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측이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남측에 위로의 뜻을 담은 전통문을 보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측이 ‘세월호’ 사고 발생 7일만에 위로의 뜻을 남측에 보냈습니다. 위원님,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세월호 시고가 난지 7일 만인 지난 23일 적십자사 명의로 한국측에 위로 전문을 발송했고, 이를 중앙통신도 보도했습니다. 유감스러운 것은 북한이 위로 전문을 보내려 했으면 높은 급에서 시기도 23일보다 더 빨리 했었으면 하는 점입니다.
사실 중국,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대통령들은 사고가 난 당일 혹은 그 다음날에 한국 대통령과 국민에게 위로 전문을 보냈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포라고 하는 북한이 적십자사 명의로 그나마 사고가 난지 7일 후에 짤막한 위로 전문을 보내 온 것인데요. 말로는 동포라고 하면서도 한국인들이 슬픔에 잠겨 있는데 이런 무성의한 태도를 보인 것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북한의 김정은이 사고가 난 당일이나 그 다음날 한국 정부에 위로 전문을 보냈더라면 남북관계는 훨씬 좋아지고 한국 국민의 북한에 대한 태도도 긍정적으로 바뀌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북한이 위로 전문을 보낸 것은 ‘북한이 야만적인 국가가 아니고 정상적인 국가’라는 것을 외부세계에 보여주려는 의도로 실행한 일이라고 봅니다.
박성우: 북측이 세월호 관련 전통문을 보내기에 앞서서 같은 날에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이른바 ‘공개 질문장’이라는 걸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 의도는 뭐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즉 조평통이 위로 전문이 온 바로 그날 박근혜 한국 대통령에게 이른바 공개 질문장이라는 것을 보내왔죠. 우선 내용보다는 형식이 문제입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 그것도 선거에 의해 합법적으로 뽑힌 대통령에게 비판 내용과 실현 불가능한 질문들이 담긴 공개 질문장을 보낸 것은 상대방에 대한 초보적인 예의도 없음을 뜻합니다.
바꾸어 생각하여, 한국의 어느 한 단체가 북한의 김정은에게 ‘개혁 개방을 할 용의가 있는가?’, ‘핵무기를 포기할 용의가 있는가?’, 인민들에게 제대로 된 배급을 주고 굶주리게 하지 않을 용의가 있는가?’ 이런 식의 공개 질문장을 보냈더라면 북한은 과연 어떻게 나왔을까요? ’최고 존엄‘을 모독했다느니, 전쟁 선포라느니 야단법석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우리 옛날 선조들의 말에 ‘역지사지’라는 게 있습니다. 처지를 바꾸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라는 소리입니다.
내용은 더 이상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5.24 제재조치를 철회할 생각이 있는지?’, ‘서해평화수역 조성 의지가 있는지?’ 등입니다. 5.24조치는 북측이 남측의 경비함인 천안함을 폭침시킨 후 한국 정부가 취한 대북 제재 조치로서, 북한이 폭침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는 한국측의 가장 초보적인 요구도 거부하고 있어 철회가 안되고 있는 것이고, 서해 평화수역 조성 문제는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 밑에 도발을 일삼고 한국의 경비함을 공격하여 생기는 것인데, 이런 이야기는 쏙 빠뜨리고 한국측이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들을 제기하는 데에는 북한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남북한 관계에 상처를 내고 악화시키며 세계 여론을 오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또한 장성택 처형으로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고 통일전선부 간부들이 장성택과 연관되어 있는 사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김정은에게 과도한 충성 경쟁을 벌여 난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박성우: 다 같이 묶어서 분석해 봐야할 문제들인데요. 북한이 또 핵실험을 단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한국 국방부는 지난 22일 ‘북한의 풍계리 핵 실험장에서 다수의 활동이 감지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정보사항이라서 밝히기 곤란하지만 현재 많은 활동들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과거 사례들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핵실험을 위장한 기만 전술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이는 북한이 현재 처해 있는 난국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선 내부적인 여건이 좋지 못합니다. 김정은이 김일성의 사위인 장성택 부장을 총살하고, 그의 부인이면서 김일성의 맏딸인 김경희 비서를 당중앙 위원회 비서와 정치국 위원 등 직책에서 해임하고 정치적으로 숙청을 하면서 북한의 권력 내부가 분열되고 충성심이 약화되면서 내부적으로 안정을 잃고 있습니다.
외부적 즉 대외적 여건을 보아도 좋지가 않습니다.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지도 3년이 되어 가는데 중국 방문도 이루지 못하고 있고, 시진핑 주석의 방북도 실현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대화도 단절되는 등 외부적인 고립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이러한 고립에서 벗어나고 권력 다툼을 해결하는 돌파구로 핵실험을 선택하려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박성우: 제4차 핵실험을 하게 된다면, 중국은 어떤 입장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먼저 한 가지 말씀드리죠. 중국 인민대학교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이며 중국의 대북 외교전문가인 진창룽(金燦榮)이 지난 23일 한국의 한겨레 신문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여기서 진창룽 부원장은 ‘만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중국도 북한을 외교적으로 버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만일 그런일이 생긴다면 유엔 안보리의 가장 강력한 경제제재 강화 방침에도 중국은 동의할 것이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의 달라진 태도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인터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동안 중국은 북한을 순치의 관계, 즉 잇몸이 없으면 이빨이 시리듯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는 관계로 간주했습니다. 북한을 중국의 전략적 자산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런데 김정은 집권 이후 핵실험을 강행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북한은 일본에 군사력 강화의 빌미를 주고 있고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파괴하는데 일조한다고 중국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북한이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전략적 부담이 되고 있다는 의미이죠.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23일 시진핑 주석과 장시간의 전화 통화를 하였고, 이 과정에서 시 주석은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북한을 대화로 설득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만일 북한이 한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하게 된다면 그 후과는 엄중할 것입니다. 특히 중국이 북중 국경을 봉쇄하게 된다면 북한의 숨통이 끊어질 수 있습니다. 중국이 원유 공급과 콕크스탄 공급을 중지하면 북한 경제는 질식할 것이고 김정은 체제도 붕괴할 수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국제사회의 경고를 절대로 무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박성우: 핵실험을 실시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인물은 김정은 제1비서인데요. 김 비서의 어릴 적 사진이 공개됐습니다. 그 이유는 뭐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북한의 중앙TV가 지난 21일 김정은의 4-5세 때로 보이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공개했습니다. 사진에 보면 김정은은 공군 장령의 군복을 입고 있었고 살이 통통한 모습이었습니다. 북한이 이런 사진을 공개한 것은 김일성의 어린시절 따라배우기처럼 이제는 김정은 원수 따라배우기를 시작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사진들을 보면 김정은이 어린 시절부터 군사놀이와 특히 군용 비행기를 좋아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박성우: 그렇죠. 김정은이 군사놀이를 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많은데요. 그런데 ‘핵은 장난감이 아닌데…’ 이런 생각이 갑자기 듭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