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포, 공포 정치의 상징”

서울-박성우 parks@rfa.org
2015.06.19
AA_gun_b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군인과 군관(장교)학교 학생 등이 참가한 고사포병 사격경기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고사포 사격경기를 참관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군이 갖고 있는 무기 중 하나인 고사포에 대한 기사를 요즘 들어 자주 보게 됩니다. 최근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고사포병 사격경기를 참관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고영환: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난 18일 북한군 항공 및 반항공군, 호위사령부 그리고 3군단 산하 고사포병 중대, 고사포병 군관학교 교원과 학생들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고사포병 경기를 참관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경기는 추첨으로 정한 부대별 사격 순서에 따라 고사포병들이 여러 구경의 고사포를 이용해 움직이는 목표물을 저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목표물을 가장 많이 맞힌 순서대로 순위가 정해졌으며, 종합 1등은 고사포병 군관학교가 차지했고, 이들이 김정은 제1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저도 평양외국어대학을 다닐 때 14.5mm 고사기관총, 37mm 고사포 훈련을 6개월 동안 받고 평안남도 한천 사격장에서 실탄 사격을 해보아서 좀 아는데, 북한 고사포라는 것이 100mm 고사포를 제외하고 85mm, 57mm, 37mm 등 고사포들 거의 대다수가 구소련이 2차대전 때 만든 포들로 전투기 같은 것은 맞히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보병과 장갑차 등 지상 목표물들은 아주 잘 맞힙니다. 4신 고사총을 쏘면서 제가 흥분하였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지난 6.25 전쟁 때 북한군은 미군 비행기 때문에 전쟁에서 졌다고 할 정도로 미 공군에 대한 두려움이 컸고, 그래서 북한은 전후에 고사포 무력을 강화하는데 무척이나 많은 돈을 투자하였습니다. 이번에 김정은이 고사포병 사격훈련을 직접 보았다는 것은 우선은 김정은의 포와 포병에 대한 사랑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은 정말 포를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방사포 쏘는 것도 좋아하고, 미사일 발사도 좋아하고, 이번엔 고사포를 사격하는 것을 보고 마치 어린이처럼 좋아하는 것을 지켜보며 저도 참 옛날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다음으로는 또다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 공군에게 다시는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전쟁 준비를 독려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도 고사포 훈련을 받으면서 당시 군관들에게 ‘전투기들이 하도 빠른데 이런 포를 가지고 비행기들을 잡을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더니 고사포 중대장이 ‘면적 사격’ 즉 비행기가 오건 오지 않건 하늘에 대고 쏘면 몇 대는 맞을 거라고 하던 말이 아직 생생합니다. 2차대전 때 만든 포들을 가지고 4세대, 5세대 현대적인 전투기들을 잡겠다고 하는 발상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박성우: 고사포는 북한에게 좀 특별한 의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김정은이 고사포병 사격경기를 직접 챙겨보기도 하고, 또 고위급 간부를 처형할 때도 이 고사포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잖아요. 위원님, 북한 정권에게 고사포가 갖는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요?

고영환: 먼저 군사적 의미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북한군에게 있어서 고사포는 전민 무장화, 전국 요새화의 상징 같은 것입니다. 지난 한국전쟁을 미군 전투기 때문에 패배하였으므로 다시는 미군 비행기가 북한 상공을 날아 다니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 같은 것이 고사포입니다. 군사적으로 또 다른 의미는 평양을 고사포의 숲으로 뒤덮어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평양만은 지켜내겠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지방 도시들에는 그렇게 많은 고사포, 고사총들이 없다는 것이 그 반증입니다.

정치적 의미도 큽니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5월 13일에 밝힌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의 처형 방식은 현대 문명국가에서 자행됐다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합니다. 김정은은 평양 교외의 강건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군관, 장령 및 그 가족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4신 고사총으로 현영철을 공개 처형했다는 첩보가 있었습니다. 4신 고사총은 구소련제 고사기관총을 복사하여 북한이 만든 것으로 저공 비행하는 항공기나 직승기를 요격하는 데 쓰이는 반항공 무기이며, 구경 14.5㎜에 분당 1천200발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겨냥해 발사하는 무기가 아니라 비행기를 쏘는 중무기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4신 고사기관총으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공개 처형했다는 것은 잔혹함을 극대화해 간부들과 주민들, 특히 군인들 속에서 공포를 유발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의 이러한 공포정치는 간부와 주민들의 자발적인 충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극도의 잔혹한 통치에 의존해 공포를 유발하고 복종을 강요하여 체제를 유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극도의 공포정치는 반드시 증오를 낳고 증오는 반체제적 움직임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증오의 정치는 부메랑으로 김정은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박성우: 고사포로 사형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현영철인데요. 이 사람의 죄목은 ‘명령 불복종’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진위 여부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고영환: 북한이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의 처형 사실을 중국 등 해외 대사관들에 통보한 것으로 지난 14일 알려졌습니다. 베이징에 있는 대북 소식통은 현영철 처형 이후 인민무력부의 장령 여러 명이 공개석상에서 사라졌다고 전하면서 "북한이 최근 주중 북한대사관 등 해외 공관에 현영철 처형 소식을 알리면서 그의 죄명으로 '명령 불복종'과 '당의 영도 거부’를 언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은은 '졸거나 딴생각을 하는 등 회의에 제대로 참석하지 않는 것은 회의 결정을 반대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대북 소식통들에 의하면 김정은이 회의에서 조는 현영철에게 뭔가를 물었는데 현영철이 답변하지 못했고 이후 그에게 지시를 내렸으나 현영철이 불만을 표시한 것이 북한군 감시망에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은 현영철이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분노했고 지어 그를 '배신자'이라고 부르며 총살을 지시하였다는 것입니다. 졸고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하여 자신의 측근 중 측근 간부를 총살하는 나라는 동서고금 역사에 없었습니다. 북한이 왜 이렇게 험하게 변하는지,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입니다.

박성우: 현영철의 후임으로 ‘박영식’이라는 인물이 임명된 것 같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죠. 박영식은 어떤 인물인가요?

고영환: 김정은 제1위원장이 군 총정치국 출신으로 정치적 감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영식 대장을 김정은 시대 6번째 인민무력부장에 기용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 중앙통신은 지난 15일 김정은의 제2차 군단예술 선전대 공연 관람 소식을 전하면서 수행 간부를 황병서, 박영식, 리영길 순으로 호명했습니다. 이날 공연 관람 사진에서 박영식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오른쪽에, 황병서는 왼쪽에 각각 자리했습니다. 서열공개를 통해 박영식이 총정치국장 다음 자리인 인민무력부장에 임명됐음을 공개한 셈입니다.

박영식 대장이 총정치국 조직부국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통 야전군인 출신인 현영철에 비해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 김정은 체제에 잘 맞춰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박영식이 정치장령 출신이라 총참모부 출신들보다 더 김정은의 비위를 잘 맞추면서 아첨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보존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인 장령들을 보면서 북한 야전군인들과 장령들이 무슨 생각을 할 지 궁금합니다.

박성우: 뭘 하나 잘못하면 고사포로 처형당하는 곳이 북한인데요. 그 총구가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을 겨누지 말라는 법도 없는 거죠. 그렇다 보니 박영식도 겉으로는 김정은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