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과오 만회 위해 도발 시도할 듯”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6.09.02
kim_yongchul_b 최근 혁명화를 다녀온 김영철 통전부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에서 공포정치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공포정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세 건을 통일부가 지난 수요일 공개했습니다. 먼저 제일 눈에 띄는 건 김영철이 혁명화 처벌을 받았다는 점이었죠.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한국정부는 지난 8월 31일 북한의 '대남 총책임자'인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혁명화 처벌'을 받고 지방으로 내려가 노동일을 하다가 최근 복귀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김영철은 고압적 태도를 보이고 무리하게 당 통일전선부 권한 확장을 추진하는 등 권력을 남용한 혐의로 혁명화 처벌을 받았다"며 "지난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까지 한 달여간 지방 농장에서 일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김영철은 혁명화 과정에서 대남 사업과 관련한 실적이 부진하다는 김정은의 강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실적을 내겠다는 서약서를 쓴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승승장구하던 김영철이 혁명화 처벌을 받고 김정은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것이 확실시되는 조건에서 김영철이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지난해 목함지뢰 도발 등의 배후로 알려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김정은이 대남 사업을 총괄하는 김영철에게 대남사업 부진의 책임을 물어 혁명화를 시킨 것은 앞으로 북한이 대남 공세의 수위를 높이겠다는 신호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김영철은 대남 통일전선 형성, 간첩 파견, 요인 암살, 반정부 선동을 포치하고 조직할 수 있는 조직과 인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김영철은 충성심을 새롭게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특기인 대남 도발로 김정은의 신임을 되찾으려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생각해 보면 김영철이 다시 도발하는 경우 김정은 정권이 흔들릴 정도로 강한 보복을 한국으로부터 받을 가능성이 백 퍼센트인 만큼 김영철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박성우: 김영철은 북한 정권의 실세 중 한 사람인데요.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들도 많이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고위 당 간부는 어떤 ‘혁명화’ 절차를 거치게 되나요?

고영환: 흔히 혁명화는 가지고 있던 직위를 내놓고 농장이나 공장, 임산사업소 같은 곳에서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혁명화 조치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김정일 시대 오극렬 당시 총참모장과 오진우 당시 인민무력부장이 서로 권력을 놓고 다투다가 오극렬이 밀려 김일성고급당학교에서 1년 이상 혁명화 교육을 받은 적이 있고, 총살된 김일성의 사위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김정일 시대에 김정일의 비위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여 강선제강소에서 1년 정도 주물공으로 일하는 혁명화 처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혁명화 교육은 고위 간부들이 제일 힘들고 어려운 노동을 하면서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또 뉘우치면서 김 부자의 정치적 신임을 다시 찾아 제 위치로 돌아 오는 간부 재교육의 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위 간부들을 파리처럼 죽이고 있는 김정은 체제하에서 혁명화 처벌은 정말로 가벼운 처벌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박성우: 김용진 부총리가 처형됐다는 사실도 통일부가 지난 수요일에 확인했죠. 먼저 어떤 인물인가요? 그리고 숙청 이유가 ‘자세 불량’입니다. 어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한국 정부는 지난 8월 31일 "북한 교육상 출신인 김용진 내각 부총리가 지난 6월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자세 불량'을 지적받은 뒤 '반당·반혁명 분자'로 몰려 지난 7월 총살당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대북 소식통은 "당시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용진 부총리 외에 여러 명이 자세 불량이란 지적을 받고 보위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자세불량이라고 해야 김정은이 연설을 할 때 김용진이 안경을 닦았다는 하찮은 이유라고 합니다. 김용진 부총리는 2003년 교육상에 올랐고, 2012년 1월 김정은 체제 시작과 함께 과학기술 담당 부총리로 승진한 인물입니다.

김용진 부총리의 처형은 최근 당, 정, 군 간부들의 동요와 체제 이탈에 대해 김정은이 고위급 간부 숙청으로 공포 통치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음을 의미합니다. 지난 4월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13명 집단 탈출 등 잇따른 대형 사건들로 뒤숭숭해진 내부를 통제하기 위해 한동안 숨겨 두었던 고위간부 처형이라는 칼을 다시 꺼낸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정보 당국은 김정은 집권 이후 처형된 간부는 2012년 3명, 2013년 30여 명, 2014년 40여 명, 2015년에는 60여 명으로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날이 갈수록 더 많은 간부들과 주민들을 총살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정은의 처형정치, 공포정치에 세상 사람들이 경악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전세계가 북한의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통일부가 언급한 세가지 사례 중 마지막입니다. 최휘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인데요. 이 사람이 혁명화 처벌을 받은 이유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요. 직책을 보면 대략 짐작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원장님, 최휘를 혁명화 조치한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한국 정부는 김정은 우상화 등을 담당하는 최휘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선전 사업 과정에서 김정은의 지적을 받고 지난 5월 말 이후 지방에서 혁명화 처벌 중인 것으로 파악한다"고 전했습니다. 최휘는 최재하 전 건설상의 아들이며, 작년 12월 김정은 직속인 '모란봉 악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한 적도 있습니다.

최휘는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에서 잔뼈가 굵었고, 선전선동부로 옮겨 와서도 청년을 대상으로 한 사상 선전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그의 혁명화 처벌을 지난 4월에 발생한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13명 집단 탈출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최휘 혁명화의 기본원인은 김정은의 친모 고용희의 우상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평가합니다. 그런데 최휘를 비롯한 당 선전선동부 간부들이 고용희를 우상화하지 못하는 것은 고용희가 재일동포이고 무용수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재일동포를 이른바 ‘조선의 어머니’로 만들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총살당하고, 혁명화 처벌을 당하고, 정말 북한에서는 간부노릇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박성우: 이렇게 공포정치가 지속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김정은이 2011년 12월 집권 후 당, 정, 군 간부 100명여 명이 총살된 것으로 한국정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보기관 관계자는 "김정은의 잔인한 숙청 이유는 대부분 '나를 무시해서'였다"며 "기대에 못 미치는 충성심, 일부 간부의 거만한 태도 등이 28세에 집권한 김정은의 '나이 콤플렉스(열등감)’를 자극했다"고 말했습니다. 나이 어린 지도자라고 하는데 격분하는 이유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그의 지도력이 약하고 김정은 체제가 안정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목숨이 파리보다 못한 북한 인민들의 인생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세계가 이런 폭정을 그냥 놔두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3대 세습이라는 무리한 일을 하려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