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북, 올해도 농사 작황 시원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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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가을걷이 총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올해 농사작황도 좋지 않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 국경연선에 대한 북한당국의 봉쇄조치 때문에 오히려 밀수의 규모가 커지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주장했습니다.

1. 북, 올해도 농사 작황 시원치 않아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이 9월 9일, 건국절을 계기로 가을걷이 총동원령을 내렸다, 이런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북한은 해마다 9월 20일경에 가을걷이를 시작하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올해는 이렇게 가을걷이를 앞당기는 겁니까?

문성휘 : 네, 이게 앞당긴 게 아니고 북한이 지역적, 또 계절적인 차이 때문입니다. 양강도나 자강도와 같이 고산지대에 자리 잡은 고장에서는 감자를 기본으로 심습니다. 이런 지방은 추위가 일찍 오기 때문에 보통은 9월 5일경부터 감자파기, 그러니까 가을걷이를 시작합니다.

박성우 : 아, 그러니까 9월 20일, 이렇게 딱 못을 박고하는 것이 아니고 어느 지방을 기준으로 잡는가에 따라서 가을걷이 시작 날짜가 달라진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지금까지는 알곡 수확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내륙지대에서 벼 가을과 강냉이 가을이 시작되는 때를 맞춰 9월 중순경부터 총동원령을 내렸습니다. 북한이 올해 9월 9일, 건국절을 계기로 농촌지원령을 내린 것은 양강도를 기준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일단 지금 가을걷이가 시작된 고산지대도 그렇지만 내륙지방은 그만큼 철저히 점검을 하고 대비했다가 가을걷이 날짜가 되면 모든 주민들이 다 동원돼서 단 시간 내에 가을걷이를 끝내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 네, 그럼 농촌지원 총동원령이 내렸다고 해서 지금 당장 농촌동원에 나가는 건 아니라는 말씀이군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올해의 경우를 놓고 보면 김정은 제1비서가 직접 농업부문을 진두지휘한다고 하면서 여느 때 없이 모든 영농작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김매기동원도 5월 9일부터 시작해 7월 10일에 끝냈는데요. 5월 9일이면 사실 김매기 철이 아니라 한창 모내기를 할 때입니다.

식량문제와 관련해 김정은 정권이 얼마나 민감한가를 보여주는 실례인데요. 그러다나니 올해 김매기 때에도 적지 아니 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해 역시 아직 농사에는 경험이 없다, 이렇게 보는 시각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올해는 김정은 제1비서가 직접 농사일을 챙겼기 때문에 여느 때보다 농사가 잘 됐다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은 것 같습니다.

봄부터 가뭄에 시달려야 했고, 여름엔 두 번씩이나 태풍으로 들이 닥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올해 무더위가 유난하지 않았습니까? 때늦은 무더위가 계속되다나니 성장을 멈추고 결실을 맺어야 할 농작물들이 계속 웃자랐다는 겁니다.

기존 같으면 양강도나 자강도와 같은 고산지대에서 감자나 강냉이 가을이 한창이어야 겠으나 이제야 가을걷이가 시작된다고 하고요. 늦더위와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폭우로 인해 감자역병이 심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겉으로 보면 감자줄기는 왕성한데 정작 감자는 몇 알 달리지 않았다고 하고요.

강냉이의 경우는 지난번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많이 넘어지거나 물에 잠겼고 함경북도에는 강냉이 깜부기병이라는 것까지 돌아 수확량이 적지 않게 줄어들 거라는 겁니다.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문 기자, 지금 얘기하시는 내용은 모두 양강도나 함경북도 지방의 상황인데요. 내륙지대 농사는 상황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어떻습니까?

문성휘 : 네, 함흥 쪽이나 지난해 비교적 농사가 잘 됐다고 하던 평안남도 농촌들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못하다, 일부 지방들은 국지적인 호우로 인해 많은 피해를 보았다고 소식통들은 주장했습니다. 황해남북도 농사형편까지는 모르겠지만 평안남도, 평안북도를 비롯해 전반적인 농사작황을 보면 콩 농사를 제외하고는 그리 좋은 형편은 아니다, 지난해보다 낫다고 말할 형편이 못 된다는 겁니다.

박성우 : 지난해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이건 지난해보다 못하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농사형편이 좋지 않다. 그렇게 되면 또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북한주민들의 식량난이 계속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2. 국경봉쇄 조치에 밀수 대형화, 집단화 돼

박성우 : 자, 그리고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탈북과 밀수행위를 막기 위해 국경을 모두 봉쇄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오히려 주민들의 대규모 밀수행위로 이어지고 있다. 문 기자가 얼마전에 이렇게 말씀하셨는데요. 국경봉쇄 조치가 왜 대규모 밀수를 낳고 있는지, 그 연관관계가 어떻게 됩니까?

문성휘 : 네,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지난 8월, 이미 보도가 됐지만 북한 양강도와 함경북도 지역에서 적지 않은 주민들이 밀수를 하다가 국지성 호우로 불어난 물에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지난 8월 19일 새벽에 (혜산시) 연풍동에 있는 상수도 사업소 취입구(취수구) 쪽에서 여성들의 시신 5구가 발견됐다고 했는데 훗날 이들의 일행이 모두 13명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함경북도 무산군에서도 8월 중순에 송이버섯을 가지고 두만강을 건너려던 주민 2명이 시신으로 발견됐는데 이들 일행은 명천군과 화대군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모인 주민 22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5월에 양강도 혜산시 혜장동에서 적발된 밀수범 2명의 경우는 고철을 밀수한 대가로 쌀 9톤을 받았는데 압록강을 건너 쌀을 가져오기 위해 짐꾼을 28명이나 고용해 큰 논란이 된 바도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 연풍동에선 13명, 무산군에서는 22명, 혜장동에서는 28명, 자꾸 커지는 군요.

문성휘 : 이렇게 밀수가 대형화, 집단화되는 현상에 대해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국경지역에 대한 장기간의 봉쇄조치가 그 원인이라고 했습니다.

박성우 : 왜 그렇습니까?

문성휘 : 네, 우선 기존에는 일반 국경경비대 병사들이 자신들의 근무시간에 몰래 1~2명의 주민들을 밀수하도록 방조하고 뇌물을 받았는데 이젠 2중, 3중의 감시체계가 조직돼 일반 병사들의 힘으로는 그런 밀수가 불가능해졌다는 겁니다.

그때 당시까지만 해도 지휘관들이 직접 밀수에 나서는 일은 드물었다고 합니다. 대신 개별적 대원들이 밀수를 방조하는 것을 방치했다가 그들로부터 담배라든지, 중국 인민폐 같은 것을 빼앗거나 받아 챙겼다고 합니다.

이런 방법은 훗날 검열이 들이닥쳐 대원들이 걸려들 경우라도 지휘관들이 책임을 모면할 수 있었기에 대부분의 지휘관들이 선호하던 방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행위가 불가능해지니깐 아무리 지휘관이라 해도 위에 있는 상관들에게 뇌물도 바쳐야지, 자기 몫도 챙기고 가족들의 생계도 돌봐야 하는데 어려워졌다는 거죠. 결국 이젠 지휘관들이 직접 나섰다는 겁니다. 여러 명씩 공모해 국경의 일정구간을 아예 비워놓는다는 거죠. 그리고 그 비워둔 시간에 주민들이 무리를 지어 밀수하도록 눈감아 준다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밀수를 방조하는 지휘관들은 상당히 돈을 많이 받는다는 겁니다. 일반 병사들이 밀수를 방조할 땐 밀수행위가 끝나면 거기에서 일정량을 나눠 먹었는데 경비대 지휘관들은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넘기기 때문에 그 개개인들로부터 돈을 받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그러니 애초에 선불로 돈을 받고 밀수를 시킨다는 거죠. 그 액수가 장난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주민들도 열 명, 스무 명씩 조를 짜서 고루 모은 돈을 선불로 내고 밀수를 한다는 거죠.

박성우 : 네, 무슨 얘긴지 알만합니다. 지휘관들이 밀수를 돕다 들키게 되면 처벌이 더 중하기 때문에 그만큼 돈을 더 받아 챙긴다는 건데, 북한 당국도 단순히 국경봉쇄에만 매달리지 말고 그만한 여력이 있으면 주민들의 생활을 좀 더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다음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