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석탄가스화에 의한 비료생산 실패

서울-문성휘, 박성우 xallsl@rfa.org
2013.07.08
hamheung_fertilizer-305.jpg 북한 박봉주 내각 총리가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를 찾아 비료 증산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이 석탄가스화에 의한 ‘주체비료’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북한의 롤러스케이트장들이 비싼 대여가격 때문에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 내부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1. 북, 석탄가스화에 의한 비료생산 실패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의 올해 농사 작황이 지금까지는 예년에 비해 상당히 양호하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농작물에 비료를 주지 못하고 있어서 앞으로의 농사 작황은 예단할 수가 없다, 얼마 전에 문 기자가 이런 얘기를 했는데요. ‘주체비료’ 생산이 좀 신통찮은 모양이지요?

문성휘 : 네, 북한은 석탄가스화에 의한 비료생산 공정들을 갖추고 여기에서 생산되는 비료를 ‘주체비료’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북한 언론들도 한때 ‘주체비료’ 생산에 성공했다며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에서 ‘비료가 폭포처럼 쏟아진다’고 자랑을 하기도 했지요.

올해 봄에도 북한은 조선중앙텔레비전을 통해 흥남비료공장과 남흥청년화학기업소의 비료생산 소식을 전한 바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올해 4월 초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한 흥남비료연합기업소와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에서 겨우 한 달 만인 5월 초에 비료생산을 모두 중단했다고 전해왔습니다.

박성우 : 왜 그렇습니까?

문성휘 : 한마디로 북한이 건설한 ‘주체비료’ 생산 공정, 그러니까 석탄가스화에 의한 비료생산 공정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거죠. 왜냐면 석탄가스화 공정을 가동시키려면 엄청난 전기와 석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박성우 : 북한도 그런 타산은 미리 해놓은 게 아닌가요?

문성휘 : 네, 북한도 미리 타산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좀 타산을 잘 못한 게 문제인 거지요.

설명이 좀 필요한데요. 비료생산의 기초물질은 암모니아라고 합니다. 북한의 석탄가스화공정이라는 게 한마디로 가루상태인 무연탄이나 고참탄(역청탄)을 높은 압력으로 열을 가해 액체 암모니아를 얻는 공정이라고 합니다.

애초 설계대로라면 북한의 석탄가스화 공정은 무연탄 1톤에서 액화암모니아 0.8~1톤을 얻어야 한다는 겁니다. 액화암모니아 1톤이면 요소비료 3톤, 질소비료는 무려 10톤을 생산하게 된다고 하고요. 이런 방식대로 계산을 하면, 북한이 한해 10만 톤의 무연탄만 비료생산에 돌리면 얼마든지 질소비료 100만 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무연탄 10만톤이면 질소비료 100만톤을 얻는다… 물론 이게 기계적으로 계산을 했을 때 그렇다는 거겠죠? 북한의 한해 무연탄 생산이 6백만 정도는 된다고 하던데요. 이 정도면 비료문제 같은 건 다 풀리고도 남아야 되는 것 아닌가요?

문성휘 : 북한의 선전대로라면 그만한 비료가 생산되고도 남아야 하죠. 그런데 북한이 의욕적으로 건설한 남흥청년화학기업소의 석탄가스화의 공정만 놓고 봐도 무연탄 1톤에서 생산되는 암모니아가 250kg 정도밖에 안 된다고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박성우 : 아, 그래요. 차이가 많이 나는군요. 왜 그렇다고 합니까?

문성휘 : 네, 시험단계를 거치지 못하고 이론상의 설계대로만 건설을 하다나니 결국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하는데요. 무연탄이 가스 생산을 위한 압력회전로에서 80%정도가 암모니아 가스로 전환돼야 하는데, 정작 생산을 해보니 20%도밖에 가스화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가스화 된 암모니아를 포집하기 위한 여러 기술 공정들이 이론적으로 계산했을 때와 너무 차이가 난다, 한마디로 석탄에서 암모니아 가스를 많이 추출해 내지 못하는데다 힘들게 추출한 암모니아 가스도 제대로 포집하지 못하다나니 생산성이 낮아져 공장을 가동할 수가 없다는 거죠.

이렇게 석탄을 가스로 전환하는 기술도 효율적이지 못한데다 석탄가스화공정에 전기가 엄청나게 들기 때문에 차라리 그 값이면 중국에 무연탄을 팔고 비료를 사서 쓰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합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그런데 문 기자의 예전 기사를 보면, 올해 4월 경에 중국이 북한에 20만톤 가량의 비료를 지원했다, 이런 보도가 있었고, 또 좀 전에도 이야기한 것처럼 지난 4월 한 달가량 북한이 흥남비료공장과 남흥화학기업소에서 석탄을 이용해 비료생산을 했다면서요? 어느 정도는 했을 게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비료로는 올해 농사를 짓는데 부족한 건가요?

문성휘 : 그것만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20만 톤의 비료를 지원했다고 하지만 그만한 량으로는 애벌(기초)비료로도 모자란다고 하고요. 한 달 동안 흥남과 남흥의 비료공장들을 돌려보았자 비료 10만 톤도 생산을 못했다고 합니다. 실제 북한이 한해 농사를 충분히 짓자면 최소 160만 톤의 비료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 현지 소식통들의 얘기입니다.

박성우 : 다시 ‘주체 비료’ 이야기를 좀 해 보죠. 그럼 이젠 북한에서는 더 이상 석탄가스화 기술에 의한 비료생산을 못하는 건가요?

문성휘 : 그런 건 아닙니다. 북한 당국도 석탄가스화에 실패한 원인을 진단하고 보강공사들을 통해 대책을 마련한다는 건데, 아직 뚜렷한 방법을 찾아 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 북, 롤러스케이트장 벌써부터 한산해

박성우 : 알겠습니다. 문 기자, 이번엔 다른 소식을 좀 다뤄보지요. 김정은 제1비서가 집권하고 나서 전국 곳곳에 문화오락시설과 체육시설을 많이 건설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중의 하나로 롤러스케이트장이 있는데요. 북한 말로는 ‘로라스케트’라고 하죠? 롤러스케이트장 건설은 잘 진행됐습니까?

문성휘 : 네, 일단 북한이 평양에 건설한 롤러스케이트장, ‘로라스케트’장은 아주 큰 규모이지만 지방에는 실제 많이는 건설됐는데 규모는 크지 않다고 합니다. 원형으로 된 활주로 길이가 큰 것은 100미터 정도이고 학교운동장들에 따로 건설된 롤러스케이트장은 자그마한 텃밭크기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위에서는 자꾸 건설을 하라고 못살게 굴지, 건설을 할 자재들은 없지, 그러니 만드는 흉내만 냈다는 거죠.

박성우 : 그렇군요. 그런데 학생들이 롤러스케이트를 타려면 본인이 직접 롤러스케이트를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롤러스케이트를 대여해 주는 곳, 빌릴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평양에서는 일정 시간씩 롤러스케이트를 대여해 준다고 들었는데, 지방에서는 어떻게 하나요?

문성휘 : 대여 시설이 있긴 한데,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합니다. 함경북도에선 회령시와 청진시에서 시간당 북한 돈 3천원씩 받고 롤러스케이트를 대여해 준다고 하는데요. 직접 롤러스케이트를 갖출만한 능력이 없는 학생들이 대부분인데다, 한번 타려면 시간당 3천원이라는 높은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에 정작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학생들은 몇 명되지 않고 지어는 하루 종일 텅 비어있는 롤러스케이트장들도 많다고 합니다.

박성우 : 롤러스케이트를 한 시간 타려면 북한 돈 3천원을 내야 한다, 북한에서 통 강냉이 1kg에 요즘은 어떻게 하죠?

문성휘 : 2천원 정도 합니다.

박성우 : 그렇다면 통 강냉이 가격보다 훨씬 더 비싸게 주어야 한다는 거군요?

문성휘 : 훨씬 비싸죠. 그렇게 비싼 가격 때문에 롤러스케이트가 학생들 속에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이럴 때 쓰는 속담이 있죠.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라는 건데요. ‘주체 비료’ 생산이나 롤러스케이트장 건설, 이런 일들이 모두 사전 계획과 점검이 없이 진행됐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을 듣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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