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서 처벌은 충격이었다”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7-12-01
이메일
댓글
공유
인쇄
  • 인쇄
  • 공유
  • 댓글
  • 이메일
사진은 지난 4월 13일 열린 평양 여명거리 준공식에서 김정은과 황병서 모습.
사진은 지난 4월 13일 열린 평양 여명거리 준공식에서 김정은과 황병서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 군 총정치국이 20년만에 검열을 받았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요즘 워낙 북한과 관련된 뉴스가 많아서 지난주에 다루지 못한 소식인데요. 황병서와 김원홍이 처벌받은 것으로 알려졌죠. 김정은 권부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북한에 계시는 우리 청취자들의 관심이 높을 것 같은데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겁니까?

고영환: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들에게 한 보고에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황병서, 제1부국장 김원홍 등 총정치국 정치 군관들이 처벌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이날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주도 하에 당 조직지도부가 군 총정치국에 대한 검열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정원에 의하면 총정치국에 대한 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은 당에 대한 총정치국의 '불손한 태도'로 촉발되었으며 총정치국이 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을 당하는 것은 1998년 이후 20년 만입니다.

북한 매체들도 이상한 예후들을 보여 왔습니다. 10월 8일 김정일의 노동당 총비서 추대 20주년 중앙경축대회를 보도하면서 노동신문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이어 최룡해, 박봉주 내각총리, 황병서의 순서로 주석단 참석자들을 호명했습니다. 이전까지는 김영남, 황병서, 박봉주, 최룡해 순서였는데 황병서가 분명하게 뒤로 밀린 것입니다. 더욱 이상한 것은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지난 10월 13일 이후 공개석상에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한 전문가들 속에서는 "2015년 황병서와 김원홍의 모함으로 실각했던 최룡해의 반격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룡해는 2014년 4월에 총정치국장에서 해임됐고, 2015년 11월에는 지방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거쳐 총정치국장에 오른 황병서와 김원홍 당시 국가안전보위부장이 최룡해의 비리를 김정은에게 보고하여 최룡해가 혁명화를 당하였다는 소식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최룡해는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군사위원과 당 중앙위원회 부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한국 국정원은 지난 11월 2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룡해가 "당 조직지도부장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황병서와 김원홍의 개인 비리 혹은 총정치국 내부의 뇌물 사건을 덮고 김정은에게 황병서 등이 보고하지 않은 사건을 빌미로 당 조직지도부장이 된 최룡해가 총정치국에 대한 조직지도부 집중검열로 그들에 대한 반공격에 나섰다는 평가가 가능해 보입니다.

박성우: 황병서와 김원홍이 왜 처벌 받았는지, 그 구체적인 원인을 우리 청취자들께서 많이 궁금해 하실 것 같은데요. 이 정도 거물급 인사들이 처벌을 받는다면, 그 원인은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한국에서는 이번에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제1부국장이 처벌받은 이유가 총정치국 장령 등 간부들의 비리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고되는 것을 막았고 이에 김정은이 분노하여 총정치국에 대한 당 조직지도부 검열을 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 이번 처벌 사건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 사건은 총정치국 내부의 뇌물과 개인 비리가 발단이 된 것 같습니다. 현재 북한은 핵무기 개발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제재를 당하는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분야는 집단생활을 하는 분야, 국가가 배급과 공급을 해줘야 하는 분야입니다. 다른 말로 해서 군복을 입고 있는 분야 사람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는 뜻입니다. 뇌물과 부정부패가 가장 크게 성행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총정치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사건은 외화벌이와 뇌물이 그 배경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군 소식에 정통한 소식통은 "대북 제재로 군 외화벌이 기관들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총정치국 조직부 간부들이 산하 외화벌이 기관에서 무리하게 뇌물을 상납받다가 적발됐다"며 "이 내용이 김정은에게 보고돼야 하는데 황병서와 김원홍이 '제 식구 감싸기' 차원에서 덮어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사실이 당 조직지도부 계통으로 김정은에게 보고가 되고 검열이 시작되었다는 것이죠. 다만, 숙청이나 처형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고 ‘처벌’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정치적 사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총정치국 내부에 부정부패 혹은 개인 비리들이 생겼고 이를 최고사령관에게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 받았을 가능성이 커지는 거죠. 군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김정은에게 보고해야 하는데, 이와 어긋나게 황병서와 김원홍이 총정치국의 내부 비리와 뇌물 사건을 덮었고, 이것이 당 조직지도부에 걸리면서 김정은이 분노하여 조직지도부에 총정치국을 다 들추어 보라고 지시한 것이 이번 처벌 사건의 진면모가 아닐까 판단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추가할 부분은 최룡해와 황병서의 사이가 나빴고, 과거 황병서와 김원홍 전 보위부장에게 크게 당했던 최룡해가 총정치국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핑계 삼아 황병서에게 반격을 가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박성우: 황병서와 김원홍을 처벌함으로써 김정은이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어떤 의도가 반영된 사건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김정은이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의 간부들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장성택이 처형되었고, 김일성·김정일 시기의 대표적인 인물들인 최태복, 김기남 비서들이 올해 당 전원회의 이후 정치 무대에서 사라졌습니다. 김원홍 국가보위상은 강등되었습니다. 최근에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제1부국장이 처벌됐습니다. 황병서와 김원홍의 처벌은 숙청은 아니지만 당 책벌이거나 계급 강등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김정은은 집권 후 6년 동안 군대를 장악하고 길들이는 수단으로 간부사업을 사용했습니다. 총참모장은 이영호, 현영철, 김격식, 이영길, 이명수 등으로 다섯 번 교체됐고, 인민무력상도 김정각, 김격식, 장정남, 현영철, 박영식 등으로 다섯 번이 바뀌었습니다. 김일성은 집권 전 기간 인민무력부장을 5명만 교체했고 김정일은 3명만 바꾸었습니다. 김정은이 적게 다친 게 바로 총정치국장 자리입니다. 6년 동안 총정치국장은 황병서와 최룡해 두 명 뿐이었습니다. 북한군을 통제하고, 간부 사업을 담당하는 총정치국장은 믿었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김정은이 이번에 최룡해를 통해 황병서를 검열하는 것은 김정일의 선군정치를 김일성의 선당정치로 옮겨가는 조치의 일환일 가능성도 높다고 봅니다. 총정치국장을 처벌하여 군부의 위상을 격하시키고 비대해진 군대를 손보겠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더해 고위 간부들을 자주 교체하여 김정은의 유일독재체제를 강화하려는 의미도 있다고 봅니다.

박성우: 북한에서 군 총정치국장이 처벌받았다는 건 매우 큰 뉴스일 텐데요. 부원장님께서는 이번 사건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고영환: 김정은이 후계자로 선정되는데서 가장 큰 역할을 했고 김정은의 유일지도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서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황병서, 그리고 김정은의 후계구축 작업에서 가장 큰 난관이었던 김정일 시대의 2인자이자 김일성의 사위인 장성택과 그 일당을 처형하면서 손에 피를 묻힌 김원홍을 처벌한 것은 저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우선은 아무리 세운 공이 크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 때나 숙청, 처형, 처벌하는 김정은의 개인적 성향을 똑바로 알 수 있었고, 다음으로 느낀 것은 김정은 정권이 참으로 무정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생활고에, 간부들은 생명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이런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박성우: 오늘 전해 드린 소식, 북한에 계시는 우리 청취자들께서는 어찌 들으셨습니까? 분명 북한 정치사에서 큰 의미를 갖는 사건입니다. 하지만 워낙 이런 처벌과 숙청 사건이 자주 생기다 보니, 이 소식을 접하는 북한 주민들은 이젠 둔감해져서 그저 ‘그러려니’ 하고 계신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