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러· 북중관계 ‘격세지감’

서울-박성우, 고영환 xallsl@rfa.org
201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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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해 8월 조선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김 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의 우방들이 김정은 정권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오늘은 북한의 대외 관계와 관련해서 큰 흐름을 한 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러시아에서 최근에 흘러 나오는 북한과 관련한 이야기를 보면 예전과는 상당히 달라진 느낌이 듭니다. 실장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네, 저도 같은 생각을 합니다. 러시아 크레믈리(크렘린, 대통령궁)의 한 고위 간부가 지난 3일 러시아의 리아노보스티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의 그 어떤 핵실험도 용납할 수 없다. 러시아는 미국보다 더 북한 핵문제에 큰 우려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북한과 우리가 국경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우리 러시아가 북한을 지원하고 있다는 생각은 아마도 가장 큰 환상일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계속하여 “러시아는 김정은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 하지만 그가 최근에 내린 결정(미사일 발사)은 좀도둑과 골무의 결정이다”라며 김정은을 직접 꼬집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그는 더 나아가 “북한은 러시아에 아무런 좋은 일도 하지 않았으며, 북한의 정책은 허풍과 위협, 공갈뿐이다”라고 심하게 비판했습니다.

북한과 가장 가까운 동지의 나라였던 러시아의 고위 간부가 공개적으로 북한을 이렇게 심하게 비판하는 것을 보고 저도 깜짝 놀랐고요. 아마 이것이 오늘날 러시아-북한 관계의 현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한가지, 러시아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연구소인 ‘국제관계연구소(IMEMO)’의 알렉산드르 딘킨 소장이 지난달 25일 한국의 세계일보와 가진 회견에서 “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은 붕괴될 것이다. 그 이유는 지금처럼 북한이 문을 꼭 잠그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거리 미사일 실험의 실패로 북한 내부의 갈등이 심화될 것이며, 미국의 식량지원 중단으로 군대가 타격을 입을 것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러시아가 김정은을 도둑에 비유하고 북한의 행태를 위협과 공갈, 허풍이라고 표현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입니다. 대통령궁의 고위 간부가 북한을 ‘허풍쟁이 나라’, ‘도둑의 나라’라고 말하는 걸 보면 러시아 지도부가 북한을 바라보는 현재의 시각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고요. ‘북한이 얼마 가지 못해 붕괴될 것’이라는 말은 러시아 전문가들의 북한에 대한 시각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말을 듣다보면, 정말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박성우: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지난 7일에는 푸틴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렸는데요. 푸틴의 재등장이 북한에겐 어떤 의미입니까?

고영환: 지난 5월 7일 울라지미르 푸찐(블라디미르 푸틴)이 러시아의 새 대통령이 됐습니다. 푸틴은 김정일 생전에 그와 긴밀하다고 볼 수 있는 관계를 가졌지요. 그러나 김정은과는 만난 적도 없고, 둘이 상대하기에는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납니다.

그리고 북러 관계가 김정일 시대와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푸틴이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던 바로 그날, 붉은 광장에서는 2만여 명이 참여한 시위가 열렸습니다. 경제 민주화와 사회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였지요. 푸틴은 이런 국민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도 경제 외교 등을 많이 해야 할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푸틴은 북한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을 것이고,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각별한 감정도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양국은 보통국가의 관계를 유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중국은 현재 북한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우방이지요. 그런데 중국의 대북한 정책도 좀 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실장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중국과 북한은 국경뿐 아니라 이념도 같이 하고 있지요.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1년 북한의 대외경제실적과 2012년 전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그 전해의 11억8천만 달러에서 24억6천만 달러로 늘었고, 수입은 22억7천만 달러에서 31억 6천만 달러로 늘어났습니다. 북한은 주로 석탄 등 광물 자원을 팔았고, 중국으로부터는 주로 식량을 사왔습니다. 이것을 보더라도 북중관계가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그런데 최근 북중관계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지난달 13일 중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데서 기인하는데요. 중국은 다른 때와는 달리 신속하게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에 찬성표를 던졌고, 지난 5월 2일에는 북한의 청송연합, 흥진무역, 압록강개발은행에 대한 유엔의 제재안에도 찬성했습니다.

지난 5월 2일 서울에 온 중국 칭화(淸華)대학교 추수룽(楚樹龍) 교수는 중앙일보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후진타오 국가 주석이 지난달 23일 베이징을 방문한 북한 김영일 노동당 국제비서에게 북한이 또 다른 핵실험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였다고 전했습니다. 추 교수는 중국이 경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새로운 핵실험을 한다면, 이는 북중관계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는 줄 알면서도 북한이 강행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중국은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한 대북 조치로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에 중국이 찬성하고, 원유와 식량 등의 지원을 중단하는 게 포함될 것이라고 추 교수는 내다봤습니다.

중국이 원유와 식량 지원을 끊어 버리면 북한은 한 달도 못 버틸 거라는 말이 북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추 교수의 말은 ‘중국이 계속 경고하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말을 듣지 않고 계속 도발할 경우, 중국은 최후의 수단도 쓸 준비를 하고 있으니 알아서 하라’는 뜻으로 볼 수 있지요. 중국은 이전의 중국이 아닙니다. 세계 2대 초대강국으로 큰 나라입니다. 중국을 계속해서 약올리면, 북한 체제가 많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중국과 한국의 관계는 20년 전과 비교할 때 많은 발전이 있었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1992년 8월 24일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었습니다. 북한은 당시 중국이 배신했다면 강하게 반발했지요. 올해는 한중 수교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양국관계는 20년동안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1992년 한중 무역규모는 63억 달러였으나 2011년에는 2천억 달러를 넘어섰어요. 1992년에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9만 명에서 지난해는 189만 명으로 늘어 났고,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92년의 4만 명에서 지난해는 359만 명으로 늘어 났습니다. 지금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여객기는 한 주에 700여기입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 과정에서 한국의 문화도 중국에 많이 전파되고 있습니다.

두 나라는 지금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입니다. 모든 부분에서 협력한다는 뜻이죠. 가장 예민한 분야인 군사부문 협조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두 나라의 국방장관을 비롯한 고위급 장령들이 서로 방문하고 있고, 양국은 고위급 국방 전략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고위급 전략대화를 하는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한국 등 7개 나라에 불과합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한데요.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진리가 다시금 생각납니다.

박성우: 오늘 전해주신 소식들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현 위치가 어디쯤인지를 잘 알게 해주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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