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학생과 군인까지 거름 생산 동원

서울-문성휘, 박성우 xallsl@rfa.org
2014.01.06
nk_fertilizer_fac_check-305.jpg 지난해 5월 북한 박봉주 내각 총리가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를 찾아 비료 증산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올해 경제의 ‘주타격 방향’을 농업으로 제시하면서 학생들과 군인들까지 거름생산에 동원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 북한 주민들은 전국의 풀판과 과수원조성사업이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이루어 지고 있어 자연재해로 번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거름생산 4월 말까지로 계획

박성우: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북한 언론이 새해 ‘첫 전투’ 소식을 요란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신년사’ 관철을 위한 북한주민들의 각오가 대단하다, 이런 소식이었는데요. 새해를 맞는 북한현지 분위기, 더 자세히 좀 듣고 싶습니다.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네, 새해를 맞는 북한 소식통들은 현지 주민들의 말을 전하며 “올해 할 일이 더 많아졌다. 그만큼 시름이 더 깊어졌다”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신년사’를 접하면서 많은 부담을 느꼈다는 건데요.

‘신년사’에서 김정은 제1비서는 “올해의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투쟁에서 농업을 주타격 방향으로 확고히 틀어쥐고 농사에 모든 힘을 총집중”하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신년사’에서 제시된 과업에 따라 주민들은 새해 ‘첫 전투’로 거름생산에 동원돼야 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박성우: 그런데 북한에서 새해 ‘첫 전투’라고 하면 원래 거름생산이 아닙니까?

문성휘: 네, 맞습니다.

박성우: 그러면 별로 새로울 건 없는 것이 아닙니까?

문성휘: 네, 하지만 올해는 농업을 ‘주타격 방향’으로 제시하면서 올해 주민들에게 부과되는 거름생산량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판단입니다.

박성우: 그렇겠군요. 부담도 훨씬 많아 질 것이라는 건데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구체적인 거름생산량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모양이죠?

문성휘: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솔직히 거름원천이 무진장한 게 아닙니다. 그런 조건에서 지나치게 과제를 높게 주면 오히려 주민들의 생산의욕이 떨어진다는 게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박성우: 아무래도 그렇겠죠.

문성휘: 네, 아직은 거름생산량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거름생산 기간은 올해 4월 20일까지로 이미 정해졌다고 합니다.

박성우: 4월 20일까지면 다른 해와 비교할 때 길어진 건가요?

문성휘: 네, 배도 훨씬 넘게 길어진 겁니다. 북한은 보통 거름생산 기간을 새해 첫날부터 2월 15일, 그러니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전날까지로 정합니다. 왜냐면 자동차와 휘발유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이 썰매에 거름을 실어 협동농장까지 운반해야 됩니다.

그런데 2월 15일이 지나면 그때부턴 벌써 인분이나 삼분(짐승배설물)과 같은 거름이 녹기 때문에 도저히 썰매로는 운반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거름이 얼어붙은 동안인 1월 초부터 2월 중순까지 생산기간으로 정한다는 거죠.

박성우: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올해 거름생산 기간이 4월 20일까지라고 했는데 2월 중순이 지나서부터는 어떻게 거름을 생산한다는 겁니까?

문성휘 :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거름이 녹는 2월 중순부터는 ‘흑보산 비료’를 생산한다는 겁니다. ‘흑보산 비료’는 인분 1kg에 부식토 3kg을 섞어 발효시킨 다음 말리는 방법으로 생산하는 거름인데요.

화학비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북한에서 이런 방법으로 거름을 생산해 비료를 대체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거름생산에 올해는 11살 밖에 안 되는 ‘고등중학교’ 1학년 학생들부터 모두 동원돼야 한다는 거죠.

뿐만 아니라 지금은 ‘동계훈련’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군인들까지 거름생산에 내몰고 있다고 합니다. 소식통들은 “지금 형편으로 볼때 올해는 매 인민군 병사들에게까지 거름생산과제가 떨어 질 것이다”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농업이 ‘주타격 방향’이 되면서 거름생산과제가 더 늘어나고 그래서 주민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이런 얘기인데요. 거름생산도 그렇지만 앞으로 ‘농촌지원’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올 한해 북한주민들이 얼마나 들볶이게 될지 눈에 선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2. 무리한 환경파괴 큰 재난 될 것

박성우: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세포지구 축산기지건설과 고산과수농장건설을 올해 완공해야 할 주요 대상 건설로 지적 했습니다. 그런데 고산에 있는 과수농장건설, 이게 언제까지 완공하려고 했던 거죠?

문성휘: 네, 애초에 고산군 과수농장은 2010년까지를 완공목표로 잡았다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2012년 4월까지로 건설기간을 연장했는데 2012년에도 건설을 끝내지 못해 올해까지로 공사기간을 늦추었습니다.

북한은 고산군 과수농장과 같은 과수밭들을 2016년까지 모두 30만 정보를 새로 개관한다고 하는데요. 고산군 과수농장은 올해까지 완공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박성우: 언제부터 건설을 시작한 거죠?

문성휘: 2007년 7월부터입니다. ‘당선전선동일꾼 돌격대’ 3만명의 인원이 ‘삼수발전소’ 건설을 끝내고 강원도 고산군으로 이동해 과수밭 건설을 시작했는데요. 올해까지면 7년 동안 건설하는 것으로 됩니다.

박성우: 7년이요? 과수밭 면적이 꽤 넓은 가보죠. 그러니까 7년 동안이나 건설하겠죠. 문성휘: 공식적인 자료에는 모두 완공할 경우 과수밭 면적이 2,850정보(2826ha)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원래 1,740여정보의 과수원이 있었던 곳이어서 새로 조성하는 면적은 1,110정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성우: 그런데 왜 이게 이렇게 오래 걸린 겁니까?

문성휘: 인원과 기간을 놓고 보면 하루 한 명당 0.5제곱미터에도 훨씬 못 미치는 작업량입니다. 하지만 이게 골짜기를 메우고 산봉우리를 깎아야 하는 험한 작업이 많은데다 기계수단이 전혀 없어 공사기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거고요.

더욱이 2,850정보의 과수밭을 모두 연결할 경우 장마나 큰물피해를 예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주변 남대천을 확장하고 남대천으로 합쳐지는 골짜기 물길공사까지 더하다 나니 작업이 더 까다로워졌다는 거죠.

문제는 북한이 지난해 개관을 끝냈다고 하는 세포등판과 고산과수농장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겁니다. 강원도 고산군과 세포군은 서로 경계를 하고 있는 군들인데요. 북한 당국이 건설자들을 동원해 고산군과 세포군과 연결된 남대천을 확장했다고 해도 장마철 큰물 피해를 막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세포등판의 경우 지난해 대대적인 풀판조성을 하면서 장마철에 남대천이 넘쳐나 큰물막이 공사에 동원됐던 강원도 5군단 군인 11명이 사망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고요.

박성우: 아, 이미 그런 일이 있었군요.

문성휘: 네, 지금의 상태에서 큰 장마라도 닥치면 그야말로 강원도 세포군과 고산군 주민들은 떼죽음을 면치 못할 걸로 보인다고 소식통들은 얘기 했습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인민생활 향상을 구실로 자연환경을 마구 훼손을 하니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건데요. 북한 당국이 이런 환경파괴가 결과적으로 인민생활 향상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타산하지 못했다는 건가요?

문성휘: 타산을 했다고 합니다. 사실 세포등판 개관은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5년에 군인들을 동원해 시도했던 사업입니다. 그러나 세포등판을 개관할 경우 막대한 큰물피해가 난다는 과학자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개관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건데요. 이러한 사업을 김정은 정권이 다시 꺼내들고 자신들의 치적으로 자랑한다는 겁니다.

박성우: 접었던 사업을 다시 하고 있다는 거군요.

문성휘: 네, 이게 비단 세포등판이나 고산과수농장뿐이 아니고 북한에서 2011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30만 정보의 과수원 조성사업과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풀판조성사업이 다 비슷하다는 것이 현지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박성우: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마구잡이식 토지개관과 같은 무분별한 자연환경 파괴가 결국에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북한당국은 신중하게 생각 해 봐야 될 것입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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