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중간의 정식 무역통계에는 잡히지 않고 있지만 북한에 대한 중국의 원유수출은 예전이나 다름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박성우: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언론보도에 이런 내용이 많았죠. "올해 1월부터 4월 사이 중국의 대북 원유수출이 전혀 없었다" 이런 것이었고 북•중 무역통계를 기반으로 해서 이런 보도를 했었는데요. 실제로 중국이 북한에 원유수출을 완전히 중단했다면 북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어떻습니까?
문성휘: 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수출을 완전 중단했다면 심각한 타격이 되겠죠. 그러나 지금까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수출을 중단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북한의 원유시장은 현재 휘발유와 디젤유, 그리고 액체가스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부터 북한의 장마당들을 조사해 보면 휘발유나 디젤유 가격이 흔들림이 없습니다.
북한의 장마당들에서 휘발유나 디젤유는 모두 kg 단위로 판매됩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장마당들에서 휘발유는 1kg 당 중국인민폐 10원(위안), 디젤유는 인민폐로 7원, 그리고 50kg짜리 액화가스가 있습니다. 이걸 용기까지 살 때에는 인민폐로 70원, 만약 용기가 있어 액화가스만 넣는다면 인민폐 40원이라고 합니다. 이런 가격이 지난해 가을부터 변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가격변화가 없다는 건 휘발유나 디젤유가 수입되는 양에 큰 변화가 없다, 이런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겠군요?
문성휘: 네,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 현지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북한의 환율이 많이 오르내렸지만 휘발유나 디젤유는 중국인민폐로만 거래됐기 때문에 가격변동이 거의 없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박성우: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무역 통계상으로는 중국이 북한에 원유 수출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는가, 이게 궁금한 거잖아요. 뭔가 의도적으로 통계를 감추려 한다, 이런 의심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문성휘: 네, 중국이나 북한쪽에 어떤 사정이 생겼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보건댄 양측이 의도적으로 원유수출을 감추려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북한 당국이 중국에서 원유를 수입할 수 있는 경로를 개인화하고 다양화한데서 문제를 찾아 볼 수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지금 원유수입 경로를 개인화하고 다양화한다고 표현하였는데 이게 구체적으로 무슨 뜻입니까?
문성휘: 네, 지난해까지 북한은 원유수입을 국가가 독점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부터 매 개별적인 공장기업소나 협동농장들에서 필요한 휘발유나 디젤유를 직접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을 했다고 합니다.
이미 제가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보도한 바도 있지만 지어 북한은 지난해부터 인민군부대 기술병종까지도 자체로 연료를 사서 쓰도록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 부대들엔 원유를 사들이기 위해 사금채취, 약초채취를 전문으로 하는 외화벌이조가 편성되었고 부대들마다 개인들을 내세워 직접 중국으로부터 휘발유와 디젤유, 항공유와 같은 것들을 사들이고 있다는 건데요.
그런데 이게 기존에 북한 당국이 직접 원유를 사올 때처럼 한 번에 몇 백톤, 몇 만톤 단위인 것이 아니라 기껏해야 200리터짜리 드럼통으로 몇 개 정도인 때도 많다고 합니다. 또 개인들이 거래해서 들여오는 것이니까 통계에서 누락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거죠.
박성우: 네, 그래서 통계에 누락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렇다면 이게 비단 원유 분이 아니라 다른 수입품들에 한해서도 개인화되고 다양화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어떻습니까?
문성휘: 네, 다른 모든 수출품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북한 당국을 통해서만 무역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개별적인 협동농장이나 공장기업소들도 필요에 따라 직접 중국과 무역을 할 수 있도록 승인 했다고 합니다.
기존의 경우 모든 무역이 해당 지역 인민위원회 수출무역관리국과 국가안전보위부 외사과의 승인을 거쳐 외화벌이 기관들을 통해서만 가능했습니다. 그러다나니 무역이라는 게 중간다리 외화벌이기관들의 배를 채워주는 역할만 했다는 거죠.
그랬는데 지금은 외화벌이 기관들을 거치지 않고 개별적인 공장기업소나 협동농장들이 해당 무역관리국에 어떤 목적으로 어떤 품목을 수출하는지, 그 대가로 무엇을 수입하는지를 정확히 기재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물품에 대해서는 수출과 수입이 허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공장기업소나 협동농장들이 필요한 원료, 자재들을 중국과 직접 거래를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게 왜냐면 그동안 북한은 외화벌이일꾼들, 그 외 친척이 있는 사람들만 '사사여행'이라고 해서 중국에 드나들 수 있도록 했거든요.
그러니 결국 외화벌이기관들이나 이런 중국에 친척이 있는 '사사여행'자들을 떠나 개별적인 공장기업소들이 중국과 무역을 하라고 해도 무역대방들과 직접 상대할 수가 없기 때문에 못한다는 거죠.
박성우: 그렇겠군요. 그러면 결국에는 외화벌이기관이나 친척방문을 위해 '사사여행'으로 중국을 다녀오는 사람들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군요.
문성휘: 네, 바로 그렇다는 겁니다. 그런데 외화벌이기관들에 부탁을 하면 너무 떼어먹는 것이 많으니깐 친척방문을 위해 중국에 오가는 사람들을 이용한다는 거죠. 특히 해당 공장기업소, 협동농장에 소속된 사람이 중국에 친척이 있다면 더 좋죠.
이런 사람들은 공장에 얽매인 몸이니까 외화벌이기관들처럼 많이 떼어도 먹지도 못하고 또 한 푼이라도 더 벌어 공장기업소 간부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성의를 다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사실 이들이 공장기업소나 협동농장들을 위해 들여오는 물품들은 그야말로 보잘 것 없다는 겁니다. 왜냐면 예전의 함경북도 '농촌무역사업소'와 같은 경우를 들 수 있는데요.
이런 외화벌이기관들은 봄철에 농사를 짓기 위해 도안의 모든 농촌들에서 통나무나 약초를 거두어들입니다. 그렇게 거두어들인 수출품을 중국에 팔고 대신 농업용 비닐박막이나 비료와 같은 것들을 들여왔거든요.
이런 경우는 워낙 그 량부터가 많기 때문에 쉽게 북•중 무역통계에 잡힌다는 거죠. 반면 지금처럼 개인이 협동농장, 그것도 내가 속한 작업반이나 분조에 필요한 살초제를 들여온다, 이런 경우가 있지 않겠습니까?
흔히 북한은 중국산 'P2P'라는 살초제를 많이 들여다 쓰고 있습니다. 이게 농도가 매우 높은 농약인데 물에 희석시켜 쓰거든요. 그런데 이게 한 개 작업반에 필요한 량이 기껏해야 4리터 정도라고 합니다. 그 정도로 량이 적으니 개인들이 세관을 통해 들여와도 무역통계에 잡히지 않을 거라는 게 북한 현지 소식통들의 분석이죠.
박성우: 그렇겠군요. 그런데 북한이 이렇게 정책을 바꾼 건 언제부터입니까? 그리고 왜 이렇게 바꾸었는지도 궁금한데요?
문성휘: 네. 제가 파악하기로는 지난해 가을, 정확히는 지난해 9월 이후부터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게 북•중 무역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국당국이 취한 조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중국 당국은 각 성, 자치구 산하 상공부들을 통해 북한과 거래를 하는 무역업자들에게 신중을 기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 외상으로 원료, 자재를 수출한다거나 나중에 어떤 대가를 받는 것으로 약속하고 먼저 투자를 하지 말라, 이런 거죠.
그만큼 북한은 믿을 만한 상대가 못 된다는 의미인데요. 그런데 실제 지난해에 비해 올해 북한과 중국의 무역거래가 일부 줄었다는 통계는 있지만 현지 주민들이나 소식통들은 "눈에 띌 정도로 준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각종 통계자료들을 통해 북•중 무역이 감소한 것처럼 나타나는 것은 무엇보다도 지난해 장성택 처형 후 북한의 석탄광물 수출이 줄어든 것도 있고, 또 지난해 북한의 농사가 잘 돼 식량수입이 줄어든 것이 상당히 영향을 미쳤지 않나 여겨집니다.
한마디로 북한이 중국과의 거래를 지금처럼 개별적 공장기업소들로 다양화고, 개인들에게까지 승인한 조건에서 수출입 상품들이 소량화되고, 또 구분도 명확치 않아 앞으로도 북•중 무역의 정확한 통계는 어려울 수 있지 않겠냐, 이렇게 추정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박성우: 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북•중간의 무역통계만큼 불투명한 것도 없지 않나, 만약에 정상국가 간에 무역을 한다면 정말 이럴 것 같진 않을 것 같다. 문 기자 오늘 수고 많으셨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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