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법 찾기 여전히 미로 속 헤매는 듯”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7.11.24
nk_terrorism_state_b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ASSOCIATED PRESS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테러지원국에 재지정 됐는데요. 이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고영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회의에서 그는 "북한은 핵 파괴로 전 세계를 위협할 뿐 아니라 외국에서 암살을 포함한 국제적인 테러를 지원하는 행동을 되풀이해 왔다"면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은 "수년 전에 했어야 했다"고 강조하며 "이번 조치가 북한과 관련자들에 대해 추가적 제재와 불이익을 가할 것이고 살인 정권을 고립화하려는 우리의 최대 압박 작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1987년 11월 29일 공작원 김현희를 시켜 대한항공 여객기를 폭파하여 1988년 서울에서 열렸던 올림픽을 저지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미국 정부에 의하여 1988년 테러지원국에 지정되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8년 핵 검증에 합의하면서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었고 그때로부터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된 것입니다. 현재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이란과 수단, 시리아, 그리고 북한뿐입니다. 북한이 이번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된 것은 지난 2월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정찰총국 등 공작기관들이 김정은의 지시에 의하여 김정일의 맏아들이며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신경가스로 암살한 것이 직접적인 이유로 작용했습니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는 경우 북한과 거래하는 일체의 국가와 단체들에 대하여 미국 정부는 제재를 가할 수 있으며 대외 원조도 금지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현 시기 강한 제재를 이미 받고 있어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북한을 사실상 '불량 정권'으로 낙인을 찍으려는 의도가 더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미국 정부의 조치로 인해 세상 사람들은 ‘북한’ 하면 테러를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아프리카의 수단이나 시리아 정도의 악한 국가로 강하게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박성우: 한 발 더 나아가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추가하기로 했는데요. 그 강도는 어느 정도라고 보면 되나요?

고영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다음날인 지난 21일 미국 재무부가 추가적인 대북제재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제재 내용을 보면 미국 정부는 북한 육해운성과 해사감독국 등 북한의 해운 운수를 관할하는 정부 부서 두 곳과 릉라도호, 장경호, 구봉룡호, 례성강1호, 양각도호 등 북한 선박 20척, 그리고 유성선박과 금별무역 등 이들 선박을 운영하는 7개 해운 및 무역회사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북한 정부와 북한 운수해운 기관 및 대형 운반선 외에도 미국은 북한과 무역을 해 온 중국 무역회사 4곳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중국인 개인으로는 유일하게 쑨쓰둥 중국 단둥 둥위안산업 대표가 포함됐습니다. 그는 지난해 8월 캄보디아 국적의 화물선 지슌호에 북한산 대전차로켓발사기인 7호 발사관 3만 개를 철광석 아래 숨겨 이집트로 수출하려다 적발된 인물입니다.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공해상에 나가 화물을 선적하거나 바꿔치기 하면서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어긴 선박들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같은 날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는 북한의 제재 회피 전술을 공개해 외부 무역과 자금원으로부터 북한을 격리함으로써 경제적 압박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저는 이번 미국 정부의 조치를 보면서 북한이 제재의 그물망에서 빠져 나가기 위해 여러 계책들을 써 왔는데 그런 것들이 차례로 막히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북한이 핵개발을 지속하는 경우 제재의 그물이 더욱 촘촘해져 북한 지도부는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게 될 것으로 봅니다.

박성우: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바로 그날, 평양에 갔던 중국 특사가 귀국했는데요. 방북 성과가 별로 없는 것 같다면서요?

고영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평양을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방문하였던 쑹타오 당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은을 만나지 못하고 베이징으로 귀국했습니다. 쑹 부장이 귀국한 다음 날인 21일 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면 최하단에 쑹 부장의 귀국 사실만 짧게 전했고, 같은 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3면 왼쪽 하단에 한 줄짜리 기사로 쑹 부장의 평양 방문 및 귀국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2012년 11월 리젠궈 공산당 정치국 위원이 시진핑 주석의 특사로 방북했을 때 노동신문과 인민일보는 김정은과 리젠궈의 회동 결과를 자세히 전했었습니다.

쑹타오가 평양을 떠난 다음날인 21일 노동신문은 3면에 김정은이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를 현지시찰했다고 대서특필했습니다. 쑹 부장이 평양을 떠난 20일 김정은이 쑹 부장을 무시하고 평양이 아닌 지방에서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화물차 공장을 현지지도했음을 노골적으로 공개한 것입니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지난 21일 ‘북중 관계는 한반도 상황에 직결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중이 양당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북중 양국은 핵 문제에서 심각한 이견이 여전하다”고 함으로써 현재 북중관계가 최악임을 인정했습니다.

김정은이 시진핑 주석의 특사를 만나주지 않은 것은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중국 지도부, 특히 시진핑 주석에 대한 김정은의 노골적 불만의 표시로 보입니다. 시 주석의 특사를 만나봐야 핵을 포기하라고 할 것이고 만나서 득을 볼 것이 하나도 없다고 김정은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 주석의 특사를 김정은이 만나지 않음으로써 시 주석은 체면을 구기게 되었습니다. 특사와의 만남을 거절하면서 김정은이 시진핑 주석의 뺨을 후려갈긴 셈이 되었습니다. 김정은이 속으로는 시원함을 느꼈겠지만 중국, 특히 한창 권력을 강화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은 심한 모멸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북한 인민들이, 북한 경제가 당하게 생겼습니다. 가뜩이나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데 인민들이 당할 고통에 마음이 저려옵니다.

박성우: 한국 정부로선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되고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로 이어져서 북핵 문제를 대화로 풀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길 기대하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이 그림이 좀 어그러지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습니다. 부원장님은 어찌 보시는지요?

고영환: 지난 20일 미국 정부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지난 21일 미국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조치들은 한국 정부의 입지를 약화시킨다는 분석이 한국 사회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은 2018년 2월 강원도 평창군에서 진행되게 될 동계올림픽을 북핵 문제의 돌파구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최근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수준과 미국 주도의 제재 압박 속도 등으로 볼 때 내년 초 정도가 중대 기점이 될 수 있다”며 “이때 우리가 역할을 하지 못하면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만일 북한이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반발해 도발을 감행하면 이는 평창 올림픽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북한이 올림픽 자체에 불참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대로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면 북한과의 체육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대화들로 이어질 수 있고 북핵 문제가 대화로 해결되기를 바라는 한국 정부의 큰 그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죠. 한국 정부가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도 알겠습니다. 하지만 중국 특사는 김정은과의 면담 없이 귀국하고, 몇 시간 뒤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모습을 보면, 북한 문제에 대한 해법 찾기는 여전히 미로 속을 헤매고 있는 같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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