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위급 잇따른 망명에 대대적 검열”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6.10.14
ambassador_hyon_b 한국으로 귀순한 태영호 공사가 소속된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현학봉 대사가 지난 8월 본국 소환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008년 9월 19일 남북 경제에너지 실무회담에 참석한 현학봉 대사(당시 직책은 북한외무성 미국국 부국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고위급 인사의 탈북이 속출하면서 북한 당국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주영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의 탈북에 따른 문책성 조치가 북한에서 단행된 걸로 보도됐는데요. 부원장님은 진위 여부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요?

고영환: 북한 외교가의 노련한 유럽 전문가이며 외무성의 핵심 인물인 궁석웅 부상이 최근 숙청당해 가족과 함께 지방 협농농장으로 추방됐다고 한국의 대북 소식통이 지난 11일 전했습니다. 대북 소식통은 “태영호 공사의 탈북 사태가 터진 지난 7월 말부터 외무성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이 이뤄졌다”며 “궁석웅 부상이 유럽 지역 대사관 관리 부실의 책임을 지고 숙청됐다”고 말했습니다. 궁 부상이 숙청당한 것은 태영호 공사의 탈북 외에도 비슷한 시기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의 외화벌이 간부가 잠적한 사건까지 터졌기 때문이라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올해 72세인 궁석웅 부상은 평양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요르단 주재 대사를 거쳤으며 1998년 외무성 부상에 임명된 후 20년 가까이 대 러시아와 대 유럽 외교를 책임져 온 노련하고 훌륭한 외교관입니다.

한국의 대북 소식통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도 문책당할 뻔 했으나 현재 앓고 있는 중이라 일단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김계관은 북핵 외교 등 대미 협상을 주로 맡아왔으며 태영호 공사와의 친분도 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의 경험으로 보아 궁석웅 부상과 그 밑의 국장 등 간부 그리고 당 위원회 간부들이 숙청된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공식매체들도 궁 부상이 지난 8월 16일 평양에서 열린 주북 러시아 대사관 연회에 참석했다는 소식 이후 그의 동정을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심해지고, 이것이 당과 정부 그리고 군대의 간부들을 해외 탈북으로 끌어가고, 이것이 더욱 심한 공포정치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현재 북한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진행자: 숙청은 더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지난 7월 태영호 주영 공사의 탈북 이후 외무성의 '유럽 라인', 즉 지휘선을 대거 문책하고, 유럽 지역 대사들도 물갈이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대북 소식통은 지난 12일 "태 공사 사태가 터지자 북한 정권이 외무성에서 태영호를 선발하고 보증을 섰던 인물이나 친분이 있는 주요 인사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외무성 유럽 라인 지휘선상의 다른 고위 간부들도 문책을 받는 등 태영호 망명의 후폭풍이 거세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외무성에서 유럽 지역을 담당하던 궁석웅 부상이 지난 8월 이후 숙청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현학봉 영국 주재 북한 대사는 지난 8월 평양으로 소환돼 검열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11년부터 영국에서 근무해온 현 대사는 귀국 후 태영호 공사 망명에 책임을 질 것이란 전망이 있었습니다. 다른 유럽 지역 대사관들에도 검열단이 파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가 1991년 ‘말 반동’으로 몰려 콩고 브라자빌 현지를 구사일생으로 탈출하였을 때에도 당시 콩고 주재 류관진 전 대사가 강제소환돼 숙청되었고 저를 코앞에서 놓쳤다고 하여 당시 킨샤사에 나와있던 보위부 2등서기관도 숙청되었습니다. 동시에 외교부에서는 당 위원회와 간부처 그리고 당 중앙위원회 간부부에서 지도원과 과장 등 10여명 이상 숙청되었습니다. 이번 태영호 사건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이루어졌고, 김정은이 김정일보다 더 심한 공포정치를 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건으로 숙청된 간부들의 숫자는 저의 사건 때보다 훨씬 더 많고 처벌 수위도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태영호의 망명은 워낙 특이한 사안이어서 남한 당국이 공개를 했는데요. 그런데 “공개되지 않은 고위급 인사의 탈북이 더 있다”는 보도가 자주 나오고 있죠. 부원장님, 언급 가능한 선에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한국 정부에서 탈북자 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탈북자 정착지원시설인 하나원을 거치지 않고 집을 배정받은 고위 탈북자가 지난해 10여 명에 이를 정도로 갑자기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고위 외교관이나 당 간부 그리고 북한군 상좌 이상의 군 간부들은 보안 문제 때문에 하나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한국 사회에 나와 집을 배정받는데 그 숫자가 지난해 10명 이상이었다는 뜻이죠.

올해에도 10월 중순인 지금까지 작년과 비슷한 수의 고위급 간부들이 비밀리에 한국으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나 최근 입국한 베이징 북한대표부 소속 보건 1국 출신 간부처럼 언론에 공개된 사례는 극히 일부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고위급 간부들의 잇따른 탈북은 김정은의 공포통치가 얼마나 심하게 북한 간부들을 짓누르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또한 북핵 문제로 인한 국제사회의 초강력 대북제재로 북한 내부가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박성우: 한국 정부가 탈북자 정착 지원 제도를 개선하려고 하고 있죠. 어떤 맥락에서 보면 될까요?

고영환: 통일부는 한국에 들어 온 탈북자 수가 조만간 3만 명을 돌파하는 것을 계기로 ‘사회 통합형’ 지원 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지난 12일 밝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대규모 탈북을 염두에 둔 ‘탈북민 지원 체계’ 점검을 주문하면서 관계 당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정례기자회견에서 “다음달이면 탈북민 3만명 시대가 될 것”이라면서 “이에 맞춰 탈북민 정책 방향을 사회통합형으로 바꾸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기존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지원을 효율화하는 쪽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남북통합문화센터 건립, 미래행복통장 추진, 탈북민 창업 지원, 3국 출생 탈북민 자녀 지원 계획 등이 담길 전망입니다. 탈북자 숫자가 다음달 중순에 실제적으로 3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정부의 준비도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탈북촌’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요.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는 “탈북자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체계와 역량”을 갖추라고 지시하였습니다. 대북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대북 압박 차원에서 북한 주민의 탈북을 독려하고 있으며, 탈북자 3만명 시대에 맞춰 이들의 남한 사회 정착을 돕는 정책을 개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탈북촌’ 건설 계획에 대해선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지만 그런 계획이 있는지는 말씀드릴 수 없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탈북촌은 대규모 탈북민 발생 시 숙소와 식량, 의약품을 제공하는 등 탈북자를 수용하는 방안의 하나로 거론됩니다. 참고로 독일 통일을 앞두고 1989년 한 해에만 ‘탈동독’ 행렬이 34만여명에 이르자 서독은 ‘전원 수용’ 방침을 세우고 각 지방에 정착촌 형식의 수용소를 세운 적이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 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함경북도에서 발생한 큰 수해로 북부지역 주민들이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어 탈북자 숫자가 대량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박성우: 한국 정부가 확인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고, ‘탈북촌’을 만들겠다는 계획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 중 하나라는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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