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7차당대회 후유증 심각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6.05.23
apt_tv_b 평양에 완공한 위성과학자주택지구 입주자들에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선물했다는 대형 TV.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리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북한은 오늘’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문성휘입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청년중시’ 구호를 전면에 걸고 “나라의 어렵고 힘든 부문에서 청년들이 역할을 다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 현지소식통들은 김정은이 ‘청년중시’ 를 강조한 것은 심각한 세대간 갈등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기댈 곳은 지금 한창 사회 전면에 나선 북한의 20대 청년계층들이라는 것입니다. 북한의 20대는 김일성 시대를 경험하지 못하고 외부세계와 단절된 채 단순히 김정일 시대와 현재를 비교할 수밖에 없는 세대들이라고 그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시대와 비교하면 현재 북한은 많이 자유로워졌다는 데 소식통들은 공감하고 있습니다. 모든 주민들에게 장사를 허용하고 협동농장 포전담당제를 실시하고 있어 김정일 시대만을 경험한 20대들은 무언가 큰 세상이 열린 듯 착각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김정일 시대엔 보여주지 않던 포사격과 비행경기, 미사일 발사 모습까지 보여주며 핵무기를 보유한 강국임을 인식시킨 것도 아직 철없는 20대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기성세대들과의 대립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시대를 거쳐 ‘고난의 행군’까지 경험한 40대 이상 사람들은 20대 젊은이들로부터 애국심이 없는 존재로 매도당하고 가족들 간에도 세대별 갈등이 일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진단입니다.

하지만 소식통들은 북한의 20대들도 김정은에 대한 환상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며 그 구체적 사례로 이번 7차 당대회를 기념해 대회 참가자들에게 준 선물을 꼽았습니다. 7차 당대회 선물에 북한 주민들이 왜 분노하고 있는지 소식통들이 전한 내용을 놓고 ‘북한은 오늘’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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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7차 당대회 선전에 열을 올리던 북한이 지금은 화가 난 민심을 달래야 할 상황에 처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당대회 참가자들에게 준 선물이 김정은에게 환상을 가졌던 20대들까지 분노케 했다고 그들은 언급했습니다.

북한의 간부들마저 “이번 당대회는 안하는 것만 못했다”며 혹평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해왔습니다. 이번 7차 당대회 선물로 하여 세습권력 유지 수단이었던 ‘선물정치’에 주민들은 깊은 회의감을 갖게 되었다고 소식통들은 주장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이번 7차 당대회는 김정은의 주민들에 대한 인간차별 행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7차 당대회 참가자들에게 준 선물이 인간을 차별하는 김정은의 한심한 정치 행태를 낱낱이 드러냈다”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노동당 제7차대회 참가자들의 직위에 따라 선물을 지나치게 차별화했다”며 “김일성 시대나 김정일 시대에는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직위나 계급에 따른 차별 없이 선물을 공정하게 나누어 주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김일성 시대까지만 해도 북한은 간부들을 ‘정치국대상’, ‘비서국대상’, ‘4호대상’, ‘65호대상’으로 분류하고 생필품 공급체계를 차별적으로 운영해 왔는데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4호대상’과 ‘65호대상’의 공급 체계는 해체됐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또 김일성 시대부터 김정일 시대에 이르기까지 북한은 ‘선물정치’를 매우 중요한 권력 유지수단으로 여겨왔다며 설날이나 김일성, 김정일 생일과 같은 명절이면 사회의 모범계층들을 선발해 ‘선물’을 자주 보내 주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농업분조장 대회, 대대정치일꾼 대회를 비롯한 많은 대회들을 진행했는데 이런 대회 참가자들에 판형 텔레비전(LCD TV), 판형 컴퓨터(태블릿)를 비롯해 공평한 선물을 나눠주었다고 그는 이야기했습니다.

이와 관련 자강도의 한 소식통은 “7차 당대회 참가자들에게 직급에 따라 최고 4천달러에서 4달러에 이르는 선물이 차례졌다”며 “대회 참가자들은 물론 간부들과 주민들도 선물의 차별화에 ‘정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당대회 참가자들 중 각 시, 군 당위원회 책임비서들에게는 65인치라고 새겨진 ‘아리랑’ 판형 텔레비전을 선물로 주었는데 지금껏 북한이 65인치 대형 텔레비전을 생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또 시, 군 당위원회 책임비서급들에 한해 중국에서 제작된 ‘쌍문형 냉동기(량문 냉장고)’와 말하는 전기밥가마(전기밥솥), 세탁기, 노트컴(노트북), 고급 3단형 볶음판, 식기세트 6조와 수저 6조를 선물했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이를 모두 북한 내에서 구매하려면 4천달러가 훨씬 넘는다며 이들에겐 오메가 고급 손시계(손목시계)도 선물했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그 외 시, 군 당위원회 조직비서급 간부들에겐 세이코 손시계와 판형텔레비죤, 식기세트 6조를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노동당 창건 70돌 행사에 노력이나 자금지원을 많이 한 모범 참가자들에겐 ‘은하수’ 화장품 한세트와 ‘내고향’ 운동복 두벌, 수저 6조, 중국산 손시계를 주었다며 돈으로 따지면 장마당에서 4~5달러면 살 수 있는 물건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노동당 7차대회가 36년만에 열리는 데다 기존의 노동당대회 참가자들에게 많은 선물을 준 사례들이 있어 젊은 지도자인 김정은이 통 큰 선물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그런가하면 대회 참가자들도 자신들에게 많은 선물이 공평하게 차례질 것이라고 믿어왔다며 북한은 대회 참가자들에게 어떤 선물이 차례진다는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대회 참가자들의 선물은 그들이 타고 돌아 온 열차의 마지막 방통에 실려 왔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대회 참가자들의 선물이 너무 차별돼서 (차이가 나서) 그런지 북한은 특별히 선물증정 행사를 조직하지 않고 각 시, 군 당위원회 총무부와 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자동차에 싣고 대회 참가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전해 주었다고 그는 이야기했습니다.

대회 참가자들의 선물에 대해 궁금해 하던 주민들은 한동안 선물과 관련한 엇갈리는 소식에 갈피를 잡지 못했다며 나중에 선물이 매우 차별적이었음을 깨달았을 때 걷잡을 수 없는 섭섭함과 분노를 느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대학생 소식통도 “김일성 시대를 경험하지 못하고 김정일 시대와 김정은 시대를 살아온 20대의 젊은 세대들도 당대회 참가자들의 선물이 너무도 차별적이었다는 데 대해 실망감과 분노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김정일 시대엔 대회 참가자들에게 값눅은(싼) 선물이라도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대회 참가자들에게 주는 선물을 ‘골고루 선물’이라고 이름붙였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당대회에서 선물은 너무도 차별화 돼 자신이 차마 당대회 참가자라고 자랑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결국 36년만에 겨우 개최된 노동당 7차대회는 너무도 차별적인 선물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 정권의 불신감만 인식시켜 주었다고 소식통들은 진단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칩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많은 청취를 기대하며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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