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제사회 우롱하다 된서리 맞아”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6.03.11
sanction_nk_tour_b 북한의 잇단 도발 여파로 북한을 방문하려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북중 접경인 랴오닝성 단둥의 여행사들이 고민에 빠졌다. 사진은 지난 3일 단둥 시내의 한 여행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 이어서 한국도 단독 대북제재를 단행했습니다. 부원장님,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고영환: 한국정부가 지난 8일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발표했습니다. 한국정부의 제재는 크게 네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김영철 북한 당 대남비서를 비롯한 북측 간부 40명, 조선무역은행 등 30개의 기관이 금융거래 제한 명단에 올려졌습니다. 두 번째가 해운제재인데요. 한국은 앞으로 북한을 방문한 뒤 180일이 지나지 않은 외국 선박은 한국 내 항구에 입항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중국산과 러시아산으로 위장한 북한 제품의 국내 반입도 금지됩니다. 또한 해외를 여행 중인 한국 국민의 북한 식당 출입도 자제하도록 하는 조치 역시 제재 내용에 포함되었습니다.

여기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한국이 당분간 북한과의 대화보다는 대북 압박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해운 제재인데요. 이제까지는 북한을 들렀던 여러나라 배들이 한국 항구에 자유자재로 드나들었습니다. 한국정부의 이번 조치는 해상 물동량이 엄청난 한국과 해운거래를 하려면 북한과는 해운거래를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후폭풍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입니다.

한국정부의 제재에 앞서 지난 2일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안도 유엔 본부에서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됐습니다. 리만건 노동당 군수공업부장 등 장관급을 포함한 핵·미사일 개발 관련 개인 16명과 12개 단체가 신규 제재 대상으로 지정돼 관련 해외 자산이 모두 동결되고 관련 인사는 외국에서 추방되게 됐습니다. 북한의 주력 수출 품목인 금·석탄·바나듐광·티타늄광·희토류가 수출 금지 혹은 제한되는 제재도 도입됐습니다. 대북 항공기·선박 대여 금지, 의심 선박 입항 금지, 북한은행의 해외 지점·사무소 90일 내 폐쇄 등 의심 물자와 돈이 오가는 길을 모두 막았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제재 대상으로 적시한 북한의 기관과 단체 12곳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당 39호실입니다. 39호실은 김정은 비서의 통치자금 조달을 위해 북한의 외화벌이를 총지휘하는 노동당 부서입니다. 국제사회가 이번 제재로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조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석탄, 광물, 금, 은, 바나듐 같은 것들의 수출이 금지되고, 북한에서 나오는 모든 배들에 대한 검색을 할 수 있으며, 북한 배는 모든 외국항구에 접안할 수 없고, 항공유의 수입도 금지하는 등 북한의 하늘, 땅, 바다를 모두 봉쇄했다는 뜻입니다. 또한 모든 외국 은행들에서 북한과의 외환거래도 중지하였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를 우롱하며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쏘다가 된서리를 맞게 된 형국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이미 중국에선 대북제재를 이행하는 가시적인 조치들이 시행되고 있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수용해 중국 정부가 중국에 들어온 북한 선박이 되돌아가는 것도 차단할 방침을 밝혔다고 일본 산케이 신문이 지난 9일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북중 무역 관계자들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이미 입항한 북한 선박이 북한으로 귀항하는 것을 10일부터 금지하겠다는 통보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중국은 본토의 모든 항구에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목록에 오른 북한 해운사인 '원양해운관리회사' 소속 선박 31척의 입항이 확인되면 이를 조사하고 압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역인 중국 랴오닝(요녕)성 단둥항에서는 북한산 광물 수입도 지난 1일부터 금지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2일 단둥 시내 중국 은행들의 창구에서 북한으로 위안화를 송금하려던 사람들은 "북한 송금은 말도 꺼내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창구 직원들은 "이제 달러든 위안화든 아무것도 송금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지역 은행들은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달러화가 아닌 위안화 대북 송금 업무는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날 농업은행, 건설은행, 공상은행, 중국은행 등 대형 국영은행의 단둥지점들뿐만 아니라 단둥농상은행, 랴오양은행 같은 지역 은행들도 대북 송금 업무를 전면 중단했습니다. 중국 국영은행 관계자는 "은행 본점으로부터 위안화를 포함한 모든 북한 은행 송금을 중단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이토록 강한 대북제재 조치를 취하는 배경에는 우선 중국이 그간 북한의 도발에 느슨하게 대응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고, 시진핑 지도부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이 이를 무시하고 핵실험을 연이어 강행한데 대한 분노와, 이번에는 정말로 북한 지도부에 타격을 가해 본때를 보인다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 내부에서도 대북제재의 여파가 느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원장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지난 2월 10일 개성공단이 폐쇄되었으니 이제 만 한 달이 지났습니다. 최근 개성시 인근을 다녀온 북한 관련 소식통들에 따르면 개성시 일대는 공단폐쇄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의하면 "최근 개성시를 다녀왔는데 가장 큰 변화는 아침마다 출근 버스 소리로 활기차던 시내가 쥐죽은 듯 조용하게 변했다는 점"이라며 "공단에서 일했던 한 주민은 '이제 월급을 못 받으니 어떻게 사느냐'고 걱정하더라"고 전했습니다.

공단 폐쇄로 이 일대 식량, 채소, 생필품 가격도 급등세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개성공단 덕분에 개성 인근에서 성행하던 장마당도 뿌리째 흔들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움직임도 북한 장마당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외부 세계의 경제 제재가 구체화되자 상품 유통이 주춤해졌다"며 "청진의 수남시장과 포항시장은 상품 유통이 거의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또 "머지않아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다는 이야기가 퍼지며 식량값이 오르기 시작했다"면서 "유사시에 대비해 식량을 마구 사들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재는 이제 겨우 시작인데 그 여파가 북한 내부에 이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재가 본격화될 경우 북한체제가 흔들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 소식도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온갖 비난을 들으며 쏘아올린 광명성 4호가 “작동 불능” 상태인 걸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이 지난달 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우주 궤도에 진입시켰다는 '광명성 4호 위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가 지난 9일 전했습니다. 이 매체는 "북한이 광명성 4호를 발사한 이후 위성이 찍은 단 한 장의 사진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평가했습니다. 이 매체는 또 인공위성을 전문으로 추적하는 네덜란드의 마르코 랑브루크 박사가 촬영한 '광명성 4호'의 사진도 공개했다. 랑부루크 박사는 사진 분석을 통해 “광명성 4호는 계속해서 텀블링(북한용어로 돔불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위성이 팽이처럼 뺑뺑돌고 있다는 소리는 위성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그런 것을 쏘아올리고 온나라를 격동으로 몰아가는 북한 지도부의 선전선동술이 참으로 희한하다는 말밖에 다른 표현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박성우: 그러게 말입니다. 이 같은 실상을 북한의 모든 주민들이 알게 될 날이 언젠가는 오지 않겠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