있는 북한의 군사 위협에 대한 방어 체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로써 미군은 2005년부터 시작된 14차례의 사드 실험에서 모두 성공했습니다. 13차례의 실험들은 지상 발사가 아닌 항공기가 투하한 표적 미사일을 상대로 이뤄졌으나 이번 실험은 실전과 유사한 조건, 즉 지상에서 발사된 실물 미사일 요격에 성공했습니다. 특히 이날 사드 요격 시험은 중장거리 미사일로 가정한 비행체의 발사 시간을 미리 알리지 않은 상황에서 실전과 똑같은 조건 속에 이뤄졌고 성공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이에 맞서는 미국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완성해 가는 미사일방어체계는 북한을 비롯한 가상 적국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모두 막아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제임스 실링 전 미사일방어국장은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2020년까지는 미국으로 향하는 어떤 탄도미사일도 격추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냉전 시기 미국과 함께 세계 초대강국으로 불렸던 구소련도 미국과의 미사일 전쟁을 하다가 경제적으로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체제의 붕괴를 겪었습니다. 세계 육지면적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구소련도 미국과의 군비경쟁에서 패배하였는데 조그마한 나라 북한이 미국과 미사일 전쟁을 하고 군비경쟁을 하겠다니 어떤 말을 어떻게 할지 모를 지경입니다.

박성우: 미국 정부의 입장을 좀 더 살펴보죠. 미국 부통령이 북측과의 대화 조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언급했는데요. 그런데 그 조건이 좀 더 강경해졌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부원장님은 어찌 보셨습니까?

고영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10일 미국 라디오 프로그램 '로라 잉그러햄 쇼'에 출연하여 "북한의 핵과 미사일 포기 없이 미북 정상 간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국가 지도자와도 만날 수 있지만 북한만은 예외"라면서 "북한이 영구적으로 핵과 탄도미사일 야망을 버릴 때까지 미국은 지속적으로 북한을 경제적, 외교적으로 더욱 고립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펜스 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 5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의 핵 폐기 의지 확인과 핵·미사일 실험 중지 등을 대화 재개 조건으로 내걸었던 것에 비교해 볼 때 훨씬 강경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같은 날 유엔 고위급 외교관들에게 "몇 주 내 대북 제재 결의안을 안보리 표결에 부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엔 소식통은 "미국 측이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후 대북 결의가 나오기까지 82일이 걸렸던 것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는 미국 측에도 큰 부담이지만 세컨더리 보이콧, 즉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개인에 대한 제재 등 독자 제재로 가기 위한 “명분 쌓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거듭해서 방송에서 말하고 있는데 북한은 레드라인, 즉 붉은 선을 넘지 말아야 합니다. 붉은 선을 계속하여 북한이 넘으려고 하는 경우 북한 김정은 체제가 어떤 일을 겪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박성우: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도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세컨더리 보이콧’ 시행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부쩍 많아졌죠. 이게 무엇인지, 그리고 왜 효과적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과 무역을 하거나 은행거래를 하는 나라들이 미국과 일체의 거래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초대강국이고 세계금융거래 대부분이 달러화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미국에 엇서는 나라는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되어 있습니다.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세컨더리 보이콧을 검토하려고 한다"며 "다른 나라들이 북한의 돈줄이 되는 행위에 가담하고 있다면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 무역의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현재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의 절대다수는 중국 기업이기 때문에 2차 제재의 대상은 대부분 중국 기업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은 북한에게 있어서 생명줄인 중국의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한 관리는 지난 12일 "결국 미국이 중국과의 경제 마찰을 감수하면서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꺼내들지가 북핵문제 해결 국면의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2차 제재를 하고, 미국과의 무역이나 경제 관계를 최고도로 중시하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을 중단하고, 중국에 나가서 돈을 버는 북한 기술자와 근로자들을 모두 돌려 보낸다면 북한 김정은 체제가 이를 견디어 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확실한 것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발전시키는 한 오히려 북한체제가 더 불안해진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일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대북 제재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이후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시행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인지 여부도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와 관련된 소식이 있으면 이 시간에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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