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물물교환 물자마련에 어려움

서울-문성휘, 박성우 xallsl@rfa.org
2013.06.17
susung_sweet_potato-305.jpg 북한 평양시 서성구역에 있는 한 채소.과일가게 종업원들이 군고구마로 공급될 고구마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중 무역이 현금이 아닌 물물교환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북한 당국이 물물교환을 위한 현물마련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북한 당국이 학교나 공공기관들에 있는 컴퓨터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전예보체계를 세웠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1. 북 당국, 물물교환 물자마련에 어려움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요즘 중국이 북한을 상대로 제재도 하고 있고, 또 개성공업지구의 폐쇄되었는데요. 이런 원인들로 하여 북한이 심각한 외화난을 겪을 것이다, 이런 추정들이 있습니다. 북한의 외화사정 과연 어떤지 궁금한데요. 이와 관련된 소식 알려진 게 좀 있는지요?

문성휘 : 네, 북한의 외화난이 심각하다고 볼만한 근거들은 많지 않습니다. 중국 정부가 북한으로의 외화반출을 상당히 억제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대신 물물교환은 아무런 제재 없이 허용하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굳이 외화반출이 안된다고 해서 큰 고통을 느낄 정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박성우 : 굳이 외화 현금이 아니더라도 그만큼의 물물교환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외화난을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말이군요?

문성휘 : 네, 아마도 북한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당국은 세관을 통하는 짐들에 대해 대충 눈짐작으로만 확인을 했고 일정량의 중국인민폐나 달러는 현금 그대로 국경을 넘도록 허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북한의 핵실험 이후 중국정부는 조선무역은행과의 거래를 중단하고 특히 중국화폐나 달러와 같은 외화가 세관을 넘어 북한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검열과 통제를 대폭 강화했다고 합니다.

대신 중국정부는 북한으로의 외화반출을 막으면서도 예전보다 북한에 대한 지원은 상당히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존에는 6월 초에야 이루어지곤 하던 비료를 올해엔 4월 달부터 지원했고요. 또 항상 7~8월에나 가서야 지원을 해 북한 주민들로부터 “먹다 남은 쌀을 준다”는 비난을 받아왔던 대북 식량지원도 올해는 5월 초부터 서둘러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성우 : 그러니깐 그만큼 식량을 사기 위해 필요했던 외화가 절약된 셈이군요?

문성휘 : 네, 실제로 북한이 해마다 비료와 식량구입을 위해들이던 외화를 많이 절약했다고 하고요. 또 필요한 물건은 광물이나 해산물과 같은 물자들과 바꾸니까 외화난으로 북한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많지 않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물교환을 하다나니 이에 따른 어려움도 여러 가지로 있다고 합니다. 중국 대방들이 북한과의 물물거래를 상당히 경계한다고 합니다. 외화운용이 용이할 때에는 북한의 어떤 재신을 담보로 외상으로 물건을 들여오는 일이 쉬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에서 들어오는 물자의 량과 질을 일일이 확인을 하고 거래를 하기 때문에 외상이 있을 수 없다고 하고요. 그러다나니 북한은 당장 바쁜 물자를 들여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우선은 물물교환을 위한 현물 마련이 매우 다급하다고 하는 데요. 최근에는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없앤다고 했던 대학생들과 중, 고등학교 학생들의 ‘고사리 방학’도 다시 주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학생들을 동원해 고사리를 마련한다는 건데 중학교학생들이면 나이가 어느 정도 되는 거죠?

문성휘 : 북한은 7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니까 초등학교 5년 과정을 마치고 중학교에 입학하면 12살입니다.

박성우 : 아, 그러니 12살부터 고사리 꺾으러 다녀야 하는 거군요?

문성휘 : 네, 올해 북한은 6월 15일부터 30일까지 보름동안을 학생들에게 ‘고사리 방학’으로 주었다고 하는데요.

아직 중, 고등이 나눠지지 않았기 때문에 고등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 그러니까 12살부터 15살까지의 학생들에겐 보름동안에 마른 고사리 10kg씩 바치라는 과제를 주었고요. 중학교 4학년부터 대학생들에게는 하루에 마른 고사리 1kg씩, 그러니까 한사람이 보름동안에 고사리 15kg씩 바치라는 과제를 내 주었다고 합니다.

박성우 : 마른 고사리 1kg이면 젖은 고사리로는 얼마나 있어야 되는 거죠?

문성휘 : 보통 10 : 1로 봅니다. 젖은 고사리 10kg이라야 마른 고사리 1kg이 된다는 거죠. 이런 ‘고사리 방학’이 비단 올해뿐이 아닙니다. 김일성 시대부터 ‘좋은 일하기’라고 청소년학생들에게 고사리, 토끼가죽과 같은 외화벌이 과제를 항상 내 주었습니다.

더욱이 지금은 중국과 물물거래만 허용되다나니 학생들까지 동원해 물물거래에 필요한 현물 물자들을 마련하는데 분주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박성우 : 그중의 하나가 고사리다, 이렇게 봐야 하는 거군요. 아무리 사정이 어렵다 해도 이렇게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까지 그런 과제를 떠맡기는 건 좀 너무하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2. 북, 컴퓨터 때문에 정전예고체계 세워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북한의 주민들이 데스크탑 컴퓨터, 북한 말로 ‘탁상컴’이라고 하지 않아요. 이러한 ‘탁상컴’은 북한 주민들이 보유하려 하지 않는다. 이렇게 얼마 전에 문 기자가 얘기를 했는데요. ‘탁상컴’이 왜 북한 주민들속에서 외면을 받는 거죠? 혹시 컴퓨터 검열 때문인가요?

문성휘 : 네, 물론 검열 때문이기도 합니다. 북한은 텔레비죤(TV)이나 DVD(녹화기), 컴퓨터에 대한 검열을 시도 때도 없이 진행합니다. 그러니까 ‘탁상컴’ 같이 설치가 복잡하고 움직일 수가 없는 물건들은 검열을 피하기 어렵다는 거죠.

그런데 북한의 가정들에서 컴퓨터를 가지고 불법적인 외국영화나 보고 한국노래나 듣는 것이 아닙니다. 북한 당국이 지정해 준대로 불법적인 행위를 하지 않으면서 컴퓨터를 이용하는 주민들도 많다고 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은 ‘탁상컴’을 보유하려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왕이면 돈을 더 들여서라도 노트컴(노트북)을 가지려고 한다는데요. 그러한 원인은 북한의 잦은 정전 때문이라고 합니다.

박성우 : 아, 정전이요? 정전이 되면 작업하던 문서가 날아가 버리지 않아요. 그런데 이런 문제는 대학이나 공공기관들도 마찬가지로 겪는 문제가 아닌가요?

문성휘 : 네, 지금까지는 그랬습니다.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인해 컴퓨터 운영체계가 파괴되고 작업 중이던 문서들을 모두 날려가는 문제 때문에 북한 당국도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도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이미 2010년부터 ‘정전예고체계’라는 것을 내놓았는데요. 이게 만약 정전이 예고되면 교육부분이나 공공기관들에 미리 컴퓨터를 끄도록 알려주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그러한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전력공급기관인 ‘송배전소’에서 매 학교나 공공기관들에 일일이 알려줄 수 없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이러한 예고체계 자체가 무용지물이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북한 당국이 평양시를 시작으로 자동응답 방식의 ‘정전예보 전화체계’를 도입한다고 합니다. 수화기에서 신호가 걸려와 전화를 들면 “곧 정전이 예상되니 컴퓨터를 비롯한 자동화 기기의 사용을 중단해주세요”라는 말이 들려온다고 합니다.

이게 지금은 평양시 일부에만 시범적으로 도입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고요. 곧 지방도 시행될 것이라고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주민들은 ‘노트북’만 선호하는 것은 북한의 대다수 가정들에 아직 집전화가 없는데다 또 가정집에 있는 전화에는 이러한 ‘정전예보 자동응답 체계’가 도입되지 않는다는 사정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노트북은 자체 충전지(배터리)가 있어서 정전에 대응할 수 있지만 ‘탁상컴’은 충전지와 같은 외부전원이 없기 때문에 주민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단순히 컴퓨터에 대한 검열 때문이 아니고 잦은 정전 때문에 개인들은 데스크톱, 그러니까 ‘탁상컴’은 사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주민들은 노트북을 살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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