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DMZ 비무장지대에 설치한 목함지뢰 때문에 남한 장병 두 명이 크게 다쳤다고 한국의 국방부가 밝혔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한국의 국방부는 ‘DMZ 지뢰 도발 사건’이라고 표현하고 있지요. 위원님, 이번 사건을 보면서 어떤 생각하셨습니까?
고영환: 한국의 국방부는 8월 4일 경기도 파주시 인근 군사분계선 남방한계선에서 폭발물이 터져 부사관 2명이 다리가 절단되는 등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였으며, 그 원인은 북한이 군사분계선 남쪽 한국측 지역에 의도적으로 매설한 '목함지뢰' 때문이라고 지난 10일 발표했습니다. 지뢰 폭발이 발생한 지역은 가장 가까운 북한 최전방 초소로부터 930m, 군사분계선 이남 남쪽으로 440m 떨어져 있습니다.
군사분계선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에 의한 사건은 1967년 이후 48년 만으로, 이 사건은 북한이 군사분계선에서 도발 주체와 원점 확인이 쉽지 않은 '천안함식 도발'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한국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 부단장 안영호 준장은 지난 10일 “현장 조사 결과 폭발물은 북한군이 사용하는 목함지뢰가 확실하다”며 “우리 작전 병력을 해칠 목적으로 적이 의도적으로 목함지뢰 3발을 매설한 것이 확실시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군 조사단은 “사건 현장 지형이 남쪽이 북쪽보다 높아 북쪽에서 지뢰가 큰물로 인해 유실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며, 우리 장병이 드나드는 철책선 출입문 인근에 지뢰가 매설돼 있었던 점, 그리고 목함지뢰가 북한제라는 점 등을 종합할 때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매설한 지뢰”라고 밝혔습니다. 현장 조사를 마친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도 이번 사건이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규탄하고 북한군에 장성급 회담을 요청했습니다.
저도 폭발 현지의 사진과 지형지물을 살펴보았는데, 지뢰가 터진 지역은 군사분계선 남쪽 한국 영토이며 한국군이 정찰 활동을 하는 바로 그 통로에 지뢰가 설치된 것으로 보아 북한군 민경대대나 혹은 특수부대가 야밤을 이용하여 한국군 통제지역으로 불법 침투하여 지뢰를 묻었고 이 지뢰를 한국군 2명이 밟아서 중상을 입은 사건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이번 북한군의 지뢰 도발 사건을 보면서 북한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과 한국 군대를 반대하는 군사적 도발을 벌리고 있다는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의도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저는 북한에 있을 때 동해의 경호함 56호 사건(1967년), 판문점 도끼 사건(1976년) 등을 한국군이 도발을 하여 생긴 사건들이라고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그러나 북한 외교관으로 해외에서 근무하면서, 그리고 한국에 와서 기록영화나 화면, 당시 자료들을 보면서, 경호함 56호 사건은 해상경계선 남쪽에서 순찰 활동을 하던 한국 경비정을 북한이 해안포로 쏜 도발이고, 그 유명한 판문점 도끼 사건도 한국측 관측병의 시야를 가리던 군사분계선 상의 미루나무 가지의 가지치기를 하던 한국군과 미군을 북한군이 도끼로 살해한 사실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대한항공 비행기 사건(1987년), 천안함 사건(2010년)들에서처럼 북한은 이번에도 한국의 자작극이라고 할 가능성이 높고,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도 불행하게도 이를 믿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위기가 조성될 때마다 한국을 반대하는 군사적 도발을 하여 내부적 단결을 도모해 왔습니다. 이번 군사분계선 지뢰 도발 사건도 북한이 내부적인 위기 상황을 대남 도발을 하여 돌파하고 주민 단결을 도모하는 의도를 갖고 저질렀거나, 아니면 2군단 사령부나 정찰총국의 김정은에 대한 충성 경쟁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잠시 언급하셨습니다만, 이번 목함지뢰 매설 사건은 김영철 정찰총국장의 작품이라는 추정이 한국 언론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위원님은 어찌 보십니까? 좀 더 설명을 해 주시죠.
고영환: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4월 김영철이 대장에서 상장으로 강등됐다고 밝힌 바 있는데, 지난달 29일 김정은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공군 전투비행술 경기대회에서는 김영철이 다시 대장 계급장을 달고 나왔거든요.
김영철은 지난 2010년에 있었던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의 주된 계획자이자 실행자로 알려져 왔고, 김정은에게 충성을 보이려면 어떤 짓도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그가 최근 상장에서 대장으로 승진한 점, 그리고 이번 사건이 일어난 지역이 북한군 2군단 관할 지역이고, 작년 4월 부임한 북한군 2군단장인 김상룡이 김정은의 최측근이고 김영철과도 가깝다는 첩보도 있어, 이번 사건은 김영철이 계획을 세우고 2군단장 김삼룡이 집행한 도발 사건으로, 그리고 김영철과 김삼룡이 김정은에게 ‘충성’을 보여주기 위한 대남 도발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남측의 대응을 좀 살펴보죠. 일단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위원님,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북한군 총참모부에 해당)는 지난 10일 발표한 대북 경고 성명에서 “북한의 도발에 상응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밝혔고, 그 첫 조치로 지난 10일 오후 군사분계선 지역 서부와 중부 2개소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했습니다.
한국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마지막으로 한 것은 지난 2004년입니다. 그해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북한이 대북 방송을 중단해 달라는 요구에 따라 확성기 방송이 중단된 것입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이 있었고, 이에 대한 대응조치로 대북 방송을 재개키로 하고 확성기가 군사분계선 인근에 설치됐지만 직접 심리전을 수행하는 방송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지뢰 도발 사건으로 한국군 군인들이 부상을 당하자 한국군 당국은 대북 응징 차원에서 11년만에 대북한 방송을 재개한 것입니다.
방송 내용은 북한을 비방하는 내용보다는 한국 소식을 있는 그대로 북한 군인들에게 알려주고 북한 도발의 부당성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합니다. 군사분계선 지역에 있는 수십만의 북한 군인들에게 24시간 방송을 하여 외부의 소식을 알려준다면, 그리고 외부 정보에 목말라하는 북한군 병사들에게 정보를 알려준다면, 이는 핵무기보다 더한 영향을 북한에 줄 것입니다.
한국은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일 경우 북한이 가장 예민해 하는 이른바 ‘최고 존엄’과 관련된 우상화 상징물들을 타격하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사실 앞으로의 남북관계가 더 큰 관심사인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비무장지대에서 목함지뢰 도발을 감행하면서, 남북관계는 개선될 기미는커녕 군사적 긴장 상태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북한의 끊임없는 군사적 도발과 한국군 군인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긴장을 원하지 않는 한국 정부는 그동안 자제력을 발휘해 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북한과의 신뢰 쌓기가 중요하다고 보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꾸준하게 추진하여 왔습니다. 특히 올해 초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기 때문에 남북대화의 희망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올해 5월 초 동해상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시험을 실시하는가 하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을 하루 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핵 타격 수단이 소형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남북 사이에는 긴장이 쌓여 왔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8월 4일 지뢰 도발이 발생하였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북한이 계속해서 군사적 도발을 하고 긴장상태를 고조시킨다면 세계 최강의 한미연합군이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전쟁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군사력, 경제력으로 하는 것이라는 점을 북한 지도부는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그러게 말입니다. 그나저나 8.15 광복 70주년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었는데, 긴장만 높아진 상태로 지나가게 돼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