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찰 삼지연 간부들도 몰라

서울-문성휘, 오중석 xallsl@rfa.org
2015.04.20
baekdu_kimjongun_visit-305.jpg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8일 간부들을 대동하고 백두산에 올라 인민군 전투비행사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답사 행군대원들과 함께 해돋이를 봤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최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현지 간부들도 모를 만큼 극비리에 백두산에 올랐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전투 비행사들과 함께 백두산에 올랐다” 18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이런 소식을 전했는데요. 그런데 이틀 후인 20일 북한의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백두선군청년발전소’를 현지지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의 이번 현지지도와 관련해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네, ‘백두선군청년발전소’는 북한 양강도 백암군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번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현지시찰에 대해서는 양강도 주민들은 물론 삼지연군 간부들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정은 제1비서는 17일 저녁 비행기를 타고 삼지연군에 도착했고 이튿날 아침 백두산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이날 백두산에서 김정은과 함께 사진을 찍은 군인들은 삼지연 비행장에 있던 비행사들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오중석: 그렇다면 김정은이 삼지연 비행장 군인들과 함께 백두산에 올랐다는 건가요?

문성휘: 그런 건 아닙니다. 군인들이 미리 백두산 정상에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제1비서는 따로 차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는 겁니다. 이번 김정은의 백두산 방문은 삼지연군 주민들도 텔레비전(TV) 보도가 나온 후에 알 정도로 비밀리에 이루어졌다고 현지의 한 소식통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북한에서 김정은이 참가하는 행사를 ‘1호 행사’라고 합니다. 김정은이 현지시찰을 한다고 하면 북한은 우선 해당 지역에 전기부터 정상적으로 공급하는데요. 또 호위총국과 국가보위부, 현지 보안원(경찰)들까지 총동원해 삼엄한 경비를 섭니다.

이런 사례대로라면 김정은의 백두산 방문과 관련해 삼지연군에 삼엄한 경비망이 펼쳐져야 했으나 이번에는 특별한 경비조직이 없었다고 하고요. 양강도를 지키는 국경경비대에조차 특별경계령이 하달되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오중석: 북한당국이 김정은의 행사에 특별경비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을 해야 될까요? 김정은이 마음 놓고 돌아다녀도 될 만큼 북한정세가 안정됐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건 아닐까요?

문성휘: 아닙니다. 반대로 소식통들은 김정은이 신변안전 때문에 특별경비를 조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사전에 전기를 공급한다든지, 특별경비를 조직하면 주민들도 곧 ‘1호 행사’가 진행된다는 걸 감지할 수가 있다는 거죠.

때문에 현지 주민들은 ‘1호 행사’ 정보가 외부에 새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김정은이 일부러 특별경비를 조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정은은 삼지연에 둘려 김정일 동상 건립공사 현장을 차에서 내리지 않고 한 바퀴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중석: 그렇다면 백두산에 다녀온 김정은이 ‘백두선군청년발전소’를 현지지도 한데 대해서 그곳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문성휘: 네, 아직 대부분의 북한주민들은 김정은의 발전소 현지지도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부 소식통들은 ‘백두선군청년발전소’ 현지지도 역시 김정은이 자신의 이동 경로를 감추기 위한 속임수라고 분석했습니다.

한마디로 비행기를 타고 삼지연에 온 김정은이 다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게 될 경우 이동경로가 드러나기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늦잡든지, 아니면 육로를 택한 것 같다는 게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오중석: 김정은이 ‘백두선군청년발전소’의 건설을 올해 10월 10일까지 무조건 끝내라고 지시했다는 보도도 있었지요?

문성휘: 네, ‘백두선군청년발전소’는 5만kw의 기본발전소 외에 역시 5만kw의 제1발전소, 1만kw의 제2발전소가 있습니다. 기본발전소와 제2발전소는 이미 건설이 완공됐다는 게 소식통들의 설명입니다.

남은 제1발전소 건설도 현재 ‘발전소건설연합기업소’ 인원들이 공사를 맡았다고 하고요. 완공된 기본발전소와 제2발전소를 가동 못하는 원인은 제1발전소 건설이 완공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들은 이야기했습니다.

‘백두선군청년발전소’는 제1발전소를 건설하고 이곳 언제에 저수된 물을 기본발전소에 공급해 전력을 생산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또 기본발전소에서 한번 사용한 물로 다시 제2발전소를 돌린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때문에 제1발전소가 완공되지 않으면 기본발전소와 제2발전소를 가동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또 소식통들은 또 ‘선군청년발전소’의 수원인 서두수 상류의 물량(수량)을 가지고는 기본발전소에서 5만kw의 전력을 생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오중석: 그건 또 무슨 소린가요? 발전소 건설이라는 게 발전 가능한 만큼의 전력을 설계용량에 반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문성휘: 네, 물론 그게 맞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2007년 양강도에 준공한 ‘삼수발전소’도 설계용량은 5만kw이지만 현재 하루 전력생산량은 1만 2천kw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백두선군청년발전소’도 그런 정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중석: 그러면 발전 용량이 예정대로 나오지 않을 줄 뻔히 알면서도 북한이 부풀려진 설계대로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문성휘: 네, ‘백두선군청년발전소’의 제1발전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기 전인 2010년 5월 양강도를 현지 시찰하면서 내린 지시로 건설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하여 문제가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건설을 하게 됐다는 거죠.

오중석: 그러니까 설계단계에서부터 문제가 많은 발전소 건설을 김정은이 무조건 올해 10월 10일까지 완공하라고 해서 계속 건설중이라는 얘기군요.

문성휘: 그렇습니다. 북한에 건설된 다른 수력발전소들도 형편은 다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문제가 많다고 하지만 노동당 창건 70돌인 10월 10일까지 ‘백두선군청년발전소’를 겉으로나마 완공해 김정은의 업적으로는 선전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도 없다는 게 소식통들의 주장이죠.

오중석: 그런 내막이 있었군요. 한 가지 더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소식통들은 ‘백두선군청년발전소’를 돌아 본 김정은이 육로나 열차를 이용해 평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이런 게 좀 궁금한데요.

문성휘: 거기에 대해선 저나 소식통들도 딱히 파헤치려 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의 ‘백두선군청년발전소’ 현지시찰은 어찌 보면 자신의 움직임을 감추기 위한 숨바꼭질과 비슷한 성격이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양강도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정은이 열차를 타고 ‘백두선군청년발전소’를 현지지도 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양강도는 김정은만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1호 역’과 ‘1호 도로’가 있지만 그 외에도 혜산-삼지연-백암을 거쳐 함경남도 북청군까지 이어진 군용도로가 있습니다.

북청군으로 통하는 군용도로는 유사시 북한 군부가 삼지연으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대안 도로로 건설됐다는 게 소식통들의 이야기이고요. 이 도로는 유사시에 언제라도 이용할 수 있게 매우 잘 건설되었다고 합니다.

이번에 김정은이 ‘백두선군청년발전소’를 현지지도 할 때 이 도로를 이용했다고 소식통들은 주장하고 있고요. 때문에 김정은이 ‘백두선군청년발전소’를 현지지도 한다는 의미보다는 일단 유사시에 이용 할 군용도로를 직접 살펴본다는 의미가 더 클 수도 있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오중석: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극비리에 백두산에 다녀 온 후 유사시 사용할 군용도로를 점검하는 의미에서 ‘백두선군청년발전소’를 현지지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얘기인데요.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현지 시찰을 하면서 주민 몰래 숨어서 다녀야 할 정도라면 북한이 처한 현실이 어떤지 짐작이 갑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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