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경제개혁 어디까지 왔나?

서울-문성휘, 박성우 xallsl@rfa.org
2013.07.01
hand_seeding_wonha_farm-305.jpg 지난 5월 평안남도 평원군 원화협동농장에서 북한 농민들이 손으로 모심기를 하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지난해 12월 1일부터 시작된 북한의 ‘새경제관리체계’가 혼란만 자초하면서 농업분야를 비롯한 많은 단위들에서 기존의 생산체계로 빠르게 복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새경제관리체계’를 놓고 북한주민들의 기대가 상당히 높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요즘 실상은 좀 기대와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문 기자가 최근에 이런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현지 상황이 지금 어떻습니까?

문성휘 :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최근 북한 내부정세에 대해 간략하게 좀 알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박성우 : 네, 배경설명부터 좀 해주시죠.

문성휘 : 요새 북한 언론들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경제시찰 소식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지 않습니까? 또 지난달 6일에는 북한 당국이 새로운 ‘경제개발구법’도 내놓았습니다. 이 ‘경제개발구법’의 내용을 보면 시, 군 단위들까지 외국기업들과 협력해 경제개발구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최근 북한이 외자유치를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있구나, 이런 감은 가질 수가 있었습니다.

문성휘 : 네, ‘경제개발구법’만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정권이 외자를 많이 끌어들인다든가, 아니면 경제를 개방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 이런 느낌을 별로 갖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새경제관리체계’가 도처에서 무너지면서 김정은 정권이 개혁적이라기보다는 경험이 없다보니 일시적인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이 주민들속에서 더 높다고 합니다.

박성우 : 문 기자, 방금 북한의 ‘새경제관리체계’가 도처에서 무너지고 있다고 표현을 했는데 어떤 면에서 그렇습니까?

문성휘 :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새경제관리체계’의 우선적인 핵심적인 내용이 농업에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먹는 문제를 먼저 풀어야 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건데요. 때문에 북한 당국도 농업부문 개혁에 선차적인 관심을 많이 돌렸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이 의무적인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그동안 협동농장들마다 ‘분조관리제’와 ‘포전책임제’를 도입할 것을 은근히 강요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최근 들어 적지 않은 협동농장들이 이미 도입했던 ‘분조관리제’와 ‘포전책임제’를 포기하고 기존의 농업체계로 속속 되돌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왜 그렇습니까? 분조관리제’와 ‘포전책임제’는 농업부문에 대한 ‘새경제관리체계’의 핵심내용이 아닙니까?

문성휘 : 네, 맞습니다. 북한의 간부들도 그렇게 많이 인식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분조관리제’와 ‘포전책임제’를 실시하면 농업생산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분조관리제’와 ‘포전책임제’를 실시해 보니 도저히 농장원들을 다뤄 낼 수가 없다는 거죠.

박성우 : 도저히 농장원들을 다뤄 낼 수 없다,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문성휘 : 이게 개인들에게 땅을 나눠줬기 때문에 농장원들이 더는 당국의 지시에 순종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분조관리제’라는 게 기존에 10명 이상, 30명 미만이던 분조를 5~6명 미만의 가족단위로 조직한 겁니다. 그에 맞게 땅도 나눠줬고요. 한마디로 가족단위로 농사를 짓게 한다는 건데 북한은 이러한 방법에서 더 나아가 ‘분조관리제’ 안에 또 ‘포전책임제’라는 것도 두었습니다.

박성우 : 용어정리를 좀 하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분조관리제’와 ‘포전책임제’가 어떻게 다른 거라고 이해를 하면 되는 거죠?

문성휘 : ‘분조관리제’는 가족단위를 중심으로 농사를 짓도록 분조를 작은 단위로 나눈 것이고요. ‘포전책임제’는 그 ‘분조관리제’ 안에서 또 매 개인별로 포전(논밭)을 나눠주는 방식입니다. 가족들도 밭을 나누어 서로가 경쟁적으로 농사를 짓게 한다는 거죠.

그런데 이런 방식은 협동농업이 아니라 완전한 개인농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농장원들이 조직생활을 완전히 외면한다는 겁니다. 개별적으로 땅을 가지고 농사를 짓는데 조직생활을 할 필요가 없다, 이런 인식이죠.

그러니까 생활총화도 그래, 정기적인 학습과 강연회에도 김매기를 비롯한 당장 급한 농사일들을 구실로 전혀 참가하지 않는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얘기입니다. 비단 조직생활뿐만 아닙니다. 관리위원장이나 초급당 비서와 같은 개별적인 농업간부들의 말도 전혀 듣지 않으니까 농업부문에 굳이 간부들이 필요 없게 됐다는 거죠.

이런 문제가 심각해지자 협동농장들마다 ‘분조관리제’와 ‘포전책임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실례로 함경북도 회령시와 온성군, 양강도 운흥군, 갑산군, 삼수군을 비롯해 ‘새경제관리체계’대로 농장원들에게 개별인 밭을 나누어 주었던 협동농장들이 그 밭들을 모두 회수하고 가족단위의 분조에서 기존과 같은 20~30명 규모의 분조로 모두 복귀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그런데 ‘분조관리제’와 ‘포전책임제’를 포기한다는 것은 결국에는 ‘새경제관리체계’를 포기하는 거나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그러면 개별적인 농업간부들이 이렇게 제멋대로 ‘새경제관리체계’를 포기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건가요?

문성휘 : 실은 농장원 개인들의 자율권이 높아지면서 이를 감당 못한 북한 당국도 기존의 농업방식으로 되돌아가는 것에 대해 일일이 간섭을 안 한다는 겁니다. 최근에는 오히려 시 당위원회라든지, 군 당위원회들과 같은 노동당 기관들이 앞장에 서서 ‘분조책임제’와 ‘포전관리제’를 포기하도록 협동농장들에 은근히 압력을 가하기까지 한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얘기입니다.

박성우 : 개인들의 자율권이 높아지면 더 이상 국가가 협동농민들을 통제할 수가 없기 때문에 결국은 북한 당국도 농업부문에서 ‘새경제관리체계’를 강요하지 않게 됐다. 결론을 이야기하면 이런 거군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게 농업부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공장기업소들의 경우 먼저 국가가 원료와 자재, 전기를 보장해 주어야 하겠는데 이런 기초적인 생산조건도 보장하지 않고 ‘자율적인 생산’을 하라고 하니 공장기업소들로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거죠.

여름철엔 비교적 전력사정이 나아지니깐 개별적인 공장기업소들에서 어떻게 하나 생산을 해보려고 많은 애를 쓴다고 합니다. 대다수의 공장기업소들은 중국에 친척을 둔 직원들이나 북한에 거주권을 가지고 있는 화교들을 통해 중국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 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데요.

그러나 중국기업들은 북한의 인력을 중국에 데려다 더 값 눅게(싸게) 쓰는 데는 동의를 하지만 북한의 기업소들에 직접 투자하거나 합영, 합작의 방법으로 기업소를 운영하자는 데는 절대로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불안하니까 그런 거겠죠.

문성휘 : 네, 그렇겠죠. 결국 바라볼 수 있는 건 중국밖에 없는데 중국 기업들이 투자를 하려고 하지 않으니 지금형편에선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업들이 거의 없다고 하고요.

반대로 ‘새경제관리체계’를 도입한다는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공장기업소 종업원들은 식량과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는 구실로 출근을 일체 거절하는 현상도 한때 나타났다고 합니다. 생활비를 주지 못하니 공장기업소들도 종업원들을 나오라고 강요할 명분이 없어졌다는 거죠.

‘새경제관리체계’를 자율적으로 도입하라고 하던 지난해 12월 초까지만 해도 많은 공장기업소들은 ‘새경제관리체계’를 시행한다고 노동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선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종업원들이 출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공장기업소들마다 “조건이 마련될 때까지 당분간 ‘새경제관리체계’의 도입을 보류 한다” 이런 문서를 만들어 가지고 매 종업원들에게 돌리기에 이르렀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결과적으로 농업부문이든지 공업부문이든지간에 ‘새경제관리체계’ 도입이 쉽지 않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사실 ‘새경제관리체계’는 전례가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2년에 ‘7.1 경제개선조치’라는 걸 내놓았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내놓은 ‘새경제관리체계’가 실제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실패한 ‘7.1 경제개선조치’를 포장만 바꾸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법, 그러니까 개혁과 개방은 하지 않고 기존의 방법들을 포장만 바꾸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북한이 무슨 조치를 내놓든 별로 기대할 게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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