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퍼 방북은 북한에 여러모로 손해”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4.11.21
clapper_nk_305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에 파견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이 7일 북한이 억류해온 미국인 케네스 배(46)와 매튜 토드 밀러(24)씨의 석방교섭을 위해 평양에 도착해 북한 당국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 북한 당국이 CNN에 제공한 사진. CNN 웹사이트 캡쳐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의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이 평양 방문 당시 겪었던 일들을 공개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두 명을 데려가기 위해 한국 시간으로 지난 7일 평양을 찾았지요. 당시 겪었던 일들을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과의 단독 회견에서 공개했습니다. 기사는 15일자로 보도됐었죠. 위원님께서도 관심을 갖고 그 기사를 보셨을 것 같은데요. 뭐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까?

고영환: 지난 7일 평양을 방문하여 그동안 북한이 억류하고 있던 케네스 배 씨와 토드 밀러 씨를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온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이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자기에게 엄청난 돌파구를 기대하였던 것 같았다. 북한을 정식으로 인정하거나 평화협정 같은 큰 협상을 제의할 줄 알았지만, 내가 그런 것을 논의하기 위해 간 것이 아니어서 아무것도 내놓지 않자 실망하였다”고 말했습니다. 클래퍼 국장은 “북한 도착 다음 날인 지난 8일 낮 12시 경 북한 간부가 와서 ‘협상 메시지가 없이 평양에 왔기 때문에 신분을 강등한다. 당신을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간주하지 않겠다. 신변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위협을 가했다”고 말하였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강제로 억류하고 있던 미국인 인질 두 명을 데리러 가기 위하여 정부의 공식대표가 아닌 정보 관리를 보냈다고 하였는데, 북한은 오히려 미국의 정보국장이 온다고 하니 고위간부이고 김원홍 같은 직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하며 크게 기대하였던 것 같습니다. 반면에 클래퍼 국장이 인질만 데려오는 임무를 맡고 왔다고 말하자 북한은 이에 크게 실망한 것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미국과 북한의 인식차입니다. 북한 지도부는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온다고 하니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장처럼 ‘나는 새도 떨구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온다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반대로 미국은 자유국가이고, 미국 국가정보국은 말 그대로 정보를 수집하는 일만 하는 기관이고, 그러니 북한에 가서도 협상을 하지 않고 인질들만 데리고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두 가지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첫째는 비행장 영접은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 하고 실제적인 회담은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점은 북한 간부가 국가정보국장 도착 다음날 찾아와 클래퍼 국장에게 “당신에게서 대통령 특사 자격을 박탈한다. 당신의 신변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고 위협한 것입니다. 특사 자격은 받아들이는 국가가 정하는 것이 아니고, 박탈한다고 해서 박탈되는 것이 아니며, 더군다나 북한의 일반주민들이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오는 줄도 모르는데 여기에 대고 “북한 주민들이 지금 엄청나게 화를 내고 분노하고 있다. 당신은 위험해졌다”고 위협한 것은 정말로 이상한 일입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라는 평가를 듣는 것입니다.

박성우: 클래퍼 국장의 북한 방문이 성사된 과정을 보면 궁금해지는 게 하나 있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 봤을 때, 클래퍼의 방북은 남는 장사였을까, 아니면 손해본 장사였을까?’ 위원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클래퍼 국장이 미국인 인질 두 명을 데리고 나왔는데, 북한은 기대하였던 평화협정 문제라든지 미북관계 개선 문제라든지, 이런 사안은 정식으로 회담을 하지 못하였으니 정말 화가 났을 것 같습니다. 이번 클래퍼 국장의 평양 방문을 성사시킨 뉴욕 주재 북한대사관 외교관들이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했을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거물급 인사가 특별기를 타고 평양에 오니 무척 많은 기대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기회에 미국의 대북한 입장이나 정책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한 것 같고, 자신들의 입장을 미국 정부에 전하려고 한 것 같은데, 클래퍼 국장의 임무는 미국인 인질 2명을 데리고 오는 것 뿐이라고 하니 대실망을 한 것이죠.

또한 북한이 정보계의 두 거물인 김원홍과 김영철을 미국 사람들에게 보여줬는데, 미국 사람들은 아마 이 사람들을 보면서 나름대로 인물들에 대한 평가를 내렸으리라 생각합니다. 인질은 인질대로 내주고 북한의 주요간부이며 정보수장인 두 사람을 노출시킨 것은 북한으로서는 여러모로 손해가 나는 장사였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앞에서 잠깐 언급하셨는데요. 클래퍼 국장을 공항에서 영접한 인물은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었습니다. 그리고 평양의 어느 식당에서 클래퍼 국장에게 식사를 대접한 인물은 김영철 정찰총국장이었습니다. 김원홍과 김영철이 역할 분담을 이렇게 했던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북한은 미 국가정보국장이 온다니 그의 협상 대상자로 김원홍 국가보위부장을 임명하였고, 그래서 김원홍이 비행장에 마중을 나갔던 것 같습니다. 김영철 정찰총국장은 원래 계획에는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마중을 나온 김원홍 부장이 공항에서 숙소로 클래퍼 국장을 안내해 가면서 클래퍼 국장의 임무와 권한 그리고 평양에서 해야할 일을 물어 보았는데 국가정보국장이 “나의 임무는 그냥 인질들을 데리고 가는 것 뿐이다. 관계개선 문제나 평화협정 문제 같은 것은 자신의 소관사항도 아니고 그런 임무를 가지고 평양에 온 것도 아니다”라고 하니 김원홍 부장이 화가 많이 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숙소로 다른 간부를 보내어 신변안전이 어떻고 하면서 위협을 가한 것 같고, 클래퍼의 상대는 자신이 아니라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제격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원래 시나리오에는 없던 김영철이 대화장이나 비슷한 식당에 나타나 한미 군사훈련 문제, 핵문제 등을 이야기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성우: 클래퍼 국장이 평양을 떠나기 직전에 김원홍이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다음엔 억류자 문제가 아니라 다른 현안을 놓고 이야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하죠. 북측이 나누고자 하는 대화의 내용은 무엇인가요?

고영환: 김원홍 부장의 발언에 북한의 진심이 섞여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인질 석방 문제 같은 것은 관심이 아예 없었고, 인질을 풀어주는 대가로 미국 정부의 고위관리와 만나 미북관계 개선문제, 평화체제 문제, 더 나아가 핵보유국 지위 문제 같은 것을 토의하고 싶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북한 외교관으로 있던 1980년대에도 북한 외교의 첫째가는 임무가 바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 주한미군 철수, 평화협정 체결 등 이었습니다. 그때의 북한과 지금의 북한은 하나도 변한 것 같지 않습니다. 북한은 예나 지금이나 미국과의 관계 개선, 온갖 제재 풀기, 평화협정 체결로 주한미국을 철수시키고 한반도를 무력으로 통일하는 것을 대미 외교의 과업으로 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미국의 정보기관 수장이 평양에 와서 그간 억류돼 있던 미국인 두 명을 데리고 갔다는 걸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고영환: 북한 사람들은 이해를 하지 못할 것입니다. 바꾸어 말해 북한 주민 2명이 미국에 잡혀 있는데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같은 사람이 그들을 구하기 위해 미국까지 가겠습니까? 전혀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예를 들어, 1983년 미얀마에서 전두환 전 한국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했던 랑군 테러 사건이 생겼을 때, 테러를 가하고 도망을 치다가 북한 공작원 두 명이 잡혔는데요. 북측은 그 사람들이 북한 사람이 아니라고 딱 잡아뗐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6.25전쟁 시기 북한 지역에서 북한군, 중국군에게 전사한 미군 병사들의 유해를 찾아 유해 한 구당 많은 돈의 외화를 북한 당국에 주면서, 그리고 특별기를 동원해 미국에 데리고 가 가족의 품에 안겨주는 나라입니다. 북한과 미국의 인간에 대한 사랑, 인간에 대한 대우는 이렇게 다릅니다. 만일 북한 사람들이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특별기를 타고 평양에 들어가 미국인 인질 두 명을 데리고 나갔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 경우 그들이 받게 될 충격은 대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미국과 북한의 교류를 잘 지켜보면 참 많은 변곡점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후세에 어떻게 기록될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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