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김정은, 새해에는 민생도 생각하길”

0:00 / 0:00

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은 지난 1년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요즘 한국의 각 언론사는 지난 한 해를 정리하면서 이른바 ‘10대 뉴스’라는 걸 선정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시간 관계상 뉴스를 10개까지 뽑지는 못할 것 같고요. 북한과 관련해서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5개 정도의 주요 뉴스를 골라봤으면 합니다. 실장님, 지난 한 해 동안 북한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뉴스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가장 중요한 뉴스는 역시 김정은의 권력 승계라고 봅니다. 김정일이 2011년 12월 사망하고, 12월 30일 김정은이 최고사령관직에 올랐고, 올해 4월 당중앙위원회 제1비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 모든 직위를 순조롭게 물려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외견상으로는 후계 구도가 안착된 것으로 보는 게 전세계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고, 저도 이에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내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당군 갈등과 민심이반 현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가 제대로 움직이질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불안한 요소는 계속 가지고 가고 있고, 아직도 민심은 잡지 못한 상태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김정은이 당.군.정을 장악해 권력 승계를 마무리한 것 같지만, 아직까지 안정적이진 않은 것 같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러면 두 번째는 어떤 뉴스인가요?

고영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북한 정권의 실세로 등장했다는 점이고, 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장성택 부위원장은 김정일 정권 내내 숨은 2인자 역할을 했습니다. 예전에는 장성택 부장이라고 불렀는데, 그 사람이 2인자라는 걸 모두가 동의했었고요. 그렇지만 김정일이 사망하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승계하면서, 이젠 본격적으로 양지로 나왔습니다.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서 북한의 가장 강력한 2인자로 부상한 것이죠.

관련해서 좀 더 말씀드리면, 김정일의 시신을 운구할 때 사민 4명, 군인 4명이 섰습니다. 군인들 중에서 리영호 총참모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은 숙청된 것으로 알고 있고, 나머지 두 명도 한직으로 물러났어요. 군부가 좀 퇴조하고 당 간부들, 그러니까 장성택 부장, 박도춘 비서, 문경덕 비서 같은 당 중앙위원회 비서들이 앞서고 있습니다.

이를 장성택이 주도하는지, 아니면 김정은이 주도하는지를 알려면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어쨌든 현재로서는 장성택이 주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일의 ‘선군정치’에서 김일성의 ‘선당정치’로 회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죠. 김정은 제1위원장이 할아버지 흉내를 많이 내잖아요. 말하는 모양이나 사람들 포옹하는 모습 등 행동 뿐 아니라 노선에서도 할아버지를 따라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 그래서 일단은 군인들의 힘이 빠지고 있고, 당의 힘이 강해지고, 그런 과정에서 당과 군 사이의 갈등이 생기고 있고, 이것이 리영호 숙청이나 우동측 제1부부장의 숙청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장성택이 실세로 부각하고 있고, 그 와중에 당권을 복원하는 데 장성택이 힘을 쏟고 있다고 보시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세번째 뉴스는 뭘 고르시겠습니까?

고영환: 북한이 지금 제일 자랑하고 있는 게 있지요. 장거리 미사일 ‘은하 3호’ 발사 성공 뉴스인데요. 저는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있었고, 한국에 와서도 20여년 이상 북한을 연구하고 있는데요. 제가 이번에 북한 TV를 보다보니 ‘5천년 우리 민족사에 특기할 특대사변’이라고 표현하더군요. 저는 이런 말을 처음 들어봤습니다. 아마도 김일성 주석때부터 김정일 위원장을 거쳐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김정은 시대에 와서 했으니, 김정은이야말로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을 뛰어넘는 수준의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서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은하 3호’ 미사일 실험에 성공하면서 101명의 영웅이 나왔습니다. 저는 이것도 아주 특기할 사변이라고 봅니다. 한꺼번에 영웅이 101명이 나온 적은 없습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성공한 건, 그 어려운 조건 하에서 기술자들과 과학자들이 그렇게 한 것은, 제가 보건대 그 기술력은 정말 평가해 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당장 급한 것은 춥고 배고픈 사람이 많다는 점인데요. 민생 개선에 힘을 쏟고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하늘에 쏘아올리고 허공에 날아가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돈을 쓰는 것이 마음 아프고, 이런 것은 앞으로 좀 자제하면서 인민생활 향상에 좀 더 힘을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세번째 뉴스로 지난 12월 12일에 있었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소식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러면 2012년 한해 동안 발생한 일 들 중에서 네번째 뉴스로는 뭘 고르시겠습니까?

고영환: 사람들에게 많은 기대를 품게했던 6.28 경제개선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4월15일 연설에서 ‘인민들이 더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 ‘인민들이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겠다’고 말했지요. 이건 제가 보기에도 굉장히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발언이었습니다. 그리고 ‘부귀영화’라는 말은 이전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정말 터부시했습니다. 쓰지 말아야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런데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겠다’고 하는 말을 듣고 저도 깜짝 놀랐거든요. 그러니까 북한 인민들도 굉장히 많이 희망을 가졌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흐름 속에서 6.28 경제개선 조치가 나오자, 이는 농민들에게 자율권을 주고, 기업과 지역에 자율권을 주어서 인민이 좀 더 혜택을 볼 수 있게 하는 조치가 아니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이 조치를 지난 2002년 7.1 개선조치와 비교해 봤습니다. 7.1 경제개선 조치보다 좀 더 우월하다고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쨌든지간에 그래도 새로운 지도자가 이러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걸 보고 ‘희망을 좀 더 가져도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는데요.

하지만 이게 지지부진하고, 이젠 다시 ‘생눈길 정신’ ‘선군 정신’ 이런 말이 나오면서 희망적인 생각은 좀 쑥 들어가는 느낌이 있어요. 한 번 결심을 했으면 6.28 경제개선 조치를 좀 더 실질적으로 밀고 나가서 정말 인민들이, 농민들이, 노동자들이 어렵고 힘든 생활을 안 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습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정말 인민들 허리띠를 더 조이지 않게 하려면 6.28 경제개선 조치를 시행하는 게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이해가 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다섯번째 뉴스는 뭘 고르시겠습니까?

고영환: 리설주의 등장입니다. 처음에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이 정말 깜짝 놀랐어요. 왜냐면 김일성 주석 시절엔 김성애가 중앙여맹위원장을 하면서 북한 말로 ‘좀 많이 설친다’고 해서 뒤로 물러난 후 한 번도 못 나오고 김정일이 정권을 잡았잖아요. 김정일이 정권을 잡은 후 부인이 공개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김정은 제1비서가 부인을 등장시켰죠. 그러니까 ‘아 이거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 거지요.

결국 이게 의미하는 바는 친모를 등장시켜서 우상화해야 하겠는데, 오사카 출신인데다 무용수 출신이다 보니 우상화가 힘들 것 같고, 그러니 그 대신에 부인을 등장시켜서 부인을 우상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요. 지금 조모 김정숙, 외조모 강반석에 대한 말은 많이 하는데, 친모 고영희에 대한 말은 한마디도 못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를 어느 정도 조정하기 위해서 리설주를 등장시켜서 사람들이 보건대 ‘좀 젊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부인까지 나오고 하는 걸 보니, 좀 무게가 있는 지도자다’ 이런 생각을 하게끔 하기 위한 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리설주의 등장에 대한 말씀까지 해 주셨습니다. 되돌아보면 지난 한 해는 정말 다사다난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김정은에게는 아주 숨 가쁜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김정은이 민생을 좀 고려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새해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