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북, 도심지역에 '노가다 군대' 등장

서울-박성우, 문성휘 xallsl@rfa.org
2012-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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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평양음악대학 건설 작업 중인 북측 군인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여러 도시들에 삯일을 하고 한 끼 식사를 얻어먹는 ‘노가다(막노동) 군대’가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북, 도심지역에 노가다(막노동) 군대 등장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를 치른 다음날이죠? 작년 12월 30일, 북한 노동당 정치국이 후계자 김정은을 최고사령관으로 선출하지 않았습니까? 최고사령관으로 선출된 김정은이 처음으로 지적했던 게 인민군 부대의 부정부패문제다, 이런 얘기가 있었는데요. 북한 군인들의 생활이 좀 나아졌는지, 이게 궁금합니다. 어떻습니까?

문성휘 : 네, 최고사령관으로 선출된 후계자 김정은이 군부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 네, 요즘에 그렇죠.

문성휘 : 새해 들어 1월 한 달 동안에만도 벌써 여섯 차례나 군부대들에 대한 현지시찰을 진행했다, 이렇게 북한 언론들에 나왔고요. 현지 시찰 사진들을 보면 과거 김일성 주석의 온화한 이미지를 따라 하느라 무척 애를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 그런 것 같애요. 생긴 것도 참 비슷하게 생겼고 말이죠?

문성휘 : 네, 이자 말씀하신 것처럼 후계자 김정은은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첫 자리에서 인민군 부대들의 기강문제를 언급하면서 군 간부들의 부정부패행위에 대해 엄하게 지적했다고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군 지휘관들과 상급병사들이 신입병사들의 생활을 잘 돌보고 배려해 줄데 대해서도 언급해 군인 병사들의 관심을 상당히 모았습니다.

근데 이렇게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식량문제와 군인들의 공급품 문제를 비롯해서 어려움은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게 북한 경제상황과 식량난이 겹쳐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후계자 김정은의 일처리 방식과 통치능력의 한계 때문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박성우 : 그런데 김정은의 일처리 방식이라고 하셨는데 이건 뭐가 문제라는 거죠?

문성휘 : 네, 요새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을 통해서도 많이 알려지고 있지만 김정은의 현지시찰방식이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현지시찰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 않습니까? 실제 군인들이나 주민들의 생활형편에 관심을 두는 게 아니라 이미 잘 준비시킨 부대들을 돌아보면서 대중 앞에 자신의 얼굴을 알리는 데만 급급하다는 주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후계자 김정은이 아무리 군부대들을 시찰한다고 해도 인민군 병사들의 생활은 김정일 시대나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해요.

우선은 식량 문제인데요. 지금도 강냉이를 주식으로 먹는데다 그 량도 너무 적어서 영양실조에 걸린 군인들이 많다고 합니다. 군인들이 이렇게 통 강냉이를 주식으로 먹게 된 것은 군 지휘관들이 입쌀(벼)을 장마당에 내다 팔고 대신 값이 눅은(싼) 강냉이를 사다가 병사들을 먹이기 때문입니다.

박성우 : 아, 그렇군요. 강냉이 값은 입쌀 가격의 절반 정도 된다고 하죠? 그러면 입쌀 1kg을 팔아서 강냉이 2kg을 살 수 있다, 이렇게 계산하면 되겠군요.

문성휘 : 네, 그렇죠. 문제는 그렇게 강냉이를 사들이면 군인들이라도 배불리 먹여야겠는데 통 강냉이조차도 제대로 먹이지 못한다는 겁니다. 저녁마다 상급군인들과 지휘관들이 술판을 벌리는데 그런 돈이 다 병사들이 먹을 식량에서 나온다는 거죠.

그러다나니 지금은 인민군 부대들에서 신입병사들이 영양실조에 걸리는 것을 하나의 적응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영양실조가 신입병사들의 적응과정이다?

문성휘 : 네, 이게 한창 성장해야 할 청년들이 집에서 일정하게 먹다가 갑자기 군대에 입대해서 제대로 먹지 못하게 되면 대부분 영양실조에 걸리게 마련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두세 달만 지나게 되면 자연히 사람의 몸이 그 열악한 환경에 적응한다는 거죠. 바짝 마른 상태에서 조금의 식량을 가지고도 버틸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박성우 : 아, 그런 얘기는 옛날에 일본군에 끌려갔던 노동자들에게서도 들어보지 못한 얘기 같습니다. 북한 군인들의 생활상이 얼마나 열악한지 짐작이 갑니다.

문성휘 : 네, 그렇죠. 그러다나니까 최근에는 장마당을 중심으로 ‘노가다 군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거든요.

박성우 : ‘노가다 군대’요? 이 어떤 군대를 뜻하는 겁니까? 좀 자세히 이야기 해 주시죠.

문성휘 : 네, 한마디로 한 끼 얻어먹기 위해서 남의 집 삯일을 해주든가, 아니면 일정한 돈을 받고 남의 집일을 해주는 군인들을 말합니다.

박성우 : 아, 그러니까 군인을 뜻하는 거고, 그럼 그런 군대라면 탈영병들을 말하는 건가요?

문성휘 : 탈영병들은 절대 아니고요. 북한 장마당들에 나가면 물건을 파는 매대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인력시장이 있습니다. 여기에 가면 석탄이나 나무를 비롯해 땔감을 파는 사람들이 있고요. 또 빈 손수레를 가지고 손님들을 기다리는 짐꾼들도 있습니다.

그 보다 더 열악한 사람들은 빈 몸에 나와서 남의 집 부뚜막이나 온돌 수리를 해주고 또 구멍탄 같은 것을 찍어주며 돈을 받는 최하층 서민들인데요. 요즘엔 이런 최하층 서민들 속에 군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한명의 군인이 나와서 여러 명의 일감을 잡으면 주변에 몸을 숨기고 있던 다른 군인들이 합세하는 방식이라는데요. 이게 보통 한 개 분대로 이루어진 병사들인데 이들은 주민들이 시키는 대로 나무도 패주고 온돌수리도 하고, 이렇게 닥치는 대로 일을 해주면서 대신 점심과 저녁을 배불리 먹여주면 된다고 합니다.

박성우 : 네, 어떤 건지 이해는 됩니다만 그런데 어쨌든 부대를 이탈한 거지 않습니까? 처벌을 받지 않는 가요?

문성휘 : 아, 문제는 바로 거기 있다는 건데요. 이렇게 노가다를 하는 군인들은 부대에서도 지휘관들에게 특별히 잘 보이는 분대, 한마디로 입이 무거워 지휘관들의 신임을 받는 병사들이라고 합니다.

보통 한 개 분대가 6명인데요. 한 개 분대를 밖에 내보내 하루만 절약하면 거의 4kg이라는 쌀을 절약할 수 있어 지휘관들도 좋고, 또 병사들은 병사들대로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 좋고, 그러니 부대 안에서도 어떻게 하나 지휘관들의 눈에 잘 보여 노가다 조에 뽑히기 위한 경쟁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런데 일감이라는 게 항상 있는 것도 아닐 거구요. 일감을 못 잡은 날은 병사들이 모두 굶을 게 아닙니까?

문성휘 : 대부분은 굶는 날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왜냐면 군인들이니깐, 인력시장에서 일반 사회 사람들이 잡은 일감도 빼앗아 낸다는 거예요. 오히려 싸운다면 같은 군인들끼리 일감을 놓고 싸우는 일이 더 많다고 해요. 일감이 없는 날엔 장마당에 나가서 훔쳐 먹든지 자신이 알아서 책임져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 당국도 이러한 사정을 파악하고 경무관(헌병)들을 시켜 인력시장들에 나오는 군인들을 단속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일단 경무관들에게 단속이 된 병사들은 일정시간 동안 볼 일이 있어서 부대를 몰래 나왔다, 이렇게 자신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 써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부대에 도로 끌려가도 처벌을 받지 않으니까, 그래서 입이 무겁고 충성도가 높은 병사들을 골라서 노가다 조를 만든다는 거죠.

박성우 :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래도 북한군에 노가다 병사들이 있다, 이건 정말 충격적입니다.

문성휘 : 네, 이에 대해서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군인들 속에 만연한 노가다 현상을 두고 이거야 말로 진정한 ‘군민일치’다, 이렇게 주민들이 비꼬고 있는 현실도 전해왔는데요. 제일 부려먹기 쉬운 게 군인들이니 까요. 이제는 가을철에 개인 농사를 짓는 주민들마저도 제가끔 군부대 지휘관들을 찾아가 병사들을 얻어 쓴다는 겁니다.

박성우 : 얻어 쓴다, 이건 무슨 말입니까? 군인들의 노동력을 빌려서 뭐, 예를 들자면 가을걷이를 한다, 이런 뜻인가요?

문성휘 : 네, 그렇죠. 도시에 주둔한 병사들은 인력시장에 내 몰리고 또 농촌지역에 주둔한 군인들은 개인들의 가을걷이나 땔감을 하는데 동원되고, 별 잡일들을 다 해야 되는데 그래도 병사들은 한 끼 배를 채우기 위해서 이런 노가다 일에 뽑히는 걸 다행으로 생각한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래도 ‘군민일치’가 이런 모습이어서는 안 되겠죠? 후계자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면서 북한군인들 속에서 노가다 병사가 생겨났다, 고급지휘관들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 혹사당하는 북한군 병사들의 가련한 처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정말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해 보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