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외교 지평 넓히려 노력 중”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4.09.12
kang_germany_305 유럽을 순방중인 강석주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9일 벨기에 브뤼셀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독일 베를린 테겔 국제공항 주차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강석주 로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유럽을 순방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오늘은 북한의 외교 활동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석주 비서가 유럽을 순방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위원님께서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강석주 로동당 국제 담당 비서가 지난 6일부터 유럽의 독일,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그리고 몽골 등 5개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강석주는 당 국제담당 비서이고, 당 국제부는 당 대 당 외교를 전담하는 부서죠. 따라서 그가 유럽 방문을 통해 각국 사회당, 사회민주당 등의 당수를 만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요. 하지만 그가 유럽 의회의 책임일꾼들과 스위스 등의 외무성 차관을 만난다는 것이 이미 확인되었기 때문에, 이번 순방은 순전한 당 대 당 외교를 넘어 북한이 서유럽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이며 형제 국가라고 하던 중국과의 관계는 냉랭하다 못해 적대적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악화되어 있고, 남북관계 역시 지난해 북한이 주도한 전쟁 소동, 핵 위협, 남북 대화의 단절 등으로 나빠진 상태입니다. 강석주의 이번 유럽 방문과 이달 말 리수용 외무상의 유엔 방문 등과 같은 활발한 외교 활동으로 보아 북한은 북중관계의 악화, 이보다 앞서 남북관계의 단절 등과 같은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해 러시아,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넘어 서유럽과의 관계 개선까지 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외교적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세계적으로 취해지고 있는 제재 때문이라고 선전하여 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북한이 이러한 제재를 완화시키고 북한에게서 가장 중요한 나라들인 미국, 중국 등과의 관계 개선을 자극하기 위하여 주변을 두드리는 외교적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판단합니다.

박성우: 강석주의 움직임을 국제사회가 주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제가 70-80년대 북한 외교부에서 일할 때 강석주는 외무성 국장, 부상, 제1부상 등으로 초고속 승진을 한 인물입니다. 그의 승진이 그토록 빨랐던 이유는 초기에는 그의 친형이 강석숭 당 역사연구소장이었기 때문이었지만, 일정한 신임을 얻은 후에는 그의 능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똑똑하고, 임기응변에 능하고, 외국어도 잘 하고, 글도 잘 쓰고, 글을 잘 검토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강석주는 김정일 시대에 이어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도 눈부시게 출세를 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입니다. 강석주는 1994년 제네바 북미 합의를 이끌어 낸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 공로로 강석주는 공화국 영웅칭호를 받았고, 김정일의 더 큰 신임을 얻어 내기도 하였습니다. 2010년에는 정치국 위원 겸 내각 부총리로 승진하였고, 올해에는 당 국제사업 비서로 승진하였습니다.

불가사의한 일은 그가 지난해 처형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한때 당 국제사업부에서 같이 일한 경력도 있는 등 장성택의 인물로 분류된 바 있지만, 장성택 일당 여독 청산작업에서 살아났을 뿐 아니라 당 중앙위원회 비서로 승진까지 하였다는 사실입니다. 강석주가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것은 지난해 장성택 처형 전후를 비롯한 시기에 장성택의 이른바 ‘분파 활동’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사업에 앞장선 것이 인정을 받은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 외교의 산증인, 북한 외교의 거물, 장성택의 처형 이후에도 살아나는 능력, 그리고 그의 사업적 능력 때문에 그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외교를 대표하는 또다른 인물인 리수용 외무상은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를 방문하죠.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인데요. 이건 어떤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까요?

고영환: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강석주 비서는 현재 유럽을 방문하고 있는데 리수용 외무상은 곧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죠. 리수용 외무상은 김정은 제1비서가 스위스에서 유학할 때 스위스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를 거쳐 대사를 하면서 오랫동안 김정은을 보호한 인물이고, 따라서 부친 모친과 떨어져 살고있던 김정은의 후견인기도 한 인물입니다. 어린 나이에 후계자가 되었고, 따라서 직접 알고 있던 사람이 적었던 김정은에게 있어서 리수용은 일을 통해서, 그리고 같이 지낸 시간들을 통해서 인간적으로 가까워진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외무상이 되었으니, 그동안 외무상은 행정업무를 맡고 제1부상이 핵 문제와 대미 문제 등에 대한 실제적인 권한을 가졌던 지난 시기들과 달리, 이제는 리수용이 실제적인 권한을 가진 외무상이 된 것은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리수용은 외무상이 되자마자 중근동 및 아프리카 나라들을 방문하였고, ‘아세안지역포럼’이라는 중요한 국제회의에서 활발하고 주저 없는 외교 활동을 벌였습니다. 그가 외무상으로 된 지 얼마 안 되는 기간에 20여개 나라들을 이미 방문하였으니 그의 외교활동 공간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습니다. 그의 직접적인 활동 외에도 그가 외무상으로 된 후 북일간 외교 교섭이 활발해졌고 대미 접촉도 이뤄졌습니다.

그런 그가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엔을 이달 말에 방문하게 되었으니, 세계가 그의 미국 방문을 주목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는 유엔에서 핵무기 보유의 정당성을 분명하게 선전할 것이고, 북한의 인권은 최상으로 보장된다는 주장을 하는 등의 외교 활동을 벌일 것입니다.

이것은 충분하게 예상이 되는데,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그가 미국 체류 기간 동안에 미국측 고위 당국자들과 만날 수 있느냐, 만나는 경우 무슨 문제를 토론할 것이냐 등의 문제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형성하고, 중국을 제외한 서유럽, 일본, 러시아 등과의 외교관계를 개선하여 외교적 지평을 넓히고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다방면적으로 외교를 전개하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박성우: 잠시 언급하셨지만, 리수용 외무상의 미국 방문이 미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고영한: 현재 미국 외교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북한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인질로 잡혀 있는 케네스 배, 토드 밀러, 에드워드 파울 등 세 명의 미국인을 석방하여 미국에 데려오는 겁니다. 반대로 북한은 이 세 명의 인질을 볼모로 삼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여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시기에 북한의 외교수장이 미국을 방문하니 이번 기회에 미북 고위접촉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추정이 나오는 거죠. 그동안 미국은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에 잡힌 세 명의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해 왔습니다. 따라서 이번 리수용 외무상의 미국 방문 시 이런 문제들이 토의될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에는 미국이 북한과의 발전적인 관계 개선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박성우: 결국에는 핵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북중관계도 좀 살펴보죠.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북측에 보낸 정권 수립 66주년 축전이 로동신문 3면에 실렸다는 소식이 있었죠.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고영환: 지난 9월 9일은 북한 정권수립 66돌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 명절을 계기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 등이 북한에 축전을 보냈죠. 그런데 이상한 것은 푸틴 대통령의 축전은 로동신문 1면에 실리고, 시진핑 주석의 축전은 3면에 실렸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국가수반이 보내온 축전도 1면에 실어주는 북한이 세계 2대 초강국의 반열에 오른 중국, 북한과 수천리 국경을 같이하고 있는 중국 수반의 축전을 3면에 실은 것은 정말로 이례적입니다. 이는 외교적인 실례를 넘어 외교적 사고라고 할 수 있는 문제이고, 김정은의 지시를 받기 전에는 이런 일은 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은 북한이 중국에 얼마나 화를 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합니다. 중국에 대고 노골적으로 ‘우리가 많이 화가 나 있다, 그러니 알아서 하라’는 식의 협박을 하고 있는 거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들이 북중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박성우: 위원님 해석을 듣고나니 북한이 외교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 최근 들어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요. 멀리 떨어진 나라들과의 관계도 중요하죠. 하지만 지근거리에 있는 남한이나 중국과의 관계개선도 시도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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