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외화벌이’ 사업 다시 시작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4.06.23
nk_fish_ship_305 2005년 동해 해경 경비함에 구조된 표류 북한 어선.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농사일에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라면서도 주민들에게 많은 ‘군중외화벌이’ 과제를 내주어 불만이 높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성우: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요즘 동해상에서 북측 어선이 표류하다가 남측 당국에 의해서 구조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모두 외화벌이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추정이 있던데요. 왜 그렇습니까?

문성휘: 네, 지난달 31일에 울릉도 근처에서 기관(엔진) 고장으로 표류하던 북한 어선과 선원 3명이 구조된 것을 비롯해 6월 13일에는 독도 근처에서 북한 어선이 침몰하면서 선원 5명이 한국 해경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습니다. 이들 어선들은 모두 낙지(오징어)잡이 어선들로 알려졌는데요.

북한 소식통들의 말로는 주민들이 특별히 낙지잡이에 많이 나서게 된 원인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이 한창 낙지잡이 철인데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 과제를 과도하게 내주어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게 소식통들의 얘기입니다. 북한에서 다른 해산물들도 마찬가지이지만 그중에서도 낙지는 거의 전량 말린 것으로 중국에 수출되고 있습니다.

박성우: 주요 수출품이라는 말이군요.

문성휘: 네, 그렇죠. 올해의 경우 북한은 “농사일에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라”고 하면서도 한쪽으로는 돈이 될 만한 수산물과 산나물, 약초 캐기에도 주민들을 동원시키고 있습니다. 그만큼 외화벌이가 시급하다는 뜻이죠.

박성우: 외화벌이 때문에 낡은 어선들까지 이용해서 무리하게 바다로 내보내고 주민들을 산나물과 약초 캐기에 동원하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도대체 북한의 외화난이 어느 정도로 심각하기에 이러는 겁니까?

문성휘: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는 관련된 정확한 통계가 없고요. 다만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농사일을 강요하면서도 ‘군중외화벌이운동’이라는 걸 다시 들고 나온 걸 보면 현재 외화난이 상당히 심각한 것 아니냐 추정이 됩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방금 ‘군중외화벌이운동’이라고 하셨는데요. 저는 이런 말 처음 들어봅니다. 어떤 운동입니까?

문성휘: 네, 북한 당국은 해마다 조직별로 주민들에게 외화벌이 과제를 내주고 있습니다. 당원들은 ‘충성의 외화벌이’라고 해서 해마다 개가죽이나 줄당콩과 같은 것을 바치라는 과제를 주고요. 학생들은 ‘좋은 일하기’라는 구실로 토끼가죽, 고사리와 같은 외화벌이 과제를 주고 있습니다.

그중에 ‘군중외화벌이’ 과제라는 게 있는데 이건 ‘어른’, 그러니까 북한에서 17세 이상의 ‘성인’이라는 말을 ‘어른’이라고 하는데요. 만 17세 이상 ‘어른’이면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 부과되는 외화벌이 과제를 ‘군중외화벌이운동’, 또는 ‘군중외화벌이 사업’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군중외화벌이’는 1980년대 초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이어지다가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고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 대한 식량공급을 못하면서 자연히 사라지고 말았는데요. 그런데 북한 당국이 이렇게 없어졌던 ‘군중외화벌이’ 사업을 최근 들어 다시 시작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박성우: 그만큼 외화사정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란 말씀인데 그러면 성인 1인당 얼마 정도의 외화를 벌어야 된다는 거죠?

문성휘: 북한의 외화벌이 사업은 특별히 얼마라고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대신 주민들은 ‘외화벌이 사업소’나 다른 외화벌이 기관들에 지정된 현물을 바치고 ‘영수증’을 떼어다 자기가 소속된 조직에 바쳐야 한다는 겁니다.

박성우: 아, 현물로 계산을 하는군요.

문성휘: 네, 예전부터 북한은 주민들이 이렇게 현물로 바친 외화벌이 ‘영수증’을 노동당에 대한 충성도를 규정하는 척도로 이용해왔습니다. 외화벌이 과제를 얼마나 수행했는가에 따라 노동당에 대한 충성심이 ‘있다’, ‘부족하다’로 규정하고 표창과 처벌도 받을 수 있다는 거죠.

현재 북한의 ‘외화벌이사업소’들에 가면 성인 1인당 바쳐야 할 산나물이나 약초의 량이 지정된 ‘공시’판이 있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얼마라고 값을 정하지 않았지만 거기에 지정돼 있는 약초나 산나물이 장마당에서 팔리는 가격을 알면 대충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아, 그런 거군요. 그러면 돈으로 환산할 때 성인 1인당 얼마 정도를 내야 되는 거라고 합니까?

문성휘: ‘외화벌이사업소’ ‘공시’판에 적힌 대로라면 성인 1인당 ‘영지버섯’으로 500그램을 바치면 한해 ‘군중외화벌이’ 과제는 끝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장마당들에서 ‘영지버섯’은 kg 당 중국 인민폐로 800원(위안)이라고 합니다.

박성우: 잠깐만요. 계산을 좀 해보죠. 그러니깐 중국 인민폐로 kg당 800원짜리 ‘영지버섯’을 500그램만 바치면 된다, 그러면 성인 1인당 중국 인민폐로 한 400원 정도가 할당량이다, 이렇게 보면 되겠군요.

문성휘: 네, 그렇다고 합니다. 현재 북한의 장마당들에서 ‘무명초’는 kg 당 중국인민폐로 200원인데 ‘외화벌이 사업소’에 ‘무명초’를 바친다면 2kg을 바쳐야 한다는 거죠. 또 논이나 개천에서 사는 ‘거머리’ 알죠? 이 ‘거머리’는 kg 당 장마당에서 중국 인민폐로 400원인데 이런 것도 외화벌이 기관들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거머리’를 판다는 거군요. 돈이 되는 거라면 정말 뭐든지 다 받는다, 이런 말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농사일도 바쁜데 한동안 없어졌던 ‘군중외화벌이’ 사업을 다시 시작한 까닭, 문 기자는 뭐라고 생각합니까?

문성휘: 여기에 대해선 우선 저보다 북한 주민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북한 주민들은 지키지도 못할 ‘김정은의 약속’을 많이 꼽습니다. 실례로 지난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평양시 육아원과 요양원을 찾아가 어린이들에게 곶감을 정상적으로 먹이겠다고 하고 또 노인들에게는 매일 물고기 300그램씩 먹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박성우: 네, 기억납니다. 예전에 우리 이 시간에서 한번 다루었던 내용이죠.

문성휘: 아, 그렇죠. 그런가하면 올해에도 군부대들을 현지 시찰하면서 “모든 군인들에게 하루 물고기 300그램씩 먹이고 끼마다 미역과 콩나물을 떨구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북한 실정에서 김정은 제1비서의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노릇’ 아니겠습니까?

박성우: 물자가 없으니깐 그렇겠죠.

문성휘: 네, 그런 약속들이 고스란히 주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거죠. 그런데다 ‘마식령속도’ ‘새로운 평양속도’ 하면서 곳곳에 짓는 건축물들도 막대한 외화가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부족한 외화를 충당하기 위해 옛날에 우려먹던 ‘군중외화벌이’ 사업까지 북한 당국이 부활시켰다는 거죠.

박성우: 그렇군요. 또 어떤게 있을까요?

문성휘: 아, 다른 원인도 있습니다. 우선으로는 북한이 올해 ‘석탄가스화공정’에 의한 ‘주체비료’를 생산한다고 하면서 석탄을 공업부문에 많이 돌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름철임에도 경공업과 지방산업 공장들을 돌리기 위해 석탄을 연료로 하는 화력발전소들을 많이 가동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나니 지난해까지 북한의 기본 외화벌이 수단이었던 석탄을 많이 수출하지 못한다는 거고요. 거기다 무산광산 철광석의 가격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고 주요 광물수출 자원인 마그네사이트라든지 몰리브덴, 아연, 흑요석 등과 같은 광물가격도 중국의 무역대방들이 지속적으로 낮출 것을 고집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도 중국 무역상들의 과도한 요구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역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유럽이나 동남아와 같은 나라들에 광물들을 수출하자면 운송비와 연료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거죠. 오히려 중국에 파는 것보다 손해를 볼 때가 있다는 겁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북한 당국은 최근에 외국관광객들을 많이 끌어들이고 외국관광객들이 살 수 있는 토종적이고 친환경적인 ‘지방특산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업들이 빛을 보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야 하니까 당장은 북한 당국도 상당한 외화벌이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거죠.

박성우: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런 외화벌이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군중외화벌이사업’이라는 걸 다시 시작했다는 건데요. 그런데 이게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문 기자, 수고하셨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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