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은 체제 선전에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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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김정은 체제 선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2017년 백두산위인칭송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는데요. 이게 뭘 하는 행사인지, 그리고 왜 하는 것인지를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북한이 김 씨 일가의 업적을 찬양하기 위한 국제 대회인 '2017년 백두산위인칭송대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25일 "2017년 백두산위인칭송대회 아시아태평양 지역 준비위원회가 8일에 결성되였다"면서 "준비위원회 위원들로는 윁남(베트남), 인디아(인도), 방글라데슈(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필리핀, 네팔, 몽골, 타이(태국), 스리랑카 등 여러 나라의 각계 인사들이 망라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노동신문에 의하면 쿠마르 전 네팔 총리를 포함해 하지 수카르노 전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의 둘째 딸인 수카르노푸트리 등이 준비위원회 명예위원장을 맡았습니다.

북한이 보도한 데 따르면 백두산위인칭송대회는 고 김일성 주석, 고 김정일 위원장을 칭송하기 위한 국제적인 대회이며 김일성 주석의 출생 105돌, 김정일의 출생 75돌, 김정은이 최고 영도자로 된 지 5돌이 되는 2017년에 백두산에서 진행하는 행사입니다.

저는 김일성 생일 105돌, 김정일 생일 75돌, 김정은 취임 5돌 등 김씨일가의 생일 및 취임 정주년들이 모여 있는 2017년에 맞추어 김씨 3대를 선전하는 대회를 북한이 주최하는 것은 이를 통해 주민들에게 북한은 김씨의 나라이며 앞으로도 계속하여 그럴 것이라는 점을 뿌리 깊게 인식시키는 중요한 계기로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김정은의 ‘유일영도체제’가 수립되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고 자랑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봅니다. 실무적 측면에서 보면 스위스에서 대사를 하면서 어린 시절 김정은을 보호하여 준 리수용 외무상이 이런 대회를 조직하여 충성심을 과시하려 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박성우: 북한이 인도네시아대학에 김정은 강좌를 개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이런 뉴스 접하시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고영환: 지난 26일 인도네시아 민영통신사 RMOL(르몰)과 자카르타포스트 등은 북한 정부 대표단과 북한의 대학 관계자들이 인도네시아대학을 방문해 김정은의 이름을 딴 강좌 개설을 제안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인도네시아대학 국제교류 담당 직원인 네스티는 “북한 정부와 북한 대학, 그리고 인도네시아대학이 협조관계 체결에 합의했다”며 “김정은 강좌는 북한 대학과 인도네시아대가 학생, 교직원, 강사 교환을 실행하기 위해 체결한 합의의 일부"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인도네시아대학도 북한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김정은의 이름을 내건 강좌가 인도네시아에 생겨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인도네시아대학은 현 시기 40여개에 이르는 한국의 대학들과도 교류하고 있으며 이미 70여 명의 한국 대학생들이 교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이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기사를 보면서 북한이 제가 외교관으로 근무하던 1980년대나 1990년대와 똑 같은 행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다가스카르 주재 북한 대사가 안타나나리보 종합대학에 김일성 주체사상연구실을 만들고 모잠비크 주재 북한 대사관이 그 나라 수도 마푸투의 한 거리에 ‘김일성 거리’라는 이름을 붙이기 위해 총동원령을 내리고 모든 힘을 다 바쳐 이를 성사시켜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보고하여 칭찬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똑 같은 일들이 그때로부터 35년이 지난 지금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무릇 한 나라의 외교관은 자신의 나라의 국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북한 외교관들은 그 귀한 시간과 외화를 들여 가며 김일성 일가의 ‘위대성’ 선전에 몰두하고 있으니 북한의 경제발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저도 북한에서 외교관을 하였지만 참으로 북한 외교관들이 속으로 얼마나 힘들어할지 상상이 갑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와 관련된 소식을 좀 더 여쭤보겠습니다. 김 비서가 요즘 들어 인민에게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이건 어떤 맥락에서 해석하면 될까요?

고영환: 지난 해 10월 10일부터 북한이 연일 김정은 제1비서의 대중 친화적인 모습, ‘애민 지도자’ 모습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22일 '꼬마의사의 재롱도 받아주시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정은이 2012년 7월 평양 경상유치원을 방문한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당시 김정은은 병원놀이를 하던 아이들의 모습을 보다가 여자 '꼬마의사'에게 다가가 "어디가 아픈지 나도 한번 진찰해주렴"이라고 요청했고 그 아이는 청진기를 그의 팔에 대보고 난 뒤 고개를 갸웃하며 "어디가 아파서 왔나요"라고 되물었다고 합니다.

김정은은 지난 해 10월 10일 당창건 기념일 축사에서 인민이라는 단어를 97회나 강조하였고 최근에는 각종 선전매체를 동원해 김정은이 주민에게 농담을 하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여줬던 사연을 연이어 공개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15일에는 김정은이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 사연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어린이들을 좋아한 김일성의 영상을 김정은에게 덧씌어 김정은이 곧 김일성이며 김일성을 닮은 김정은이 인민을 사랑한다는 것을 선전하자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애민 지도자’라는 것을 중요하게 강조하는 이유는 북한 경제가 호전되지 않고 살림살이가 너무 힘들어져 민심이 악화되자 김정은이 이러한 민심의 동향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의 신년사를 학습하라는 지시도 내려가고 있는 거 같던데요. 신년사를 학습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영환: 북한의 내각, 사회단체와 학술 단체들이 잇달아 총회를 소집하여 신년사에서 제시한 과업을 관철할 방안을 논의했다고 중앙통신이 지난 27일 보도했습니다. 조선민주여성동맹(여맹) 중앙위원회는 이날 확대회의를 열고 김정은의 신년사에 제시된 강령적 과업을 결사 관철하기로 했고, 조선기자동맹 중앙위원회와 사회주의청년동맹 중앙위원회 등도 각각 확대회의를 진행하였으며, 이 흐름에 내각도 동참하였습니다. 제가 평양에 있을 때도 매해 1월에는 신년사 과업 실천결의 회의, 대책회의들을 하곤 하였는데 지금도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매해 1월에 김씨 일가의 신년사를 공부하고 과업 촉진 대회 등을 개최하는 이유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제시한 과업이 해당 분야에서 집행해야 할 ‘강령적 과업’이기 때문입니다. 마치도 신년사에서 제시된 과제를 잘만 수행한다면 나라가 잘살게 된다는 식으로 학습을 시키고 연말이 돼서 나라가 제대로 1년동안 굴러가지 않았으면 해당 부문 간부들과 근로자들이 신년사 과업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신년사 내용을 복기해 보면 경제를 살리겠다, 인민 경제를 우선시 하겠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와 상반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죠. 부원장님께서는 인민경제를 개선하기 위해 북한 정권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고영환: 북한이 ‘골목장'을 없애는 정책을 펼치면서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이 지난 27일 보도했습니다. 복수의 북한 소식통들은 '외국 관광객이 보면 망신스러우니 골목장을 없애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북한 당국이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전국의 일명 '메뚜기'라 불리는 골목장사꾼들을 집중적으로 단속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들은 "이들은 북한에서 제일 취약한 계층으로 하루벌이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장마당의 자리를 구할 수 없고 장세를 낼 형편도 되지 않는다"며 "생계를 이어갈 한가닥 줄마저 잃게 된 하층 주민들이 강력히 저항했다"고 전했습니다.

인민들이 잘 살게 하려면 골목장과 같은 것을 단속할 것이 아니라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폐기하고 개방개혁 정책으로 돌아 서야 합니다. 그러면 외국의 돈이 투자되고 외국의 선진 기술이 들어오고 좋은 일자리들이 생겨나고 경제가 발전하여 골목장 같은 것들은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됩니다. 온 세상이 다 알고 있고 북한주민들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데 북한 지도부가 고집을 피우는데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그렇죠.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할 게 아니라 개혁과 개방 정책을 택하는 게 인민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는 점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