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은의 전쟁놀이 유머 확산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6.04.04
rally_py_7th_party-620.jpg 북한 노동당 제7차 대회를 앞두고 최근 발표한 공동구호 관철을 촉구하는 평양시 군중대회가 지난 2월 25일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리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북한은 오늘’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문성휘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긴 속담들 중엔 김정은 정권에 교훈이 될 만한 내용들이 참 많습니다. ‘남잡이가 제잡이’라는 속담도 그렇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로 돈 줄이 막혀 버린 김정은 정권은 광기어린 군사적 도발에 나섰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인민군 부대들의 상륙과 포사격 훈련에 이어 핵탄두 모형까지 공개하며 미국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협박했습니다. 대북제재가 시행된 3월 1일부터 지금까지 북한이 발사한 대구경 방사포와 미사일은 모두 12발입니다.

그 중 2발은 발사에 실패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이번 12발의 발사에서 보여준 것처럼 북한의 장거리 타격체들은 평균 6발당 한발 꼴로 실패한 셈입니다. 3월 18일 아침 6시 20분경에 발사한 미사일은 17초 만에 함흥시 상공에서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만약 그 미사일에 진짜 핵탄두가 장착되어 있었다면 지금쯤 함흥시는 죽음의 도시로 초토화 됐을 것입니다. 숱한 돈을 들여 누구를 짓뭉갠다고 개발한 핵이 오히려 북한 인민과 김정은 정권을 궤멸시킬 도구로 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핵을 탑재한 미사일은 단 한발이라도 실패할 경우 그 후과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것입니다. 북한의 미사일들은 1960년대 소련이 개발한 ‘스커드’ 미사일을 모방한 재래식으로 발사 시 실패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누구를 잡겠다고 쏜 핵미사일이 제 머리 위에서 터져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인민은 물론 김정은도 살아남을 수 없겠죠. 김정은이 핵미사일 발사단추를 누르는 시각이 ‘남잡이가 제잡이’로 되는 순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북한은 오늘’ 시작합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연일 무력시위를 하며 불안한 민심을 달래려 하지만 ‘전쟁위기’를 느낀 인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선제적인 무력도발을 암시하는 주민강연이 인민들의 불안감을 재촉한다고 북한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무력도발을 암시하는 ‘선제타격’이라는 강연이 공공연히 벌어지다 보니 북한에서는 요즘 이와 관련된 유머도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근거 없는 유머이지만 내용은 다음과 같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어느 한 여성동맹 조직에서 김정은이 미국을 선제타격 할 것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는데 출연한 강사가 이렇게 말했다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 장군님(김정은)이 핵으로 선제타격을 하면 미국의 오바마는 통닭구이가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에 나이든 여맹원 한명이 일어나더니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선생님, 그러다 혹시 미국이 ‘선제타격’을 하면 장군님은 어떻게 됩니까?” 회의장이 웃음바다로 변한 가운데 출연한 강사는 한참 머뭇거리더니 “그건 좀 생각해 봅시다”라고 대답한 뒤 황급히 달아났다는 얘기입니다.

핵 불장난을 즐기는 김정은이 오히려 구운 통닭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를 하는 유머인데 이 유머가 확산되면서 북한 주민들은 상대에게 화가 나 폭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말을 “너 정말 통닭구이가 돼 볼래?”라고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말을 들은 상대는 “그건 좀 생각해 봅시다”라는 대답으로 화를 풀라는 신호를 보낸다고 합니다. 누가 어떤 이유로 이런 유머를 만들어 냈는지 모르겠지만 북한 주민들은 이런 유머를 주고받으며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항상 봄철만 되면 무분별한 전쟁 광기를 부리는데 주민들은 이젠 너무도 익숙해져 별로 위기상황을 느끼지 못한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집권한 후 핵으로 전쟁놀이를 시작하면서 주민들은 상당한 위협과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북한당국은 7차당대회를 위한 ‘70일 전투’를 조직하면서 주민들을 그야말로 숨돌릴 틈조차 없이 다그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3~4월 위생월간’을 맞으며 북한은 새벽 5시부터 ‘식전작업’을 조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식전작업’은 “밥을 먹기 전의 작업”이라는 뜻으로 아침부터 모든 주민들이 동원되는 여러 가지 작업을 가리킨다고 소식통은 지적했습니다. 요즘은 ‘위생월간’으로 길거리에 남아있는 눈과 얼음을 제거하는 작업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내마을, 내일터 꾸리기’라고 공동쓰레기장과 변소, 도로 청소와 함께 길거리 울타리들에 회칠을 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식전작업’은 새벽 5시부터 시작돼 6시 30분에 끝난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북한은 아침 8시까지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식전작업’을 끝낸 6시 30분부터 세수하고 밥을 먹고 공장까지 출근하는데 1시간 30분밖에 차례지지 않는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하소연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숨 돌릴 틈도 없다는 뜻 입니다.

아침 출근을 하면 일거리가 없는 공장기업소들은 철도지원이나 겨울철 파괴된 도로 복구작업, 주변의 건설장들에 지원을 나가야 하는데 점심사간은 오후 12시 30분부터 1시 30분으로 한 시간이라고 그들은 설명했습니다.

퇴근시간은 오후 5시인데 ‘70일 전투’라는 명목으로 보통 저녁 8시까지 일해야 한다는 게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라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긴장되고 동원된 태세로 생활하라”면서 저녁이면 ‘등화관제’를 비롯해 전시훈련을 실사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등화관제’ 훈련은 매일 저녁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실시한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습니다. 또 시도 때도 없이 ‘노농적위군’ 비상소집을 하고 전시장구류들을 검열해 주민들의 피로감은 더 말할 정도가 못 된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전쟁놀이에만 열중해 인민생활은 돌보지도 않고 ‘선제타격’과 같은 폭언들을 계속 늘여 놓고 있는 김정은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말로만 위협을 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종이범(호랑이)’이라고 비웃는다는 소식도 그들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들은 “사람들이 맨날 핵이요, 미사일이요 떠들지만 말고 ‘시원히 한방 터뜨렸으면 좋겠다’고 김정은을 비난한다”는 현지의 목소리를 전하며 “전쟁이라도 콱 터졌으면 좋겠다”는 북한 주민들의 말속에는 “지금과 같은 고통을 더 견뎌내기 어렵다는 분노가 숨겨져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어 북한의 간부들과 지식인들마저 전쟁광기에 빠진 김정은의 지저분한 폭언들과 인민을 혹사하는 행위들을 가리켜 ‘부나비는 불에 타 죽기 마련’, ‘남잡이가 제잡이’라는 말로 은근히 비난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그러면서 소식통들은 “김정은이 아무리 전쟁위기를 조장하고 인민들을 혹사하며 권위를 과시해도 그 결과는 민심이 등을 돌린 것밖에 없다”며 “요즘 돌아가는 유머처럼 김정은이 전쟁놀이에만 집착하다가 ‘남잡이가 제잡이’ 되는 꼴을 달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칩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기대하며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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