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논란의 근본적 원인은 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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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즉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놓고 반발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조국통일전쟁으로 맞서겠다”면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우리 청취자를 위하여 우선 ‘사드’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국제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사드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라는 영어 개념의 줄임말입니다. 사드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로부터 군 병력과 장비, 인구 밀집 지역, 핵심 전략시설 등을 방어하는데 사용하는 미사일 요격 체계입니다. 원래 사드는 소련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미군이 개발한 것인데,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만들고 핵을 개발하면서 이들로부터 한국과 미국을 보호하기 위하여 미국이 한반도에 배치하려 하고 있습니다. 사드는 대기권에서 마하 8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면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최신 미사일 방어체계입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즉 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북한은 지난 21일 이 같은 미국의 시도에 ‘조국통일전쟁’으로 맞서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로동신문은 이날 사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배전략과 조선반도’에서 미국이 북한 미사일 방어를 명분으로 사드 배치를 주장하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였습니다. 북한은 사드 배치 계획을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궤변”이라고 하면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강력 비난하였습니다. 물론 끝말로 북한은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면 “조국통일전쟁으로 맞서겠다”면서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위협하기도 하였습니다.

북한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이토록 강력 반발하는 이유는 북한이 아무리 핵무기를 만들고 미사일들을 만들어도 사드가 배치되면 그것들 모두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고, 이 경우 더 이상 한국과 미국을 위협할 수단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드나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떠나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북한이 미국을 반대하는 전쟁을 일으키려 하는지, 그리고 그런 전쟁에서 승리하겠다고 선언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고, 그래서 세계가 북한을 이상한 나라로 본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박성우: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서 중국은 지난 주에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거든요.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최근 한국과 중국 사이에 뜨거운 외교적 현안의 하나로 부상하던 사드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한데요. 지난 21일 서울에서 열렸던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사드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왕 부장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 입장은 이미 여러 차례 말했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습니다. 중국이 전략적으로 한발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입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중국은 류젠차오 외교부장조리가 한·중 차관보급 협의에서 사드에 대한 “중국의 우려와 관심을 중요시 해달라”고 발언하는 등 한국을 압박해 왔습니다. 중국은 고성능 레이더와 최신형 고고도 요격 미사일로 구성된 사드가 북한보다는 실제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인 만큼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를 펼쳐 왔습니다. 중국이 한국의 안보에 간섭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 내에서는 반중국 여론이 일었고 한국 정부도 “사드 배치 여부는 주권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반발하였습니다. 이렇게 되자 중국은 지난번 서울 외교부 장관급 회담에서 사드 문제 자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이죠.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과 미국 사이의 공식적인 협의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괜히 한국 여론을 자극하여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을 중국이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계속하여 발전시키고 미사일 숫자를 늘려 나가고 있는 만큼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데이비드 스틸웰 미 합동참모본부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사드는 한국 미사일 방어 구축 노력의 핵심이 될 수 있다”며 “사드는 지역 방어의 핵심 요소로서 한국 안보에도 훨씬 더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역시 북핵의 위협이 높아지는 상황 때문에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됩니다.

박성우: 잠시 언급하셨습니다만,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중국이 반대하는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시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미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국입니다. 최근 서울을 방문하였던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장조리는 한국의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를 만나 ‘사드의 한국 배치에 반대한다’는 식의 의사를 표했거든요. 양국이 사전에 조율한 의제에 없던 사드 문제를 꺼낸 것입니다. 더욱이 류 부장조리는 불쑥 사드를 거론하며 한·중 관계 훼손 가능성을 암시한 데 이어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는 외교적 결례까지 범했습니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이렇게 강하게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드의 구성 시스템에 필수인 고성능 레이더 때문입니다. 사드 레이더의 탐지 거리는 약 2천km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 정도 탐지 거리면 평양은 물론 중국의 수도 베이징과 중국의 해군함대가 있는 칭다오 등 주요 도시들의 정보를 그대로 잡아낼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우려하는 것이죠. 하지만 사드 레이더의 실제 유효 탐지거리는 1천km 남짓이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만을 감지할 수 있도록 탐지 거리를 조정할 경우 중국의 우려는 충분하게 반감시킬 수 있습니다.

사드 문제는 근본적으로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 때문에 생겨난 문제입니다. 만일 중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막았다면 사드 배치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 북한의 핵 미사일 억지 수단으로 검토되고 있을 뿐입니다. 만일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묵인하지 말고 북한 비핵화를 위해 진심으로 팔을 걷어붙인다면 사드 문제는 더 이상 한·중 사이의 갈등으로 번지지 않을 것입니다.

박성우: 다른 소식도 좀 살펴보겠습니다. 중국 정부가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을 오는 9월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인 항일 전승 기념행사에 초청했는데요. 위원님, 여기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중국 정부가 오는 9월 3일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제2차 세계대전 및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행사에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을 공식 초청했습니다.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1일 한국의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별도 회담에서 “올해 9월 3일 중국 정부가 주최하는 전승기념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을 희망했으며 윤 장관도 초청했다”고 한국 외교부가 전했습니다.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에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초청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베이징에서 박근혜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조우하거나 만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중국과 매우 친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에 갈 가능성은 높고, 여러 외국어에 능통한 박근혜 대통령이 활발한 외교 활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만큼 박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여러 국가수반들과 함께 김정은도 만날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김정은이 중국에 비핵화에 대한 약속이나 진정성을 가지고 오기가 쉽지 않고, 이런 경우 그의 중국 방문이 어려울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듭니다.

박성우: 지켜봐야겠군요.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정은 제1비서가 요즘 이른바 ‘농담 정치’를 하고 있다는데요. 그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김정은이 지난 달 4일 평양의 한 화장품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외국제 마스카라는 물속에 들어갔다 나와도 그대로 유지되는데 북한에서 생산된 것은 하품만 해도 너구리 눈이 된다고 발언했습니다. 마스카라는 눈썹과 눈 주변을 화장하는 화장품의 일종입니다. 다시 말하여 외국산에 비해 질이 많이 떨어지는 북한 화장품을 꼬집은 뼈있는 농담을 김정은이 한 것입니다.

김정은의 이런 농담 화법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해 8월에는 어린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이 자신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봤다는 한 어린이에게 “재미 없었겠구나”라고 하면서 농담을 건넨 일화도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김일성·김정일 시절에 김씨 부자는 항상 완전무결한 존재로, 신적인 존재로, 결점이 하나도 없는 최고 지도자로 소개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북측 당국이 김정은의 농담을 소개하는 것은 김정은의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하여 ‘인민과 가까운 사람’이라고 인식되도록 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김정은이 핵도 포기해서 국제사회와도 좀 더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되면 사드와 관련된 논란도 원천적으로 해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