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가을 개편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시사진단 한반도>의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앞으로 매주 이 시간엔 서울에 있는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한반도를 둘러싼 다양한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성우:
RFA 서울지국에 고영환 연구위원께서 나와계십니다. 안녕하세요.
고영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연구위원님, 먼저 우리 청취자들께 인사 말씀부터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네, 저는 북한에서 외교 과장을 지냈고, 91년에 서울에 와서 현재 국가안보전략연구소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앞으로 우리가 매주마다 한 번씩 다양한 주제를 놓고 진단을 해 볼 텐데요. 북한과 관련해서 이번 달의 가장 큰 뉴스는 아무래도 북중 수교 60주년 행사였던 것 같습니다. 중국 총리가 평양을 방문했는데요. 이번 행사를 통해서 북한이 얻은 건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얻은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유엔 결의 1874호, 그러니까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다음에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이 만장일치로 북한에 대해서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는데, 북한으로서는 아무래도 그 제재 결의가 너무 부담스러우니까, 그것을 깨버리는, 북한 말로 하면 ‘돌파구’를 여는 측면에서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를 초청해서 지원을 얻어냄으로써 경제적 실리도 얻고, 또 유엔 제재 결의도 무력화시키는, 그런 두 가지 큰 소득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그렇다면 중국이 얻은 건 뭐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중국은 역시 북한에 대해서 자기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려 하는 것. 그다음에 북한에서 핵무기를 없애기 위해서 6자회담이 진행됐잖습니까. 지금은 중단됐는데. 6자회담 의장국이 중국이거든요. 그러니까 김정일 위원장이 ‘다시는, 절대로 안 나가겠다’던 6자회담에 대해서 이번에 원자바오 총리가 갔을 때 김정일 위원장이 ‘다자회담, 6자회담에 나가겠다’ 이런 말을 얻어냄으로써 중국이 의장국으로서의 체면을 살린 것. 이렇게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중국과 북한은 이른바 ‘혈맹’ 관계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걸 북한 정권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고영환:
북한과 중국 사이에는 ‘조중우호 및 상호원조에 관한 협정’이 1961년에 체결된 게 있습니다. 외침이 있을 때 서로 도와주기로 한 거지요. 그런데 중국이 1988년 이후로 개혁개방을 하면서 중국으로서의 북한에 대한 의무를 잘 안 지킨다고 (북한이) 생각하는 거죠. ‘너희가 안보를 잘 지켜주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자위권을 행사해서 핵무기를 만들었는데, 당신들이 왜 자꾸 우리보고 핵무기를 내놓으라고 하느냐’ 이게 (북한의) 가장 기본적인 생각이죠. 그러니까 ‘당신들이 지켜주겠다고 해 놓고 안 지켜주니까 우리가 자위권으로 (핵을) 만들어 냈고, 그 귀하게 만든 것을 왜 내놓느냐’라는 게 아마 기본적인 생각일 것 같습니다.
박성우:
연구위원님은 북한에 계실 때 외교관으로 일하셨는데요. 북한 정권에게 중국은 외교적으로 어떤 존재입니까?
고영환:
중국과의 관계를 짧은 시간에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어쨌든 혈맹관계, 6.25때 몇백만 명의 지원군이 와서 나라를 구원해 준, 그때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한) 이후에 북한이 굉장히 화가 나 있다는 거죠. ‘우리보고 왜 자꾸 개혁개방을 하라고 그러느냐, 왜 간접적으로 압력을 넣느냐’, 다시 말해서 ‘당신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건 개혁개방인데 우리는 이걸 황색 바람으로밖에 규정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다’라는 게 (북한의) 가장 기본적인 생각이지요. 그러니까 북한에게 중국은 대국주의적, 수정주의적 요구를 하는, 좀 못된 이웃이라고 볼 수 있지요.
박성우:
현재 북한은 미국과 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는데요. 북한에게 미국은 외교적으로 어떤 존재입니까?
고영환:
북한 외교에 있어서 미국은 한마디로 말해서 정치, 외교 모든 측면에서 ‘악의 근원’이라고 (북한은) 생각하고 있지요. 미국만 없었으면 북한식 통일도 이미 오래전에 이뤄졌겠는데, 그것이 안 됐다는 거죠. 그렇지만 최근에 와서는 ‘미국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니까 한반도의 평화, 북한 체제의 유지, 김정일 체제의 유지, 남북통일 등 모든 문제의 열쇠를 쥔 당사자가 미국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죠.
박성우:
약간 모순된 듯합니다. 이런 사고방식을 북한의 일반 인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고영환:
일반 북한 주민들은 아마 지도부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를 겁니다. 그저 ‘미국 때문에 우리가 힘들다’ 이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데. 북한의 외교 지도부에서 보는 미국이라는 나라는 역시 모든 문제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며, 또 중국과 미국,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그 어떤 갈등을 이용해서 경제적, 안보적 실리를 취할 수 있는 대상으로 (북한의) 외교 지도부는 (미국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중국과 미국 두 나라 중에서 어느 나라와의 관계가 김정일 위원장에게 더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두 가지로 분석할 수 있는데요.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중국이 결정적으로 필요하고, 북한이 직면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더 중요하죠. 역시 그래도 중요한 건 중국이죠. ‘중국의 마음이 변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북한은) 가지고 있습니다.
박성우:
가정이 깔린 질문이긴 합니다만,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과 미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떤 나라를 선택할까요?
고영환:
(중국과 북한은) 압록강 2천 리를 국경으로 하고 있잖습니까. 어떻게 보면 북한으로서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6.25때도 안전한 후방이었고, 또 지금도 안전한 후방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죠. 이걸 반대로 말씀드리면, 중국이 어떻게 마음을 먹으면 북한의 현 체제가 위험해 질 수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미국은 멀리 떨어져 있고, 당장 급한 건 아닌데, 중국은 마음만 먹으면 북한 지도부를 갈아치울 수도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이전에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동독을 서독에 팔아먹었다’고 북한 지도부가 이야기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북한 지도부는 ‘중국이 남한이나 미국에 우리를 팔아넘길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으니까, 중국과의 관계가 아주 중요하죠.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서든 잘 구슬려서 체제도 유지하고, 원조도 많이 받아내고, 외교적으로도 이용하는, 그런 중국의 가치는 (북한에게) 무궁무진하다고 봐야죠.
박성우: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여쭤보겠습니다. 유엔의 대북 경제제재 국면에서 중국이 북한에 수교 60주년을 기해서 대규모 경제적 지원을 하려 한다는 우려가 있었는데요. 일각에서는 수교 60주년이라는 상황을 참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국면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의 최근 동향을 보면, 일본과도 가까이하겠다, 한국과도 가까이 하겠다고 나오는데. 저는 일종의 각개격파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6자회담 참가국들이 다 같이 만장일치로 만든 게 유엔 결의 1874호 아닙니까. 다 같이 ‘북한이 정말 핵무기를 포기하면 모든 걸 주겠다, 안보도 주고, 식량도 주고, 경제발전도 주고, 달러도 주고, 다 주겠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북한은 지금 ‘핵무기를 내놓지 않겠다, 달러 몇 푼에 못 내놓겠다’는 게 북한의 의도인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에) 2억 위안의 돈을 줌으로써 (북한의 입장에서 봤을 때) 돌파구가 생길 수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유엔 제재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거죠. 그렇게 힘들게 (제재를) 만들어놨는데, 중국이 식량을 주고, 기름을 주고, 필요한 모든 것을 주기 시작하면 제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거죠. 따라서 중국의 행동을 우려스러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건 상식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북한과 중국이 자기네 관계를 중시하는 만큼, 북중 관계가 국제사회, 그리고 동북아에 미치는 영향도 큰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연구위원님,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